물건이 있다. 생물과 사물이 있다. 생물은 살아있는 물건이고 사물은 죽거나 가만히있는 물건인것 같지만 나도 여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물에도 가령 꽃 돌 차 연필 찻잔같은 것에도 생명이있고 살아있다고 믿는다.
이따 다시씀
(이어서)
까치집을 보면 거기엔 까치나 까마귀나 파랑새 등의 새가 (임시로)살고있음을 알수있다. 멧돼지 둥지엔 멧돼지가 산다. 루즈같은걸 사용한다면 그건 여자임을 알수있다. 이렇게 어떤 물건을 보면 그걸 사용하는 사람(혹은 동물)이 어떤 사람(이나 동물)인지 얼마간은 알수 있는 것이다. 일전에 마트에 다녀오며 처음보는 동그랗고 길쭉한 손가락만한 금속성 물체를 주차장에서 주웠다. 차가 밟고 지나가서 살짝 찌그러져있었다. 이것은 무엇인지 콜라병을 처음보는 아프리카 부시맨처럼 당겨보고 밀어보고 하다가 안에서 플라스틱부품이 부러지며 내용물이 드러났는데 루즈였다. 알고보니 돌려서 여는거였는데 여는법을몰라서 강제로 잡아당겼다가 부순것이었다. 나중에 어느 여성분이 이 루즈를 본다면 이것은 '원래는 어떤 여자가 쓰던 것이었지만 나중에 사용법을 모르는 호기심에 찬 남자에게 발견되어 강제로 열리다 부쉬져서 순간접착제로 대충 붙여놓은 루즈'임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옛날 명장들도 검이 살아있다고 믿었다. 삼국지연의에서도 유비관우장비가 도원결의를 하게된 계기가 유비가 가진 명검이 우는 소리를 장비가 들어서 검을 돌려주러와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검에 자신의 생사를 건 장수들은 어떤 검을 잡으면 그 검이 어떤검인지 무슨말을 하고있는지 과거엔 어떻게 쓰였었는지 알수있었던 것이다. 검의 전문가는 검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고 듣고 느끼기도 하는것이다.
말을 키우는 사람도 말을 잠깐만봐도 말의 건강상태, 말의품종, 말의 기분 등 그 말에 대해 알아낸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굳이 말하지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기분 감정 하고싶은말 등을 알아낸다고 한다.
유명한 성경 고린도전서의 말이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같지 않으리라'
물건이든 생명체이든 무엇인가를 깊은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그 물체나 생명과의 무언의 대화가 시작되고 더 깊이, 더 많은걸 이해하게 되는것이다.
예전에 나의 로시난테(차)가 고속도로 갓길에서 본넷에서 검은연기를 폴폴내며 비상정차해 있는 모습을 보았다면 누군가는 '저 사람은 오래된 차로 과속하다 엔진에 불붙었구나 차 바꿀때 됐는데 안바꾸는구나' 바로 알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사용하던 물건이 거의 폭발할 정도로 망가지지않는한 어지간해서는 다른 새물건을 사용하지 않는 변화를 가능한 선까지 거부하는 성향을 가진것이다. 나의 핸드폰도 지인들이 그만 바꾸라고 수년전부터 말해왔지만 난 아직 이 LG폰을 바꿀의향이 없고 베터리가 나가지않는한 앞으로도 몇년은 더 사용하고싶다. 그리고 핸드폰을 바꾸게된다면 2G폴더폰으로 바꾸고싶다. 어느날 차량도 또 바꾸게된다면 창문을 돌려서 여는 수동식 1980년대쯤 나온 차로 바꾸고싶다. 세상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하는 능력이 없고 오히려 거꾸로 흘러가려는 성향인 것이다.
물건이란 것들이 세상에 꽉 차있어서 이런 물건에관한 얘기를 다 하자면 책을 써도 부족할 것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물건은 돌이다. 반짝이는 돌을 보석이라 한다지만 내 눈에는 모든 돌이 반짝인다. 돌을 보면 자석에 끌리듯 이끌린다. 돌에 진심인 것이다. 풀에 별로 관심이 없는 대부분 사람들은 산같은데 가면 약초를 만나고싶어하지만 과거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같은 명의의 눈에는 약초아닌 풀을 찾아내는게 더 어려웠다. 나도 모든 돌이 예쁘거나 멋있게보인다. 그건 마치 아무리 사나운 치와와나 못생긴 불독같은 개들도 모두 귀여운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어린왕자도 말했다. 별에있는 꽃을 사랑하면 세상은 특별해지고 그 별과 꽃이 말을 걸거라고. 정확하진 않지만 아무튼 비슷하게 말했다.
어떤 처음보는 사람을 알고싶거든 그 사람과 함께 얼마간 시간을 보내보면 된다. 어떤말을 하고 어떤생각을 하는지 알수있고 어떤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동물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서 대략적인 성격과 삶을 파악할수 있는 것이다.
물건들의 종류와 성격이 다양한 탓에 글이 조금? 산만해진것 같다. 적당히 이쯤에서 결론을 써본다. 모든 물건은 살아있고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