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명품

명품은 공짜다

by 포동이

한창 외모에 관심 많던 어릴 적 어느 날, 어머니의 새 머리핀이 눈에 들었다. 평생 이렇다 할 '내 것'이라곤 살 줄 몰랐던 어머니. 머리핀은 분명, 신상 명품 같았다.


어디서 샀냐고 여쭤봤다. 00마트, 3천원. 내 착각이었다. 덕분에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비아냥이 있기 오래 전, '명품의 완성은 사람'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한결같은 소비패턴과 달리, 어머니는 명품을 사랑하는 분이셨다. 명품 사는 게 나쁜 거냐는, 나의 논객 같은 질문에도, 전혀 아니라고, 얼마든 '돈 벌어서' 사라고 하셨다.


나 역시 명품을 사랑했다. 밥은 굶어도, 옷은 산다는 기조 아래, 소위 '준명품'들을 이십대 동안 꾸준히 샀다. 몇몇 찐명품도 있었다. 벽장 속에 서랍 속에 갇혀있던, 낡디 낡은 어머니의 명품들을, '빈티지'랍시고 내 것으로 썼으니.


가족이 생기고, 가장이 되다 보니, 나 역시 어머니처럼, 많은 걸 아끼게 됐다. 몇 년 전부터 끊은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엔 택시와, 수입맥주와, 프랜차이즈 커피 등이 있다.


누가 시킨 적도 없고,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 마음이 그랬다. 아껴야만 살 것 같고, 숨을 쉴 것 같았다. 그렇게 몇 해를 지나보니,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지경에 이르렀지만.


그러나, '명품의 완성은 사람'이라는 전제에는 여전히 동의하는 편이다. 명품이 가장 빛날 때는, '근사할 때'라고 본다. 종종 멋지다는 뜻으로 쓰이는 '근사하다'는, 사실 '가깝다'는 뜻이다.


명품을 소비하는 건 자유이지만, 명품을 소화하는 건 어려운 이유다. 누군가 값비싼 명품을 걸친다 해도, 딱 그 사람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근사하지 않아서'다.


따라서 '모두의 명품'을 하나 더 추가하는 방식보다는, '나만의 명품'을 하나씩 찾아가는 방법이, 나를 더 근사한 사람으로 만들어줄지 모른다.


한강을 걸으며 '명품'을 다시 생각한다. '명품'. 좋다. 설렌다. 탐이 난다. 어떻게 하면 명품을 가질 수 있을까...?


고개를 돌려본다. 시선을 바꿔본다. 한걸음 한걸음, 명품이 있다. 하늘 위에 떠있고, 땅 위에 놓여있고,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바람결에 불어온다. 저마다 고유의 빛, 결, 색으로, 내 뺨에 부딪친다.


매일매일 걷기로 한다. 매일매일 제자리에 있어주는 명품들을, 매일매일 온몸으로 가질 수 있게.

매거진의 이전글05. 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