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여행짐을 챙겨서 운전을하는데 한적한 도로와 구름낀 날씨, 간간이 내리는 눈과 눈쌓인 멀리보이는 산들을보며 몇년전 여행했던 미국의 풍경이 떠올랐다.
미국은 땅이 매우 넓었다. 뉴욕에있는 공항에서 내려서 목적지인 그 옆의주(콩코드주였나? 워싱턴주였나? 주이름이 생각이안난다. 아무튼 콩코드지방 근처의 월든호가 있는 곳이었다)까지 렌트카로 이동하는데 적당히 밟았는데도 10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했다. 아마 400이나 500킬로쯤 떨어졌던것같다. 한국의 서울-부산 거리보다 더 먼것 같았다.
무슨 산맥이었는지 로키산맥이었나 아무튼 커다란 산맥이있었고 서울처럼 번잡한 뉴욕이나 워싱턴시내를 제외하고는 내가 여행한 지방은 한적한 편이었다.
한국의 고속도로 느낌이나는 국도였던것 같은데 과속단속 카메리가 없어서 운전하기가 한국보다 편했다.(빨리빨리 민족 한국은 과속의나라)
세계최강의 문명국이라는 미국, 넓은 땅과 커다란 산맥과 문명을 가진 미국. 22번체이서 영화에선 어느 인디언출신 체이서(렉카)는 이렇게 말한다. "문명이란 뼈위에 세운 도로같은 거야.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댓가를 치러야해"
세계최강의 문명국에 대한 나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뉴욕의 미국사람들은 친절하고 상냥했고 개들 마당의 다람쥐들과 공존하며 살고있었고 의외로 거리에 수백년쯤 된 나무들도 많았고 사슴 너구리같은 동물들도 거리에 돌아다녔다.
월든호는 자그마해서 한바퀴도는데 걸어서 두시간도 채 안걸리는것 같았다. 근처의 여관이나 홈스테이에 에어비앤비어플로 숙소를 잡고 월든호주변에서 며칠 머물다가 근처 스키장에가서 스키를 탔다.
어느식당에선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요새 한국에서 5만원짜리 한우스테이크 먹으면 컵라면 작은거하나 먹는것보다 포만감이 덜한것과 대조적으로 대략2만~3만원주고 먹은 스테이크 양이 한국의3배쯤 되는것같았고(500~700g?) 맛도 있었다. 당시 기름값은 리터당 700~800원정도로 한국의 50%수준이어서 이정도면 (스테이크값과 기름값만볼땐) 지낼만하겠다는 생각이들었다.
대체로 구름끼고 흐린겨울 날씨와 대체로 한적한 풍경들이 혼자 여행하는 적적함에 적당히 잘 어울렸다. 입국초와 귀국전에는 미국에사는 여성지인하고 한국인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그래서인지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서 사는 미국이란 나라가 크게 낯설지않았던것 같다.
잉그리드라는 스웨덴출신 20세기의 영화배우는 스웨덴에서 결혼해서 애도 낳았지만 영화와 연기에 대한 열정이있어서 영화찍으러 여러나라들을 떠돌아 다니다가 미국에서 어느 영화감독과 재혼하여 애를 다시 세명인가 낳았는데 한국에선 다소 포용하기 어려운 여성상이긴 하지만 나에겐 친근했다. 한국이 한국보다 다소 자유롭게 총기도 허용되고 매춘도 허용되고 사람들이 이혼 재혼도 많이하는 미국과 많이 다를것 같지만 내가 성장한 유교집안에서도 어릴때 집안 큰아버지들이 "남자가 살면서 여자 두명정도 후리지 못하면 그게 남자냐" 는 아직 첩의 개념이 남아있는 말을 하셨던점에서
주로 흑인들이 많긴해도 화가나면 총도 쏘고 사랑할만한 상대가 나타나면 기존 가족관념이나 사회의 시선, 금기문화도 무시하고 국경같은건 생각치도 않고 사랑을 나누기도하는 잉그리드같은 여배우나 많은 미국인들이 내가 자라왔던 한국의 유교집안 풍경과 크게 다른것같지 않았고 오히려 정겹기까지 했다.
인간의 욕망과 금기문화, 법과 제도와 윤리와 도덕을 어느수준까지 이해하고 적용하면서 사는지 국가별로 지역별로 개인별로 편차가 매우 큰데,
마르크스의 사회-공산주의가 얼핏보면 평등소유와 분배라는 이상적인 사회를 그리는것같지만 소련 북한등 대부분 나라에서 실패한점만 보아도
인간 사회는 인간의 욕망을 가진 발전도상의 동물적인 면을 이해하지 않고는 어느사회든 이해나 적응이 어렵고 나처럼 같이 놀아주는 상대도없이 사회부적응자로 혼자서 떠돌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외국여행지는 미국이었는데 처음 외국여행지는 영국이었다. 스물한살때 영국공항에 처음 내렸을때 비행기에서 갑자기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며 공항의자에앉아서 스스로에게 이런 물음이 들었다.
'나는 여기 왜 온거고 이제 (한달동안) 어디로 가야하나? 나의 동기는 무엇인가?'
수십년이 지나 다시 모국인 한국에서 남쪽으로 여행하는 길에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어쩌면 아직도 마크르스가 생각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사회-공산주의 수준의 이상적이고 공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답 이외에 현실적인 답은 찾지 못한것같다.
(인간의 모든 행위, 모든 문화들은 어쩌면 심심함 고독함 외로움 허전함에서 비롯된것이 아닐까? 고요의 완전함을 깨려고 섹스도하고 전쟁도하고 사회를 이루어 온갖 인간활동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뭔가 미흡한 답인것같다)
여배우 잉그리드가 날 만났다면 아주 좋아했을것 같은데 그 이유는 잉그리드가 어떤 음악이 왜 좋냐는 질문을 받았을때 '너무 엉터리여서'라고 답했기때문이다. 나의 뚜껑에서 얼마전부터 비가새는 차, 오래되어 과속하면 탱크소리가 나는차, 여행올때 여분을 챙겨오지않아 물에젖은뒤 한쪽만 신은 양말, 스러져가는 직접지은 오두막 등을 보면 분명 좋아할게 분명하다. 어느 건축사지인은 내 오두막에 와보더니 태풍이오면 날아갈수 있다며 기겁을 하고 또다른 여성지인은 오두막옆에 커다란 개울이 있어서 장마철되면 오두막이 떠내려갈것처럼 보였는지 자긴 다시는 내 오두막에 안놀러온다며 가서 그 이후로 소식이없지만 어딘가 미국의 월든호주변이나 스웨덴이나 아직 나처럼 엉터리 현실외엔 그럴싸한 답을 현실에서 찾지못하거나 엉터리를 좋아하는 이상한 취향을 가진 극소수의 사람들은 한적한 여행길에 만나 정이든 까마귀나 새나 들쥐처럼 나의 차와 일상에 애정을 가질수도 있을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