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시험 삼아 툭툭 쳐보는 질문에 구멍이 숭숭 뚫리면 곤란한다
숫자는 비즈니스의 언어다. 다만 회사에서 별 생각없이 숫자를 쓰다가 잘못되는 경우, 당신이 힘들게 쌓아 온 신뢰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직장에서 숫자 쓸 때 주의해야 할 점 세 가지를 알아보자.
첫째, 산수 틀리지 마라. 가장 기본적이지만 실수가 많은 부분이다. 각 항목을 다 더해봤는데 100%가 안된다든지, 같은 자료를 인용하면서 앞 페이지와 뒷 페이지에서 숫자가 다르다던지 초등학교 산수 실력만 있으면 발견 가능한 실수인데도 회사 생활 하다보면 매우 자주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꼭 임원들 중에는 암산 빠른 사람이 한 분 있어서 '저거 다 더해봤는데 숫자가 안맞는데요?'라고 공개적으로 집어낸다. 아무리 꼼꼼한 사람이라도 평생 오타 한 번 안낼 수는 없듯이, 계산 실수도 완벽하게 예방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실수가 전체 보고서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마지막 단계에서 두 번, 세 번씩 숫자 실수가 있는지 체크하자.
둘째, 수치를 사용할 때는 그 정의를 명확하게 이해하라. 어느 회사나 사업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로 정해서 관리하는 수치가 있다. 이런 Metric을 보고할 때는 분자가 무엇이고 분모는 무엇인지, 또 분자 및 분모에 들어가는 숫자는 어느 시점에 걸쳐 어떻게 계산된 수치인지 그 정의를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 가령 마케팅 부서에서는 지출한 광고비 대비 매출이 얼마나 생겼는지 보기 위해 ROAS (Return on Ad Spending)를 계산할 것이다. 간단히 쓰면 ROAS = (광고로 발생한 매출)/(광고로 지출된 비용)일텐데 여기서 특정 제품에 대한 광고를 집행하던 기간에 발생한 전체 매출을 분자로 잡은건지, 아니면 더 정교한 계산 방식으로 실제 그 광고로 인한 매출만 트래킹 해서 발라낸 것인지 등을 확실히 알고 저 숫자를 보고서에 넣어야 한다. 가능하면 작은 글씨로 주석에라도 적어두면 좋다. 이런 과정 없이 대충 숫자를 썼다가는, 그 의미에 대한 상세 질문이 들어오면 정말 난감해진다. 상대방이 시험 삼아 툭툭 쳐보는 질문에 구멍이 숭숭 뚫리면 곤란하다.
셋째, 다른 숫자와 비교를 해라. 누가 당신한테 "이번 코로나 기간 동안 미국에서 접속한 유저가 총 13만 8천 명입니다.", "해당 제품 이번 달 매출은 5600만원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치자.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는거지?'. 이게 코로나 이전 대비 몇 명이 늘어난 것이지, 해당기간 동안 경쟁사 대비 얼마나 많은 것인지 비교를 해주어야 비로소 그 숫자에 의미가 생긴다. 이번달 매출이 5600만원인 것은 좋은 뉴스일 수도 나쁜 뉴스일 수도 있다. 전월 매출, 작년 동월 매출, 경쟁사 매출, 이번달 비용구조 등을 알아야 비로소 그 숫자가 우리 회사에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회사 자원을 배분해야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꼭 기억하자. 비교 대상이 없는 데이터는 별 가치가 없다.
데이터 기반 경영 시대에 잘 정리된 숫자는 훌륭한 보고서의 핵심요소이다. 힘겹게 정리해서 도출해 낸 데이터들이 단순 계산실수나, 정의에 대한 오해나, 비교 대상 포인트가 없어서 빛을 발하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대기업 임원들이나 컨설팅 회사의 파트너들도, 큰 보고를 앞두고 장표를 훑어볼 때는 숫자 실수부터 체크한다. 보고의 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각 장표에 나타난 숫자들의 의미와 논리가 해당 페이지의 핵심 메시지에 부합하는지도 살펴본다. 그게 결국 그 보고의 뼈대이기 때문이다. 숫자 쓸 때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훨씬 훌륭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 직장생활 어드바이스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 많은 컨텐츠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원문 링크 : 직장생활 어드바이스
(https://www.workadvice.biz/post/00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