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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응 Mar 24. 2017

우린 어쩌다가 터키 방송에 나오게 됐을까

Lisinia 캠프 그리고 두 한국인

우리가 터키 방송에 나오다니!!


Q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나요?
workaway에서 라벤더와 로즈가 있는 농장 사진을 보고 반해서 오게 되었어요.
Q Lisinia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요?
늑대 울음소리, 새소리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금세 여기 있는 동물들과 사랑에 빠졌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이곳을 통해 workaway의 재미에 푹 빠졌죠. 앞으로 유럽을 돌며 이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거예요.  


Lisinia 캠프의 아침, 오늘은 어떤일이 우리를 기다리나


Lee!! Young!!!


오전 9시 30분.

Fatma가 우리를 부르면 그때부터 정식 일과가 시작된다.

그전에 아침을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

농장일을 하면 금방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세수나 양치쯤은 패스하기도 한다.

바로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Fatma!! 나 잘하고 있는거 맞지?


이번 작업은 올리브 나무 가지자르기다.

올리브 열매를 많이 수확하기 위해 잔가지들을 쳐내는 과정으로 캠프에 새롭게 합류한 터키인 봉사자 Dilrara도 함께 했다.

처음 보는 올리브 나무가 신기했던 것도 잠시.

3시간쯤 지나자 수 없이 반복된 가위질에 손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또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탓에 옷을 껴입은 우린 햇살이 따가워지자 땀을 주룩주룩 흘리기 시작했다.

전에 터키 친구가 해준 말이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터키에선 날씨와 터키 여자를 믿지 말라'

애꿎은 올리브나무에 분풀이를 하며 점심시간만 손꼽아 기다렸다.


쉐프 Freddy의 고기 같은 야채 요리


온 이키(12시), 점심시간이다.

적당한 허기감, 따뜻한 햇살, 향긋한 티

하루 중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이곳 캠프의 매니저인 Freddy는 유러피언과 아시안을 모두 만족시키는 퓨전요리의 대가다.

또 야채만 가지고 고기 같은 든든함을 느끼게 만드는 매직 레시피의 달인이기도 하다.


동물프로젝트의 뿌듯함


점심식사 후 행복한 티타임,  그들이 왔다.

카메라를 매고 등장한 두 남자는 각각 이 지역의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나왔다고 했다.

치료를 마치고 방사되는 매를 촬영하기 위해서다.

우리도 함께 가지고 하기에 휴식시간을 늘려볼 요량으로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새장에서 매를 꺼내 한참을 얘기하더니 하늘 높이 날려주었다. 아마도 어떻게 해서 캠프에 오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Freddy에 따르면 이곳은 사냥이 가능한 지역이라 총에 맞은 새들이 많은데 이 매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잘 가. 다신 여기 오지마!


"잘 가~ 다시는 여기 오지 말고 잘살아!!"

매가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괜히 우리가 뿌듯해졌다.

이런 게 동물보호 프로젝트의 보람 아니겠는가.


요가를 마치고 누워있는 Lee에게 안기는 행복이


무뚤루~~

그때 바닥에 앉아있던 Lee에게 강아지 무뚤루(행복이)가 안겨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그걸 본 그들은 사진을 찍어댔고 우리에 대해서 마구 물어보기 시작했다.

터키어라 이해를 할 수는 없었지만  중간중간 '코레 코레'가 반복된 걸 보면 우리 얘기가 확실했다.

그리고는 우리를 인터뷰하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왜 하필 오늘이냐고!'


피부는 검지만 한국에서 왔어요


지저분하면 어때?

workaway중인 여행자가 너무 단정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되었고 터키어와 영어를 할 줄 아는  Dilrara가 통역을 맡았다.

우리가 왜 이곳에 왔으며 이곳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을 질문했고 아는 영어를 총동원해 대답했다.

아마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터키인들에게 우리는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여보! 좀 자연스럽게 해봐


"갑자기 방송이라니!"

"외국인 노동자처럼 나오는 건 아니겠지?"

"뭐 어때! 이때가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

사진을 찍는 중간 우리끼리 한국어를 주고받았다.


workaway의 즐거움, 모두함께 웃는다


나중에 우리끼리 한 얘기지만  Dilrara 통역도, 우리의 영어도 완벽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이곳으로 온 한국인 부부라는 소설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방송 더 기대가 된다.

workaway로 여행을 하는 덕분에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특별한 손님이 된 우리.

우리의 여행이 더 소중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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