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을 보다
2년 전. 지금의 동네로 이사 와서, 몰랐던 길을 발견한 일이 있다. 대부분의 차들이 통행하는 큰길 말고, 아파트 뒤편에 난 작고 조용한 길.
'000로'라는 이름의 이 길은, 2km 정도 되는 짤막한 길로, 신호가 하나도 없어 주의를 요하며, '000호텔'로 통하는, 제법 이국적인 느낌의 길이다.
000호텔은 전에도 여러 번 가보았지만, 000로를 따라 간 건, 이사 온 다음의 일. 어느 토요일 오후였던가. 차를 타고 2분 여를 달려, 마치 첫날처럼 000호텔에 도착했다.
신속했다. 신선했다. 신박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그날 그 길이, 그 짧은 여행이, 그후 나와 000호텔을 부쩍 가깝게 만들어버렸다.
목적지가 같더라도, 경로는 다를 수 있다. 경유지 또한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우리 앞엔 언제나, 저마다 난, 무수한 '길'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나는, 목적지 혹은 목적보다, 경로나 과정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느냐.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 또 어쩌면 후자가, 삶의 전부일지 모른다는, 선 넘는 생각도 한다.
아마 직업과도, 인생과도,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 꿈에서도, 꿈을 꾸던, '직업 카피라이터'가 되었을 때. 내 앞에 놓인 건, 그저, '길'이었으니까. 내 가슴이 시키던 '송라이터'를 자처했을 때에도, 나를 찾아온 건, 그저, 갈래갈래의 '길'이었으니까.
하고 보니 우리 가요에도, '길'을 다룬 노래들이 참 많다. 보석 같은 노랫말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별처럼 수많은 그 '길'들을, 하나씩 차분히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