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일지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도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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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려서 마시고 있다. 어제 저녁 산에서는 비에젖고 추워서 덜덜 떨었지만 지금은 더워서 웃옷을 벗고 선풍기 틀어놓고 마시고 있다. 80년대 고수보이차인데 부드럽고 깔끔하다.
어제 오후에는 산행을 했다. 늘상가는 국립공원산인데 올라갈때나 정상, 그리고 내려올때도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덕불고필유린(덕이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있다) 이라는데 '내가 덕이없는가보다 주변에 사람이 한명도 없는걸 보니' 그런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인간관계의 위아래 배신자들, 중상모략가들, 뒷통수치거나 부당한 공격을 가했던 주변인물들을 이제 그만 마음에서 지우고 용서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개같은것들.' '그만 잊으련다. 잘살아라' 등등 이따금 앙금이 떠오를때가 있었지만 다시한번 마음에서 전부 놓아버리기로 했다.
비에 홀딱젖어 덜덜떨면서 다시 내려와보니 주차장에도 역시 아무도 없고 나의 로시난테2만 있었다.
익숙한 광경이다. 내가 가는 곳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경우가 많아서 그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디서 뭐하고들 있는건지.
그래도 나의 로시난테2는 주인이 왔다고 아직 버튼도 안눌렀는데 불빛을 켜며 아는체를 해주었다. '그래 고맙다, 그래도 덕이없어 친구도없이 외톨이인 날 위해 불빛이라도 켜주는건 너밖에 없구나'
주차장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고 차에타니 배고픔이 밀려왔다. 오랜만에 국립공원 앞쪽마을에 사는 아는 누나한테 전화를 드렸다. "누나 바쁘세요? 저 지금 여기왔는데 많이 안바쁘시면 좀있다 저 라면좀 하나 끓여주세요" 이분은 아저씨는 주중엔 타지가서 일하시고 평소엔 주로 딸하고 둘이놀며 카페를 운영하는 분이셨다. 타지사람인데다 남편은 일하러 나가있고 가끔씩 내가 와서 여자혼자 하기어려운 무거운일, 허드렛일등을 도와주는 나와는 일종의 공생관계에 있는 분이시다. 예상했던대로 흔쾌히 승낙하여서 카페옆의 룸으로 가서 저녁라면을 얻어먹었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나나 다른남자들이 라면끓일때는 말그대로 물과 스프만 넣는 라면인데, 여성분들이 하는 라면은 파와 다른재료가 들어가는 일종의 요리인 경우가 많은것 같다. 맛있게 잘 먹고 감사인사한뒤 옆의 카페로 이동해서 차를 얻어마셨다.
한시간 반인가 딸아이는 자기방에들어가고 둘만남으니 이것저것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신나게 떠드는 이 착한누나한테 열심히 맞장구 쳐드리며 얘기했지만 9시가 넘어가니 점점 눈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나의 맞장구쳐주는 반응속도가 한템포 느려진걸 느꼈는지 누나가 "아 맞다 너집에 가야하지"하며 수다를 절제하고 멈추셔서 9시반쯤 풀려나 고속도로의 폭우를 뚫고 한시간반 거리인 집으로 출발했다.
절제. 나는 사실 아직 철이좀 덜들었고 다듬어지지않았고 절제를 잘 못한다. "겸손해야할 필요가 있나요?" 묻던 이곳의 어느 30대 작가분께는 어린애같다고 답변하긴 했지만 사실 나도 그와 크게 다르지않은 수준이다. 아직 퇴고나 글 지우기같은건 하지않고 적당히 오타정도만 수정해가며 표출된 절제되거나 다듬어지지않은 날것의 글들을 그대로 올려버리는데, 예전에 누군가 퇴고없고 절제없는 글은 (작품)글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아마도 나의 250여개의 브런치 글들은 글이라기 보다는 단순표출이나 그당시 (심리)기록에 가까운것 같다.
팔레스타인을 돕기위한 모금을 재개했다. 얼마전 모금을 했었고 내 개인적인 지원도하고 해서 이미 한달새에 200만원전후로 기아지원금을 보내긴 했지만 며칠전에 이스라엘이 다시 팔레스타인 지상공습을 시작했다. 이런 개같은 이스라엘. 벼룩 멍게 해삼 말미잘 이스라엘.
현지기자들의 도움요청 쪽지가 자고일어나니 빗발치고 있었다.
그저께는 내가 주로 지원하는 2030쯤되는 한 젊은 여기자가 이스라엘 지상공습이 시작되자마자 나의 땅팔리기전까지 지원은 당분간 안하겠다는 선언을 뚫고 지원요청을 해왔다. 50달러를 입금했다. 그랬더니 다시 요청이왔다. "너 지난번에 나한테 100달러지원해주고 싶다고 얘기했던걸로 기억해 둥둥"
'와 내가 언제?? 그런말한적 없는데? 내가 무슨 현금인출기인줄 아니?' 평소같았으면 그렇게 말했을지 모르지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전쟁상황에서 간청+반협박+가스라이팅 심리기법까지 동원하며 지원요청을 해오는 이 예쁘장한 여기자가 안쓰러웠다. 말없이 50달러를 더 보냈다. 짧막하게 고맙다는 인사답변이왔고, 그러나 역시나 오늘 일어나보니 또 쪽지가 와있었다.
거의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고 서로 어쩔수 없는 상황이란걸 알고있기에 주변 지인분들께 다시 모금문자를 띄웠다. 쪽지를 보는게 거의 빚쟁이를 보는것과 약간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개이스라엘에서 현지기자들을 추적하여 백명이상의 기자들을 죽이거나 추방?투옥?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인 60만명이상이 전쟁으로인해 사망한 상황에서 용케 살아남아 다시 지원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그래도 안도였고 반가웠다.
가끔씩 예전 어느 SNS에서알알던 여성분의 '넌 어둡고 음습해' 라는 말과는 대조적으로 정말 참 밝고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오고 귀엽고 깜찍한, 밝고 즐겁게 놀고있는 사람들도 고개를 들어 둘러보면 많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들 모두가 그 밝음과 평화를 계속해서 유지할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하여 나의 이 '어둡고 음습함'을 싫어한다거나 변화할 생각은 없다. 주변사람들이 종종 내가 ESTJ형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밝고 명랑한줄로만 알지만 사실 기본적인 성향은 INFP다.(*정정-난 INTJ였다. 맨뒤 정정내용 덧붙임) 혼자 조용히 노는걸 좋아한다. 난 더 깊은 어둠속으로 침잠할 가능성이높다. 어둡고 어두워서 가장 작은 불빛조차 밝게 보이는 그런 심리로 침잠하고 싶다. 늘 정리안된 글을 이번에도 마친다. 끝
*글 수정
나의성격유형은 INTJ-P(Inner iNtuition Thinking Judgement-but Perceptive)였다.
그동안 나는 나의 성격이 INFP기본에 사회생활을 통해 ESTJ성격이 가미된 것으로 대략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한 작가님이 INFP를 제일 싫어하는 성격이라며 공격하는등 자극을 해오셔서 '우쒸Usch 이게 그렇게 싫어할만한 성격인건가?'하고 다시 자가검사를 해보니 그렇게 판명되었다. 챗지피티에게 '사람들 많은 식당에 혼자들어가서 밥먹는 성격, 일을할때 주도적이거나 리더역할을 하는 성격 혹은 사람들이많은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멈춰서 가만히 한참 생각하다 다시 움직이는 성격유형'에 대해 질문했더니 INTJ가 거의 확실하다했다. 하지만 또다른 검사에선 INTP(탐구형)가 나와서 면밀히 자가분석해본 결과 원래 INTJ성격인데 아마도 중2때 학교자퇴에 실패하면서 계획행동(J형)에 차질이 생겼고 학생기간동안 INTP형으로 바뀌었다가 대학원 중퇴에 성공하면서(J의부활) 다시 INTJ로 원래성격이 나타나게 되었지만 학생때의 모습이 일부 성격안에 남아있어 마지막에 -P(but Perceptive)를 붙였다. 이건 내가 방금전 나를 설명하기위해 약간 개조한 mbti 성격분류다. 작가들끼리 진실로써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건설적인 일이라 본다. 자극을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