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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응 Mar 25. 2017

돈이 아닌 우리의 노동력으로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workaway, 진짜 여행을 맛보다

하찮은 우리의 노동력이 진짜가 되는 순간


Lisina 캠프
노동 시간: 하루 5시간 주 6일
노동 종류: 농사, 동물 돌보기, 요리, 청소 등  
필요 기술: 찾아서 일하기, 함께 어울려 일하기
노동 대가: 아늑한 나무집 숙소, 고기 같은 채식 음식  


우리의 농사 선생님인 Fatma와 함께 오늘도 일 끝!!


workaway??

workaway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치앙마이에서였다.

라오스에서 꽤 많은 여행경비를 도둑맞은 우리, 이러다간 유럽에 발도 못 붙이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판이었다. 그때 우리의 푸념을 듣던 미국인 장기 여행자 커플 Kahla와 Casey가 제안해 준 것이 바로 workaway!

Kahla와 Casey는 1년이 넘게 히치하이킹과 workaway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지에서 일을 하고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받는다니!!

'현지인을 만나고, 현지인처럼 살아보자'는 우리 여행의 취지와 이보다 더 잘 맞는 게 또 있을까?


우리의 workaway 프로필 사진, 지금과는 너무 다르다


그날부로 workaway에 가입했다.

가입비로 우리의 10일 치 생계비를 내야 했지만 앞으로 우리가 아낄 수 있는 돈을 생각하니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라오스에서 돈을 도둑맞은 것도 어쩌면 workaway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다른 여행자로부터 알게 되는 것이 참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브런치'이기도 하다.


우리의 저녁시간, 9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저녁 시간은 workaway와 함께...

workaway로 여행을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workaway에 투자해야 했다. 프로젝트를 찾고 이메일을 통해 호스트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모든 과정이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중 '책상 영어' 강한 Lee가 주로 인터넷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생활영어'에 강한 나는 현장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영어공부 좀 열심히 해둘걸

대신 workaway를 시작한 덕분에 저녁마다 장작난로가 있는 터키식 텐트에 앉아 글도 쓰고 책도 보며 각자의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둘만의 이력서를 쓰는 기분.

우리가 참여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호스트의 선택을 받으려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했다. Lee는 신뢰감을 얻기 위해 7년간의 보안회사 경력을 적었고, 청소에 자신 있다며 호주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강조했다. 또 Lee는 누구보다 성실하지만 이건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나는 마케터로 일했던 경력과 6명의 조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식조리사 과정! 여행을 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대접할 목적으로 들었놨던게 이렇게 쓰일 줄!!한식의 세계화를 믿어보는 수밖에...


매니저 Freddy가 가장 단정했던 순간!! 누구냐 넌?


첫 번째 초대 메일을 받던 순간 우린 감격했다.

3~4군데 정도에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매력이 없는 걸까 걱정하고 있을 때 Freddy로부터 메일이 왔다. 끝없이 라벤더가 펼쳐진 농장이라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고기 귀신인 나는 '채식 식단'이 맘에 걸리긴 했지만 일단 workaway를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렇게 우리의 첫 workaway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Lisinia캠프에 온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우리는 그동안 파이프 모으기, 올리브 가지자르기, 향나무 열매 기름 짜기, 장작 모으기, 장보기 등의 일을 했다.

매일매일 현지 음식을 배우고 함께 요리하며 나의 요리 실력도 부쩍 늘었다. 현지인들과 땀 흘리며 일한 뒤 먹는 밥맛을 다른 여행자들도 알까?

하루 종일 일정을 짜서 유명 관광지와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 대신 일하고 배우는 여행을 선택한 우리는 지금 진짜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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