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다정함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by 포동이

어제는 모처럼 집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중요한 회의가 줄줄이 있는 날이라, 이동 시간과 식사 시간도 아껴야 했기 때문. 열띤 회의-소위 내 아이디어 깜-이 한창이던 차, 불쑥 돌발상황(?)이 발생해 집에서 나가야 했다.


오후에도 회의는 계속됐다. 초 단위라면 거짓말이고, 분 단위로 일이 몰아쳤다. 호흡이 가빠졌다. 이건 아니다 싶어 느지막이 햄버거 하나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또다시 회의.


여섯 번이라 믿었던 회의가 일곱 번이 됐다. 게다가 마지막 회의는, 끝이 희미한 난상토론이었다. 사람 없는 카페에서 일하다, 가볍게 10시를 넘겼다. "2층 마감이니 정리해주세요", "전체 마감이니 정리해주세요", 압박이 밀려왔다.


달리 갈 곳이 없어 이젠 좀 집에 들어가 일을 하고 싶었으나, 어떤 실수 아닌 실수(?)로 들어갈 수 없었다. 카페 와이파이를 쓰고 있던 차. 10시를 조금 앞두고 판단했다. 회의가 끊어져선 안 된다. 카페 앞 야외로 나가자...


카페 앞. 다행히 와이파이는 끊어지지 않았다. 다만 공터에 가까운 공간이라 몸이 좀 쑤셔왔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무릎에 랩탑을 얹고 회의에 임했다. 밤바람에 슬슬 추워졌다. 얼마 지났을까. 회사 직원 한 분이 내게 물어왔다. "카페에서 나왔어요~?"


마음이 따듯해졌다. 대단한 의도나 의미는 없었겠지만, 그 한마디가 내 마음에 훅 들어왔다. 그 후 내 스토리를 본 누군가의 메시지 하나에도, 내 안부를 묻는 누군가의 톡 하나에도 마음이 녹아내렸다.


회의가 끝난 11시. 지쳤고 허기졌다. 하지만 뭉클했다. 문득 '다정함'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누군가는 다정함이 먹는 거냐고 따질지 모르지만, 나에겐 먹는 것, 그 이상의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다정한 말투, 다정한 표정, 다정한 행동 하나하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라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책을 읽진 않았지만, 제목과 소개를 보니, 읽어보고 싶어졌다.


오늘 아침 나는, '다정함'을 깊이 생각한다. 다정하게 살면 안 되는 걸까, 우린. 무정하게 살아야만 마음이 편안한 걸까. 무례하게 지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걸까. 생긴 대로 사는 생이라지만, 다정이 이토록 그리운 걸 보니, 다정도 병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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