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음미

어떻게 살 것인가

by 포동이

추석 연휴가 끝나간다. 본격 명절 음식은 못 먹었지만, 형과 아버지 덕분에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형과 함께 간 재패니즈 퀴진에선 눈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먹는 예쁜 요리들이 잔뜩 나왔다. 서빙해주시는 분께 셰프님이 계시냐 묻자, 그렇다고 하셨다.


천천히 먹었다. 놀며, 쉬며, 마시며, 먹었다. 그동안 형이 많은 얘길 해줬다. 그중 첫 단어는 '음미'.


형은 나를 두고 음미하는 사람이라 했다. 맛뿐만 아니라, 사람과 삶에 관해 깊이 관심을 갖고, 음미하는 사람이라 했다.


탁월하다 했다. 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날 때, 빛날 수 있는 능력이라 했다. 그러나, 우려하는 지점도 있었다.


스스로 힘든 일과 상황을 겪고 있을 때. 그때는 음미가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관심이 시기가 될 수도, 참고가 비교가 될 수도 있다고. 때로는 분노나 혐오가 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반갑게도 한 가지가 완전히 일치했다. 내가 아닌 남에게 화살을 던지는 일이, 결코 나 자신과, 나의 행복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점.


다름을 인정하며,
좋은 맛을 즐기는 정도로만 음미하자.

음미의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사람과 관계는, 거기서 끝내자.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말자.
긍정의 기운으로 에너지를 돌리자.


오늘 아침 나는, '다름'과 '변화'에 대해 생각한다. 이 우주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 나 자신밖에 없음을. 상대를 겨냥해, 내 나름의 논리와 합리를 준비한다 해도, 남은 바뀌지 않음을.


외려 남을 탓할수록, 남에게 문제를 제기할수록, 나만 더 외로워지고, 괴로워지는 게, 이 세상의 이치임을. 너는 너다. 나는 나다. 우리가 있기 이전에.


정찬과 극찬을 대접받아, 몸 둘 곳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 둘 곳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음미할 가치가 있는 곳. 음미로 행복해지는 곳. 음미가 빛날 수 있는 곳. 앞으로는 그곳에 나를.


오늘부터 다시, 음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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