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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미래를 생각

남존여비

by 까마귀의발

나는 집은 짐보관하는 베이스캠프정도 외엔 따로 안만들고 카라반을 차에 연결해서 다니고싶다. 1평 카라반이 나의집인 세상의 떠돌이 나그네가 되는것이다.

오늘도 누워서 짧게 써본다. 얼마전 배터리가 2프로남았을때 같은 심신의 상황이다.

미니멀리즘이란 말처럼 최소한의 필요한것만 가지고 세상을 유랑하고 싶다. 유명해지는것도 원하지 않는다. 내년엔 올해보단 조금 덜 빛나게.

김춘수의 '외할머니를 위한 장미'에 나오는 외할머니같은 구시대적 인물이 나의 이상형인것 같다. '여자가 너무 바른말하는기 아니다' 며느리가 사투리 말고 표준어를 쓰면 외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나도 전통적인 유교+불교집안에서 자라서인지 그런 남존여비나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정겹다. 어렸을때 명절에 집안여자들이 일하는 부엌에 들어간적 있는데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는거 아니다'란 말을 할머니셨나 누군가한테 들었다. 나는 그래서 스무살전에 요리를 해본적이없고 그런 어릴적 가르침은 '아침밥은 당연히 여자가 해주는거다'는 명제를 나에게 각인시켰다. 여성 상위시대인 요새와는 평행선을 긋는 사고방식이지만 할수없다.

우리 엄마는 나는 어렸을때 엄청나게 활동적으로 집안 물건들을 호기심에 모조리 분해하거나 부셔놨기때문에 어렸을때 집안에 온전한 물건이 없었다고 회고하셨다. 커서 나도 나를 키워내신 우리 엄마가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걸 인정했다. 지인들 말로도 나의 이런 사고방식과 비성실성등 여러습관 때문에 내가 결혼안한것이 여자를 한명 구한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여성을 구하는 인류동지애를 실천한 것이다.


아무튼 나는 최소한으로만 빛나고싶다. 어두운 시골에서 작게 빛나는 반딧불만큼만 빛나거나 안빛나거나 하고 싶다. 글을 지금보다 더 못쓰고 싶다. 예전부터 그래왔듯, 너무 잘나가거나 유명해질까봐 걱정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도 원래 목표치인 10명 내외 구독자를 벌써 다섯배나 초과했지않은가.

생활이 변하는건 순간일수도있는 것임을 경계하여 글을 좀더 대충, 못쓰고 평이하게 써야겠다. 10:0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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