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다가가기

가까이 더 가까이

by 포동이

대학 시절,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사진은 곧 여행이었다. 대단한 여행지가 아니라도, 틈틈이 산책하며 사진 찍는 시간이 좋았다. 서울의 공원을 주로 다녔는데, 여의도 공원, 선유도 공원, 하늘 공원이 특히 기억난다.


그 무렵, 어느 학과의 사진 수업을 발견했다. '보도사진실습'이란 이름이었다. 눈길이 갔다. 본능처럼 수강신청을 했다.


'보도사진'. 내가 알던 사진과는 좀 달랐다. 그것은 심미나 탐미의 영역이 아니었다. 한 장의 작품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에 관한 하나의 메시지였다. 마음이 갔다. 알고 싶어졌다.


한 두 번의 이론 수업을 제외하곤, 대부분 실습 위주의 수업이었다. 학생들이 한 주 동안 사진을 찍어오면,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 초기엔 내 사진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진들이 뭔가 어설펐다. 사진은 맞는데, 보도사진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악평(?)을 많이 받던 한 학생의 사진이, 처음으로 모두의 호평을 받았다. 노점상에서 요리하는 아주머니 사진이었다. 다가갔다. 도마의 질감과, 식칼의 단면과, 고기의 조직감에, 아주 가까이.


보도사진계의 전설, '로버트 카파'가 말한 '다가간' 사진이었다. '원하는 사진을 얻지 못했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아서'라던 조언에 충실한 사진이었다.


고연전-일부 지방 사투리로 연고전-시즌이 왔다. 주제 모르던 평소와 달리, 숙제의 주제가 주어졌다. '고연전 사진을 찍어오라'. 선생님 본인도 찍어오겠다 약속하셨다. 좋아. 드디어 진검승부로군.


고연전 이후 첫 수업. 정말 깜짝 놀랐다. 선생님의 사진들을 보고. 역시나 충분히 다가간 사진이었다. 멈춰있는 사진인데, 움직이는 사진 같았다. 이것이 사진기자의 클라쓰인가..?!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본 사진들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다가감의 위대함을 생각한다. 다가간다는 것.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한 일 아닐까. 사진을 찍을 때도, 사람을 대할 때도, 마음을 나눌 때도.


용기를 내어, 로버트 카파의 말을 조금 더 열어본다.


'당신이 원하는 00을 얻지 못했다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아서다'.


'00'에 사진 대신 무엇을 넣어도 좋을 것 같다. 다가갈 용기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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