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누구인가
연습실 내 방 피아노가 고장 났다. 애초에 사운드보다 컬러에 이끌려 선택한 친구. 나이가 꽤 많은 친구였는데, 터치를 해도 잘 울리지 않는 몇몇 건반들이 아쉬운 친구였다.
조율사 분에 따르면-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는데-콘솔 피아노라 끈끈한 거라 하셨다. 때로는 '끈끈함'이 방해가 될 수도 있구나... 체념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페달이 빠져버렸다.
급하게 수리를 했고, 새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지만, 페달이 금세 또 빠져버렸다. 관리자 분과 상의했고, 새 피아노로 교체하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수입악기를 들이긴 어려운 상황이라, 국산악기 중 내가 좋아하는 삼익을, 블랙으로 요청했다. 블랙을 구하긴 어렵다 하셨고, 대신 나무 색으로 구해주셨다.
야마하 등을 제외하면 일반 업라이트 중 최상위 모델이다, 관리자 분이 말하셨다. 고급 모델이니 오래 써달라, 부탁하셨다. 반드시 오래 함께하리라, 다짐했다.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 새 친구를 만날 것 같다. 비 오는 오전이라 교체 작업이 걱정이지만, 기도하며 기다린다. 설레는 맘으로.
'악기'를 생각하다 '친구'를 생각한다. 친구는 다양하다. 오래됐거나, 새롭거나.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무겁거나, 가볍거나. 동성이거나, 이성이거나.
복잡다단한 '친구'. 그래서 영어엔 친구와 적의 합성어도 있나 보다. 그만큼 궁금한 '친구'. 내 친구는 누구인지, 이 친구가 내 친구인지, 그냥 아는 사람 정도인지, 나를 괴롭게 하는 존재는 아닌지, 서로 상처만 남기는 사이는 아닌지... 고민스럽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휴대폰을 바꾸며 백업을 하지 않아, 친구 혹은 아는 사람 번호가 없다.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한다. 너와 내가 친구인지 아닌지, 고민해볼 시간이 생겼으니. 무례한 질문이지만, 서로 생각해보기로.
당신과 나는 친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