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가가 될수 있다면 세상 무엇도 부러울것 없을것 같다고 여러번 생각했다.
중학생때 매주 월요일이었을거다. 일주일에 한번 아침마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조회를 했는데 교장선생님이 "오늘은 짧게 말하겠다"며 연설을 시작하기 전 나는 조회대로 나가 대표로 상을 받는 학생이었다. 성적우수, 모범상, 과학경시대회상, 글짓기상 등등. 터지기 시작하는 봄꽃처럼 툭하면 상을받던 어느날, 선생님께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학교공부가 재미가없을뿐더러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그럼 학교안오고 어디로갈거며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할거냐 반문하셨는데 부모님에서 막혀서 자퇴하겠단 생각을 접고 순순히 중학교를 다니고 졸업도했다.
고1때 3월인가 첫모의시험에서 전교3등을 끝으로 학교공부를 2년간 접고 날 이해못하는 모친과의 전쟁을 시작하며 알아서 할테니 간섭하지말라고 선을 그은뒤 그동안 읽고싶었던 책을 읽었다. 내신은 10점이나 20점짜리 과목들이 나오고(100점만점) 평균 50점쯤 떨어져서 고교 내신점수는 평균 40점이나 50점쯤 되었을거다. 입시로 유명한 학교여서 매일 숙제가 있었고 매일 숙제를 안해가서 매일 빠다(당시 체벌이 있던 학교문화)를 맞았다.(몸빵)
고2때였나 하루는 책을읽고 노트정리를 하고있는데(교과서가 아님 수업과 무관한 책) 같은반 친구한명이 오더니 궁금한게 있다며 질문을 했다. 친구왈, 이런 책들은 나중에 대학가서 읽으면 안되는거냐고 지금 더 중요한건 입시공부가 아니냐고, 넌 머리도 좋은것같은데 왜 학교공부안하고 딴책을 읽는거냐고. 난 답했다. 응, 나한테 지금 이게 더 중요해.
시간이 정지한것같은 세상, 세상과 나란존재가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현실과 꿈을 구분할수 있느냐는 문제, 구분하는것이 의미있느냐는 문제, 나란 존재는 무엇이며, 세상은 무엇이며 나와 세상, 우주는 착각이 아니라 정말있는 것인지, 있는거라면 인간이 정확하게 아는게 가능한것인지? 삶의 의미와 목표는 무엇인지, 등. 나는 이렇게 드넓은 바다 해류에 어딘가 바다가운데로 둥둥 떠밀려가며 커다란 육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섬에라도 닿고싶은 심정으로 표류하는 중이어서 다른것들은 안중에 없었다.
시간에 대해서는 과학자들뿐 아니라 꽤 여러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단 점을 느끼고는 한다. 평탄하게 흐르는것 같지만 어쩔땐 느리게, 어쩔땐 쏜살같이 흐르기도 하고 어느날 이미 겪었던듯한 느낌, 혹은 미래어느날 겪을듯한 예감이 일어나기도하고, 가끔은 시간이 정지한것 같은 느낌을 받는경우도 있다. 순조로운 흐름이 아니라 역류와 정지와 폭류가 뒤섞인 난류라는걸 느끼기도 하는것이다.
어떻게였는지는 몰라도 고등학생때 나도 세상이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것들이 움직이고있지만 동시에 시간이 정지된상태??
세상은 외부의 세상인 객관과 그것을 인지하는 주체인 주관으로 크게 나눌수 있는데 얼핏보면 객관인 세상과 주관인 내가 분리되어있고 내가 세상의 모든걸 마음먹는다면 정확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본질적인 차원에선 주관과 객관이 완전히 분리되지않고 연결되어있어 하나의 몸이라는 것이 여러 동서양의 현인들이 알아낸 사실이다. 시간과 공간(좀더 정확히 말하면 시공간)이란 환상이 될수도 있다는것.
작가는 위대한 직업이다.
글 몇줄로 세상을 바꾸어놓기도한다. 어떤 글을 읽고나면 그 전과는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읽은사람도 그 전과는 달라지게된다. 사회에 살면서 사회에서 벗어나있거나 벗어나있으면서 하루에 발담그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를들어보자. 사람들은 보통, 대통령이 대단한줄 알고있지만 나란 작가의 한줄평- '지금 대통령은 비리무능부패이므로 닭장안의 쥐보다 못한 존재다' -을 보면 순식간에 쥐보다 못한 전혀 부러워할게없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마는것이다.
물론 세상과 사물을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어서 어느 작가의 관점이 전부이거나 절대로 옳다라고는 말할수없다. 하지만 중세과학의 천동설 외에도 갈릴레이의 지동설이 지구를 설명하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여 요새도 사용되고 있듯, 작가들의 관점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세상을 보는 요긴한 안목과 자세와 느낌과 방법을 제공해주고는 하는 것이다.
나는 현재 구독자 14명인 발전도상의 작가다. 발전하는게 맞는가? 스스로는 아니더라도 작가가 여전히 대단해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것, 자신의 목표와 꿈을 닮게 되어있다. 그런것이다.
종종 아직 잘 모르는 작가님들은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못보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중 하나가 지구로 내려와 활동하고 있다면 그게 나(너, 당신, 작가)라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밤이 늦어서인지 말이 잘안나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