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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My Today Mar 30. 2023

23년. 사분의 일을 보내며

나를 소중히 대하는 연습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백번 넘게 하고, 22년인지 23년인지 헛갈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기까지 왔다.


여기란 어디인가?

일 년을 4 등분하여 분기 단위로 목표를 세우고 추궁받고 결산하고 다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회사원 챗바퀴에서 본 지금은 어디인가


일 년의 사분의 일
일 년의 25%
겨울이 끝나고 봄


연말엔 내년부터는 진짜 잘해봐야지라는 변명인지 다짐이 통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선 우리는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마주한다.


현실은 언제나 짜릿하다
이룬 것도 없는데 이미 지치고
남은 시간이 내놓을 결론을 미리본 느낌

자자. 저금만 진정하고 숨을 고르자.

분명 작년보다 더 짜릿하게 시간이 빠르다.

그런데 올해의 1분기는 다르다.

사분의 일 지점에 서서 본 올해의 미리 보기는 다르다.


나는 나아가고 있다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나는 내 하루를 소중히 대하고 있다


꽉 짜인 일상이라서 답답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

빽빽한 스케줄이다. 그런데 내 고민들이 닿은 계획이다. 출근길 셔틀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들리는 점심시간 도서관에서, 퇴근 후 저녁식사 시간에서 나는 나를 아끼고 가꾸고 있다.


가꾸고 있다. 나라는 나무를 정성 들여 돌보고 있다.

아직 뭐가 열린 것도 아니고 꽃이 핀 것도 아니다.

남들은 내가 나무인 줄도 모른다.

그런데 그럼 어때?

나는 분명 자라고 있고 단단해지고 있다.


사과가 열리는 날을 기대한다. 매일매일 기도한다. 하지만 사과 없이도 충실한 날을 내 손으로 만들고 있다. 그냥 나무인 자체로 소중하다.


하루하루 열심히 점을 찍는다
그리고 이 점들이 이어져
나는 어딘가로 간다
이건 어쩌면 여행일지도 몰라


새벽에 눈이 떠져 쓰는 글은 역시나 어딘가 조금(설직히 아주 많이) 평소 내 언어와는 결이 다르다.

그리고 어딘지 모호해서 다시 읽으니 이걸 지워 말아 싶기도 하다.


지금이 뭔지 모를 부끄러움은 어쩌면 진짜 내 모습을 마주하는데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진짜는 잘 포장된 패키지와 규격으로 도착하는 게 아니니까.


내일 아침에도 생각해야지.


나는 나무다. 나는 자란다. 나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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