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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여러번 내리는날

나의 시

by 까마귀의발

낙화 -까마귀의 발


비바람에 작은꽃의 꽃잎이 흩날리며 떨어집니다.

노랑, 주황, 분홍, 그리고 붉은색 꽃잎들입니다.

떨어지는 꽃잎들은 모두 자신의 색깔을 간직하고 나즈막히 속삭이는듯 합니다.

'나 이제 비바람에 날리며 땅에 떨어지지만 슬프지않네. 한낮의 뜨거웠던 태양이 지듯 이내 몸 땅에 떨어지고

나의 모습 자취없이 사라져 한줌 흙이나 한줄기 바람 되겠지만

화려함을 끝내고 떨어지는 것도 좋네.

꽃피는 동안 찾아와주었던 나비, 벌, 잠자리들아

그동안 고마웠고 함께해 행복했다. 다음생에 또 만나.

그럼 모두 행복하길. 안녕'


비는 꽃잎을 땅에 내려주고 도랑물로 흘러가고

바람은 어딘가 아쉬운지 떨어진 꽃잎 주변을 멤돌다가

이내 떠나갑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바람이 불고 또 꽃잎들이 떨어집니다. 2025.9.12.오후2시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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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썼다.

글쓰기와 읽기는 모두 얼마간의 카타르시스 감정정화 기능이 있는것 같다. 쉽지않는 세상의 일상을 살면서 생겨난 무수한 상념과 감정들이 몇줄의 글로 적어지며 마음이 다소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그때 왜 그렇게 힘들어하고 분에 쌓여있었던가, 어차피 나약한 인간들에게 왜 그렇게 열이받고 불이익으로 복수라도하고 싶어했던가 반성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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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신으로 가는 통로로 여기며 자학을 하기도 했다는 그리스 스토아학파? 철학자들 처럼은 아니더라도 살면서 어쩔수 없이 주어지는 비극과 고통을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해본다.

나의 모험적 성향과 지나온 나날들을 볼때 지금 이렇게 살아서 글을 쓴다는 것이 운이좋았고 덤으로 얻은 삶인것 같지만 세살버릇 여든간다고 사람은 쉽게 안바뀐다.

가령 난 10살때쯤부터 엄마말을 더이상 안들을 정도로 반사회적 성향을 타고났다. 중2때 성공하진 못했지만 학교 자퇴하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었다. 대학(원)도 간신히 가고 그 이후의 행적도 자세히 말하진 못해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늘 혼자 모험했다.

운전은 처음 도로위에서 운전대를 잡고 면허학원선생님이 옆자리에 타는 순간부터 과속이었다. 서울의 한 면허학원에서 필기시험에 한번 떨어지고 나서 재수해서 응시한 첫도로주행에서 서울의 차들은 너무 많고 답답하고 그중엔 사모님, 김여사님 같은분들도 많았다. 연습용 트럭을 몰고 열심히 추월하며 가고있는데 학원샘이 "이 사람이 벌써부터 추월을 하네. 어어 천천히"를 외치셨다. 실기에선 다행이 합격했지만 그 뒤로 나는 사실 고백하자면 로시난테1 이전에도 도로위에서 몇대의 차량에서 엔진에 여러번 연기가 나고 차를 몇대 해먹었다.

만약 내 옆에 경찰관 한명이 1년만 타면서 나의 과속을 감시하고 기록했더라면 그분은 올해의 법규위반차량 단속실적 우수 경찰관으로 뽑혀 승진했을 것이다. 그건 쉽게 고치기어려운 세살적 버릇이었다.


아무튼 고해라는 인생사에서 주어지는 고통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느날 꽃잎이 떨어지듯 죽게되겠지. 그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있었다.

그 외에도 그저께 밤에 잠이안와서 마당에 나가 맨발로 풀과 돌의 감촉을 느끼며 걷고있는데 뭔가 길다란 생명체가 보였다.

어린왕자처럼 독뱀에게 어쩌다 실수로 물린다면 왼발 가운데 발가락을 물리고 싶다. 예전에 개울물속에 있는 커다란 돌을 옮기가다(수석취미) 돌이 미끄러워 놓치는 바람에 발을 찧었는데 퉁퉁 붓길래 약바르고 붕대를 감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발가락 뼈가 부러졌던 거라서 병원에 갔어야했다. 몇개월뒤 뼈가 살짝 잘못붙어서 계속 부어있는 기형으로 고정되었다.

미국같은데 놀러갔다가 총에 맞아야하는 운명이라면 왼팔이나 왼쪽 엉덩이같은데 맞았으면 좋겠다. 다른부위에 맞으면 너무 불편하거나 생각했던것보다 너무 일찍죽을수 있기때문이다. 미국은 예전에 월든호을 보러 딱한번 가본게 전부이지만 인디언들의 문화와 국립공원에서 서바이벌게임하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어서 언젠가 또 여행갈것같다. 뉴욕으로 들어가서 차를 렌트한뒤 월든호에 가서 텐트치고 캠핑하다가 신고들어가 경찰이 올무렵에 옆에 주에있는 인디언 유적지와 국립공원들을 구경하는거다.

어쩌다 강도나 정신병자를 갑자기 만나 무방비상태에서 테러를 당해 칼에 찔려야한다면 배쪽을 너무 깊지않게 찔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얼마뒤 병원에 실려가서 수술을 하게될때 '의사분한테 이왕 수술하는거 요새 제 아렛배에 쌓이고 있는 뱃살지방도 좀 지방흡입술 같이해서 뱃살좀 빼주세요. 부탁요. 죽을지도 모르는 환자가 부탁하는건데 들어주실거죠?' 할것같다.

주먹으로 두드려맞는건 이미 경험이 있어서 내성이 생겼다.

나중에 히말라야가서 캠핑하다 배고픈 호랑이나 곰같은 동물을 만났는데 밤에 잠자다 오줌누러 나온 무방비 상태라서 물릴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날 꼭 한번 물고싶다면 중요부위말고 왼팔죽지나 엉덩이살 한입만 물길 바래'라고 한마디 하고 물리는 거다.


이정도까지 생각하고 나니 이윽고 고통수용의 단계는 감정적인데까지 비약하였다. 만약 감정적 심리적 고통, 배반, 뒷통수, 중싱모략, 음모 등을 앞으로도 당할수 있고 당하게된다면, 가령 배신당하고 뒷통수맞은뒤 자루에 담겨 헬기에서 바다에 던져지게된다면 자루 일부는 찢어져있어 사람이 바다에 떨어지면 상어보다 빨리 몇분안에 찾아온다는 갈치들이 오기전에 찢고나올수 있고 근처에 무인도가 있는 곳에 던져주길 바래.

그리고 이왕 올가미 누명을 씌워서 좌천시키거나 감옥보내기로 작정하였다면 나를 큰건 가령 간첩, 주가조작, 내란죄 등으로 엮어서 새로생길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보내주길 바래. 거기 내가 알아볼지도 모르는 예쁜 여자수사관이 온대. 감옥가게되더라도 수사는 개검들같은 좀비들말고 좀 예쁜사람한테 받으며 예쁜얼굴이라도 감상하고 수있게 해주길


등등


오늘 비가 오락가락 하고있다. 꽃잎을 떨어트리고 더위를 그라트리는 이 비같은, 밤에 맞는 비만큼 차갑고 냉냉한 삶의 비가 오거든, 우산없이 맞고 꽃잎과 내가 떨어지는걸 보고 빗물이 태연하게 유유히 흘러가는 것을 보고싶다. 비가 여러번 오는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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