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확인하라
어렸을 때 빌려본 만화 중에
미녀는 괴로워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아중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원작이 있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원작 만화는 영화보다 다양한
때로는 웃기고 슬프고 깊은 면이 많았다.
적어도 어릴적 내가 봤을 땐 그랬다
수많은 장면이 있지만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매일 나의 일상에 늘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화장실과 관련된 에피소드다
주인공이 미녀로 거듭난 후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어디를 가도
전과는 180도 다른 대접을 받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살짝 사회의 얄팍한 면을 보여주는데
중요한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그 차이에서
좌충우돌하며
어른으로 성장하는게 포인트인데
내 일상을 늘 따라다니는 장면은
다름 아닌 화장실 신이다
미녀가 된 주인공은
원래 미녀인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되는데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서
늘 그렇듯 뒷정리를 하려다가
난 미녀인데 이런건 안해도 돼
추녀일 때의 습관 따윈 버려
라며 오히려 머리카락이며 각종 털 같은 것들을
욕조나 타일에 보란 듯이 전시하고 나온다
그러다 원래 미녀인 친구와 어떤 일을 통해
친구가 자신이 당황할까봐
뒷정리를 해주고 그 후에도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다는 갈 알게되는데
단순하고 뻔한 교훈을 주는 장면인데
나에게 이 장면이 깊게 남는건
아 화장실이나 욕실을 쓰고 나면
꼭 뒷정리를 해야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깊게 새겨줬기 때문이다.
요새도 샤워 후 뒷정리를
매번 빠뜨리지 않는 편인데
한국 아파트 욕실엔 변기도 같이 있으니
변기도 매번 체크하게 된다
변기에 대해선 만화 말고
다른 강렬한 장면을 이야기 하려한다
아... 이게 아닌데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거 같은데... 여기서 그만 읽는게 좋을 수도 있겠다
더 읽기로 하셨다면
미국에서 놀러 온 친구가 우리 집에 몇 주 동안 묵었는데 그 친구가 이모네 놀러 간다며
이모가 나한테 고맙다며 밥 사신다고 하셨다는 거다
그래서 친구와 이모님이 사시는 아파트에 갔는데
친구의 사촌도 와있었다
이모는 아이들 학원에 픽업 간 상태라
아파트엔 우리 세명
친구의 사촌은 성악을 전공한
잘 웃고 따뜻한 인상에 건강해 보이는
나 보다 두살 아래 여자친구였다
한참을 셋이서 놀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문을 열었는데
거기에 곧 하늘로 승천 할 것 같은
용맹한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범인은... 아마도
이야기 중간에 화장실로 사라져 한참 만에 나온
그 사촌일텐데
나는 그 때 그 장면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지금도 다른 사람 집에 가면
화장실 쓰기 전에 망설이는 버릇이 생겼다
그 건 정말 용에 가까운 구렁이었고
그 후로도 그런 건 본 적이 없었고
화장실 쓰고 난 후 뒷정리는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정말 필요하다
이걸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