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어머니

보고 싶다

by 포동이

'남보다 두 배의 삶을 살았던 사람. 남보다 절반의 삶을 살고 만 사람.'


어머니의 생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9월 14일. 어제는 어머니의 생일이었다. 보고 싶었다. 그리 울적한 기분이 들진 않았지만, 그냥,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평소엔 찾지 않던 사진들을 찾아봤다. 그때의 어머니가 지금의 나보다 어렸을 적, 몇 장의 사진을 찾아, 아껴 봤다.


벌써 15년도 더. 시간은 이렇게 무심결에 흘러간다. 보고 싶다. 나 이렇게 살았다고,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다.


딸은 아니지만, 조금은 딸 같은 아들이었던 나. 어머니는 가족 가운데 유일한 내 친구였다. 귀가 따가울 만큼, 뼛속까지 내 얘길 다 꺼내도, 가만히 들어주고, 웃어주던 사람.


00여대 메이퀸에서, 졸업 후엔 000으로, 0000로 변신하다, 유학 생활을 거쳐, 한 대학에 오래 자리 잡은 어머니. 돌아보면 어머니의 생은 참 다사다난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어머니는 단 하루도, 한번도, 한 순간도, 대충 산 법이 없었다. 일과 일상, 공부와 육아, 학교 일과 집안일... 무엇 하나 놓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집안의 대소사까지, 홀로 돌파하며, 씩씩하게 헤쳐나갔다.


이따금 편지도 써주셨다. 자상했다. 고상했다. 히라가나를 닮은 손글씨 하나하나에, 다정함이 꾹꾹 묻어났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아마도, '보석'.


제대로 된 보석 하나 없던 분이, 웬 보석이냐. 어머니에게 두 아들이 최고의 보석이란 말씀을 그렇게 자주 하셨던 거다.


남보다 두 배, 세 배, 어쩌면 그 이상의 삶을 살았던 사람. 그래서일까. 비교적 짧은 여행을 마치고, 어머니는 먼저 떠나셨다.


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걸까, 아직 보내지 못한 걸까. 글쎄... 반의 반 뼘 정도는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해마다 가을이면, 불어오는 바람마다, 흩어지는 공기마다, 어머니를 깊숙이 느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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