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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an 10. 2018

엄마에게 조종당하는 아이들

'아빠도 엄마만큼 너희 가슴속 깊숙이 파고들고 싶어'


퇴근 무렵이면 아이들에게 '아빠 언제 오세요?'라는 문자나 전화가 온다. 짧은 문장이지만 '아빠가 보고 싶구나', '아빠랑 놀고 싶구나', '아빠한테 자랑하고 싶은 게 있구나'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곤 했다.


회사에서도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저녁 회식 자리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별한 모임이 없으면 집으로 바로 간다. 불금만 예외다. 가끔은 어떻게 일주일에 7일을 집에서 저녁을 먹냐며 놀라는 아내 보기가 민망할 때도 있다.


퇴근 후 아이들과 시간 보내는 데 익숙하다. 신기한 건 정신연령이 낮아서인지 11살, 9살 아이들과 노는 게 정말 재미있다는 거다. 보드 게임을 비롯해 오목, 장기, 체스, 공기, 원카드, 배드민턴, 야구, 드론 날리기, 노래하기, 춤추기 등은 참 흥미로운 놀이다. 아내의 말처럼 철없는 아빠라서 아이들과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거 같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는 결국 엄마가 최고라는 사실을 알아 버렸다. 한 달 정도 퇴근 무렵 아이들에게 연락이 없던 적이 있다. 아내와 싸우고 냉전 중일 때다. 아내는 웬만하면 싸워도 밥은 줬으나, 그 당시에는 제대로 된 파업이라 저녁을 혼자 해결했다. 저녁 준비할 필요 없으니 남편 귀가 시간이 궁금하지 않았던 거다. 때문에 아이들도 더 이상 ‘아빠 언제 오세요?’라는 문자도, 전화도 하지 않았던 슬픈 사실이자 현실.


이 모든 게 밥 차리기 위한 엄마의 조종(?)이었다니… 너무 서글펐다.


아내와 화해를 하니 다시 문자와 전화가 살아났다. 이제는 아이들도 숨기지 않는다. "왜? 전화했어? 아빠가 그렇게 보고 싶어?"라고 물으면 "엄마가 해보래요. 빨리 오세요."라고 쿨하게 답한다. 애교 많은 아들놈은 "아빠 빨리 와서 놀아요. 보고 싶어요."라고 한 뒤, 전화를 끊지도 않고 "엄마~ 아빠 30분 걸린대요!"라고 소리친다. 어쩔 수 없다.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긴 시간 붙어 있는 엄마가 최고라는 사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변했다. 돈만 벌면 되는 아빠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본다. 남성 육아휴직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현재를 사는 우리다. 정부와 민간기업도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률이 스웨덴 45%, 노르웨이 40.8%, 덴마크 24.1%, 독일 24.9%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10%를 조금 상회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 아닐까. 우리 아빠 세대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


아빠의 자리는 스스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용돈이나 주고, 무관심하고, 무뚝뚝한 역할에 익숙한 아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아빠를 거부한다고, 이해 못 한다고 서운해하며 엄마에게 아빠 자리까지 넘기지 않으려면 수시로 마음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도 서서히 남성 육아휴직이 점점 늘어나 평일에도 유모차 끄는 아빠 모습을 보는 게 자연스러워졌으면 좋겠다. 외로운 아빠는 줄고, 자연스럽게 아빠도 엄마만큼 아이들 가슴 깊숙이 자리할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의 평화와 행복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그 행복의 반 이상은 아이들이 만들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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