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든 같은 하루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은 작고 오래되었고 시골의 느낌이다.
게스트하우스 반경 1킬로 안에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하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레토르트 식품들을 산 후에 식당에 들어섰다.
금수 식당
손칼국수 전문이라는데 손칼국수는 안된다고. 신문과 티비를 동시에 즐기시던 아주머니를 옆에 두고 메뉴를 고민했다.
여행지 그것도 제주. 메뉴는 회사 점심 시간의 그것. 김치찌개 순두부 찌개. 그래요 김치찌개 주세요.
근데 여기가 조금은 더 특별한 이유는 여기 이름이 금수 식당이기 때문이지.
내 가방엔 미야모토테루의 금수가 있기 때문이지. 이번 여행을 위해 아껴둔 소설.
컵라면과 고요와 금수.
저녁먹고 누워서 책을 보는데.
그제 밤 엄마 말이 떠올랐다.
"배부르게 먹은 것처럼 오늘 보름달은 유난히 크고 둥그렇네. 예쁘다."
"아... 피곤해. 나 잘게."
난 왜 같이 보름달을 안봤을까. 제주도에 가니까 이틀만 참으면 되니까. 하루 하루를 놓치면서 이게 뭐냐라는 생각을 제주도 첫날 밤 게스트 하우스에 누워서 하고있다.
온돌방이라 등이 베긴다. 오늘은 무슨 달이려나.
제주의 밤하늘. 일곱시가 조금 넘을 때 부터 하나 둘씩 반짝이는 별이 아홉시가 된 지금 한 반 학생들이 다 모인 것 같다. 친구가 옆에 있다면 별자리를 알려줬을텐데. 지난번 북극성을 알려줬던거 같은데 어느 별인지 모르겠다. 고개를 젖히고 가만히 하늘을 본다. 가장 빛나는 별들 사이로 희미하게 가는 빛을 내는 별들이 보인다. 무심코 볼 땐 안보이던 별들이 있다. 내가 보지 않아도 밝은 별들 뒤에 가려져도 거기 있다. 나도 누가 박수치지 않아도 궁금해하지 않아도 살고 있다. 저 별보다 가늘게 흔들리면서 아직은 빛나고 있다. 작아지기 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함부로 이야기하고 단정지었던 것들이 조금씩 보인다. 작아져야 보이는 게 있다. 더 작아지면 그 나름으로 또 새로운 것이있겠지.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답답하고 두렵다. 작아지다가 사라질까봐가 아니라 그냥 한순간에 멈출까봐. 근데 멈춰도 잠깐 멈춰도 자세히 바라봐 주면 희미하게 다시 빛날 수 있지 않을까. 하나님. 제가 희미해져 사라질거 같이 흔들려도 지금처럼 계속 지켜봐주세요. 작아져도 없어지지 않도록 그 자리에서 아름다울 수 있게 주님이 보실 때 빛나고 있도록 제 손을 잡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