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필요 없다. 우선은 나부터 살고 봐야 한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12월에 접어들면서 이런저런 아쉬움과 더불어 송년회 약속도 정신없이 밀려들어오는 때다. 요즘은 송년회 문화가 많이 바뀌어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관람하며 건전하게 보내는 회사들도 많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모두가 대동단결해서 술 마시는 문화가 대세인 듯하다. 공연을 관람하던 음주가무를 즐기던 송년회는 필히 참석해야 하는 의미 있는 자리인 만큼 사전 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송년회를 준비하는 센스는 딱 3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유비무환(有備無患), 과유불급(過猶不及), 유종지미(有終之美)다.
일정을 미리 체크하지 못해 팀 송년회 일정과 아내의 생일이 겹쳐버린 L과장. 송년회 당일 사실을 깨닫고 아내와의 저녁 약속을 취소했다. 그러나 쉬지 않고 울리는 아내의 ‘갈굼톡’에 시달리다 결국 1차도 끝까지 참석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야만 했다. 갑자기 송년회에 빠지게 된 L과장도, 팀원들도 씁쓸했다.
연말에 직장인들은 회사에서의 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송년회 자리가 있다. 다들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내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전에 일정을 잘 조율해야 한다. 오랜만에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다른 송년회 일정이나 개인적인 일이 겹쳐 중간에 빠져나가는 것은 실례가 된다. 친구들과의 자리에서는 이해가 될 수 있지만, 직장상사와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요즘처럼 약속이 많은 연말연시에는 캘린더나 다이어리 등에 모임 일정을 적어 놓고, 수시로 체크하는 게 좋다. 일정 조율이 부득이하게 어려울 경우에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면 예의는 지킬 수 있다. 유비무환.
수년간 해외 근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P과장.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송년회 자리에서 스마트 폰으로 건배사를 뒤지다가 상사의 야유에 의기소침해졌다. 이어 당황한 P과장은 뜬금없이 “저의 둘째 탄생을 위하여..!!”라는 멘트를 날렸다. 순간 분위기는 썰렁.
누구나 싫어하지만 건배사를 해야 하는 자리가 많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간 당황하기 일쑤. 요즘에는 건배사 관련 책도 흔할 만큼 중요한 술자리 센스다. 그래서 술자리에 미리 건배사를 준비해 가는 직장인도 많다. 하지만 식상한 건배사는 안 하니만 못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상사는 아무 건배사나 해도 큰 호응을 얻지만 아랫사람들은 동료들과 비교를 당하거나 야유를 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건배사는 미리 챙겨 놨다가 적당한 것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송년회 같은 자리에선 한 명씩 돌아가면서 건배사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건배사 사전 준비는 필수. 건배사만 잘해도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 한 번쯤은 반드시 이뤄보기 바란다. 유비무환.
식사 전에 폭탄주부터 몇 잔 마시고 시작하는 술자리를 견디기 힘들었던 H과장. 과할 것 같은 술자리를 가기 전 항상 라면이나 김밥 등으로 배를 채우고 간다. 얼굴이 빨개지는 속도가 느려지고, 술이 덜 취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안주를 덜 먹게 되기 때문에 배 나오는 속도도 좀 느려진다며 위안을 삼는다.
송년회에서는 원하지 않아도 과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부터 술을 들이붓고 시작하기 때문. 빈속에 들어가는 알코올은 더욱 흡수가 잘돼 빨리 취하고, 위장에도 무리가 간다. 연말연시 계속되는 술자리에 건강에 타격을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때문에 과한 음주가 예상되는 자리에는 사전에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음주 전에는 꿀물(과당 성분이 알코올 분해 작용을 도움), 초콜릿(폴리페놀 성분이 알코올 흡수를 막아줌), 율무차(간과 위를 보호하고, 알코올 배출을 도움) 등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사발면이 나우유를 마시는 것도 다음 날 숙취 예방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분위기를 타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나부터 살고 봐야 한다. 유비무환.
송년회 자리에 본의 아니게 임원, 팀장 옆에 않게 된 J대리. 상무님, 팀장님, 선후배들이 따라주는 술을 다 받아 마시다 테이블 위에 쓰러졌다. 팀원 2명이 노래방 끌고 가 두어 시간을 재웠지만, 깨어나지 않아 팀원의 남자 친구를 불러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음주를 강요하는 문화는 사회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누구나 알다시피 개인마다 주량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본인의 주량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기분 좋다고 ‘부어라, 마셔라’ 술 마시는 습관은 버려야 산다. 분위기를 맞춘다고 넙죽넙죽 받아 마시다가 인사불성이 되어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상사에게 실수를 하는 경우도 봤다. 처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완샷’을 외칠 때는 함께 마시고, 주량이 더 이상 안 될 것 같을 땐 눈치껏 작전을 펼쳐라. 입만 살짝 대던지, 조금씩만 마셔라. 다들 취한 상태에서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다음 날 “너 왜 술을 안 마셨어!”라고 갈굴 사람은 없다. 다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과유불급.
습관적으로 회식에 불참하던 K과장. 2주 전부터 미리 공지되었던 송년회를 당일 날 불참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것. 송년회 자리에 참석했던 임원의 한 마디 “K과장은 저러니 진급이 안 되지…”
사실 회식자리에 참석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참석했다 해도 적당히 눈치를 보다 중간에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참는 것이 담배를 참기만큼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가기 싫은 자리라 해도 송년회처럼 의미 있는 자리에는 웬만하면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것이 좋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나기 마련이다. 모두가 함께 할 땐 튀지 않는 것이 상책. 그러니 다 함께 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켜라. 일반 회식이나 술자리는 어쩔 수 없이 가끔 빠지더라도 송년회에는 끝까지 남는 것이 좋다. 그것이 바로 상사와 팀원들에 대한 배려이고 예의다. 유종지미.
몸도 마음도 흉흉.
시국이 시국인 만큼 부어라, 마셔라,
‘흥청망청 회식’은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직딩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