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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해외취업 도전기 - 프롤로그

나는 어떻게 밴쿠버에 오게 되었나


“Congratulation your offer!”


몇 달 전에 받은 메일의 제목이다. 메일을 받고 기뻐서 와이프와 같이 손잡고 방방 뛰었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어느 덧 오퍼 협상과 이민에 필요한 서류 준비, 이삿짐 싸기, 퇴사 등등 두 번 하고 싶지 않았던 복잡한 일들을 대부분 마치고 2주 뒤의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이직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밝히고 많은 질문들을 받았다. 어떻게 지원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오퍼를 받았는지? 가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가면 이제 안 돌아오는 것인지? 등등… 생각보다 사람들이 해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어떤 질문은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 또한 많았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런 간단하지 않은 질문들에 간단하지 않은 대답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고 싶다.


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개발자는 많지만 그 중 상당수는 현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바로 취업한 유학생들이고, 한국에서 바로 현지에 취업하는 케이스는 흔하지 않아서 이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나의 여러 상황들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완벽히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해외 취업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상의 다른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듯 내 경험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한국에도 좋은 회사들이 많이 있지만, 중국의 인터넷 커머스들이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트래픽을 처리하는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크지 않음에서 비롯되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3년 전 어떤 스타트업에서 카카오로 이직한 후에 나를 엔지니어로서 가장 많이 성장시켜준 것은 작은 회사에서는 처리할 기회가 없었던 규모의 트래픽과 데이터를 다루어 볼 기회가 생겼던 것이었다. 큰 회사의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갈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 그런 충격적인 경험을 해본다면, 카카오가 3년간 나를 성장시켜준 것처럼 내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용자들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그들의 거대한 영업이익 중 상당 부분을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인건비로 재투자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좋은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후한 연봉과 사이닝 보너스는 물론이고 회사 주식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RSU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가치를 올리면 내가 받는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니 열심히 일하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도 엔지니어들이 다른 직군에 비해서 더 후한 대접을 받는 편이긴 하지만 더 나아질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는 개인적인 레벨에서 대안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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