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믿음

너의 종교, 나의 종교

by 포동이

주말이 지났다. 모처럼 아버지와, 아들과, 나. 셋이서 시간을 보냈다. 많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말이 오갔다...고 믿는다.


어쩌다 보니 서로 다른 종교들과 접점을 만들기도 했다. 어머니를 만난 추석 미사 이후로, 성당에 다니기로 마음 먹었고, 가까운 성당의 가족이 되었다.


가까운 사찰에도 갔다. 불자들의 불만을 살지 모르지만, 절에 가면 늘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놀았다. 걷고, 뛰고, 웃고, 절하며, 반나절 가까이 신나게 놀았다.


'템플스테이'라 적힌 골목 어귀 나무팻말을 보고, 마음이 가기도 했다. 템플스테이. 한번도 해본 적 없지만, 한번쯤 해보고 싶어졌다. 머무는 동안 아마도, '남'이 아닌 '나'를 보게 되리라.


교회에 가지는 않았지만, 교회에 다니는 분들을 만나는 일도 있었다. 그동안 내가 알던 분들과 달리, 단단했다. 건강했다. 품위가 느껴지는 동시에, 사람냄새가 확 풍기기도 했다.


각자에겐 각자의 종교가 있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우리는 저마다 믿을 구석 하나쯤 껴안고 살아간다. 만일 종교라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고, 배우고, 느끼고, 흐느끼며, 깨어난다. 그렇게 또다시 한 주를 살아갈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오늘 아침 나는, '나의 종교'를 생각한다. 삼대종교를 포함해 모든 종교를 다 믿는 나로서는, 영혼의 양식으로 종교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물론 이상종교가 아닌, 현실종교에 대한 불안은 어마어마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누군가의 종교'다.


'나의 종교'는 내가 정한다. 어떤 종교나 종파를 가질지 뿐만 아니라, 어떤 믿음을 가질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나 한 사람의 영역이다.


당분간은 성당으로 향할 것이다. 복권으로 기부하는 대신, 봉헌으로 기여할 것이다. 동의가 된다면 다닐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멈출 것이다. 또 다른 종교를 찾을 것이고, 종교가 아닌 믿음의 차원으로, 범위를 넓히기도 할 것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골 때리는 글을 써버렸음을 하느님께 고백하며... 숨 가쁠 이번 주도 부디, 너그러이 지켜봐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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