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나타났다!?
칸예 웨스트(Kanye West). 정말 애증의 인물이다. 내 영웅임과 동시에 세상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싱글맘 아래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유복해 대학까지 갔다. 그렇게 탄탄한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학을 자퇴하곤 음악에 뛰어든다. 그렇게 여기저기 부딪혀가며 프로듀서로서 먼저 계약을 따낸다. 락 네이션(Roc Nation)이라는 대형 레이블에 인정을 받았고, 그 길로도 부족함 없는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래퍼로서도 인정받고 싶었다. 프로듀서 치고 랩을 잘하는 것이 아닌 아예 래퍼로서 랩을 잘한다는 이야길 듣고 싶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의 주변인들 모두가 만류했다. 그에게 래퍼로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레이블에 "나를 래퍼로도 계약할 것이 아니면 프로듀서 계약을 해지하겠다."라는 말도 안 되는 태도를 보였다. 프로듀서 칸예 웨스트를 놓치기 싫었던 레이블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래퍼로서도 계약한다. 이제 그의 청사진은 모두 완성됐다. 그의 비트와 랩으로 가득 채운 데뷔 앨범을 만들기만 하면 됐다. 이미 프로듀서로선 정평이 나 있었기에, 랩만 잘하면 히트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렇게 데뷔 앨범에 몰두해 성공을 노려보고 있던 그였지만 세상은 그가 탄탄대로를 걷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는 한창 녹음 중이던 시기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고 래퍼로서 가장 중요한 턱이 박살 났다. 말 그대로 박살 났다. 의사는 그에게 회복을 위해선 턱 자체를 재건해야 하고 다시는 랩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도 모든 사람들이 그의 커리어는 끝났다는 평을 내렸다. 랩은커녕 말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를 그가 어떻게 음악을 이어나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는 달랐다. 그는 회복을 위한 보형물과 와이어를 낀 채 턱이 부서져라 랩을 녹음했다. 발음이 뭉개지고 치료가 더뎌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고 그렇게 그의 첫 번째 히트곡인 "Through the wire(와이어 사이로)"를 완성했다. 역경을 서사로 뒤집은 그는 데뷔 1집으로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 뒤에도 그는 모두가 반대하는 것들에 끊임없이 도전했고, 여지없이 이겼다. 이런 모습은 내가 너무나도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모두가 안된다고 하는 것에 혼자 당당하게 된다고 외치며 수많은 반대를 부숴나가는 게 마치 황야의 들소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이런 멋있는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겐 씻을 수 없는 얼룩도 너무 많았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의 악연일 것이다. VMA라는 시상식에서 그녀는 트로피를 전달받기 위해 무대에 올랐고 건네받는 순간 너무 뜬금없이 칸예 웨스트도 무대에 올랐다. 그러곤 트로피를 그녀에게서 빼앗았고, 이것은 그녀가 아닌 비욘세(Beyoncé)를 위한 것이라고 외친 뒤 내려왔다. 시상식은 찬물을 확 끼얹은 듯 차갑게 식었고 그 얘기를 들은 비욘세마저도 당황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상을 받은 테일러 스위프트도 무안해 수상의 기쁨을 맘껏 누릴 수 없었다. 이 일로 칸예 웨스트는 범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 상황을 또다시 음악으로 타개했다. 그래서 그는 괜찮은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일까 사건이 있고 몇 년 뒤 그는 "Famous"라는 곡을 만들었고 그 가사를 쓰는 과정에서 그는 그녀와 사전에 협의했다. 그리고 그 논란의 가사는 결국 세상에 공개됐다.
"to all my southside n****s that know me best, I feel like me and Taylor might still have sex. Why? I made that bitch famous”
내가 테일러를 유명하게 해 줬으니 성관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니. 말이 되는 이야긴가 싶었다. 실제로 협의를 하긴 했지만 테일러는 자신을 "Bitch"라고 칭한 것과 협의 과정이 담긴 영상을 칸예 웨스트 측에 유리하게 짜깁기해 공개한 것에 분개했다. 그렇게 그는 또 한 번 그녀에게 상처를 안겼다.
이 외에도 그는 "흑인의 노예제는 그들의 선택이었다."와 같은 발언과 나치를 옹호하고 유대인들을 향한 혐오 발언을 쏟아냈던 것. 수많은 무단 샘플링 곡들. 너무 강한 정치적 행보들 등의 오명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그를 마냥 내 우상이라고 말하고 다니기엔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물론 그 과정에 있어 일부 사과가 있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신박한 트롤링을 해버리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장문의 사과문을 또 한 번 공개했다. 이번엔 삶을 전반적으로 담은 내용이었다. 아예 오랜 과거로 돌아가 1집 발매 전 사고 때까지 돌아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사고 당시 턱뿐만 아니라 전두엽까지 망가졌으나 당시 의학 기술로는 진단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망가진 줄도 모른 체 양극성 장애로 살아오며 수많은 과오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번엔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아니면 양치기 소년의 뻔한 거짓말인 걸까. 안 그래도 이번 달에 발매될 예정이었던 앨범이 사과문이 공개된 후 3월로 연기되었다. 다시 한번 음악으로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고 싶은 건지 앨범의 판매율을 위해 쇼를 하는 건지 헷갈린다. 본인은 상업성을 위한 글이 아니라곤 하던데. 누구보다 그의 패기를 닮고 싶었고 이번 사과글은 어느 때보다 구구절절했기에 믿고 싶지만 사람이 하도 속다 보니 이젠 믿을 수 없게 된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양치기 소년은 이야기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진실을 외쳤고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 이야기의 교훈은 사람이 계속해서 거짓을 말하다 보면 나중엔 진실을 얘기해도 믿지 않으니 정직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칸예 웨스트는 이 교훈도 주려나 보다. 부디 그가 이번 사과만큼은 진심이길 바라며 나 또한 정직하게 살아야 된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