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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괜찮은 사람으로 사는 연습
by The한이 Nov 23. 2018

가깝다고 생각하는 혼자만의 허세

'보이지 않는 당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마'



가족이나 부부, 연인 간에 다투는 이유 중 하나가 가장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지 않아서입니다. 사람들은 온전히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들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실속 없는 허세를 부리곤 합니다. '이 정도는 알아서 할 줄 알았지', '이 정도는 이해할 줄 알았는데...'라는 편협하고 주관적인 판단에 기인해서겠죠. 제가 알면서도 늘 아내에게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친한 선배, 절친인 후배, 나를 무지하게 아껴주는 상사에게 더더욱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에서 엄연한 이름과 직급이 있는데, '형!', '형님',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이나 '야', '너', '자기야' 등으로 상대의 존재를 깎아내리는 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리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료라고 해도 회사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잠시 꾸려진 조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없기 때문입니다. '형님 아우'하는 내 마음이 상대방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얼마 전 친한 후배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평소 격의 없이 지내는 친구 같은 사이죠. 그런데 식사를 하는 내내 저를 면전에 두고 카톡과 문자를 했습니다.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는 동안 혼자 묵묵히 밥을 다 먹었습니다. 점점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어요. 언뜻 보니 회사 일을 하는 거 같았습니다. 바쁜 건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하 양해의 말 한마디도 없이 사적인 자리에서 자기 할 일만 하는 모습에, 무시당하고 있다는 기분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선배, 죄송한데 회사에서 자꾸 연락이 와서요' 한 마디만 해줬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을 일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ko.wikihow.com>


  물론 친한 사람 앞이니까 '나를 이해해 주겠지'라는 믿음이 있었겠죠. 나쁜 의도도 분명 없었을 터. 그렇다 해도 말을 하지 않으면 진심은 절대 전해지지 않습니다. 20대 초반에 만났던 여자 친구는 삐치거나 화가 나면 입을 닫아 버렸습니다. 혼자 잘못한 이유를 찾으라는 듯한 태도에 처음에는 전전긍긍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을 해 말을!"이라고 다그치게 됐고, 사이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관계는 다르지만, 후배나 전 여자 친구나 주어진 상황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내가 바쁜 걸 이해해 주겠지'나 '내가 기분 나쁜 이유를 남자 친구니까 알겠지'라는 생각은 허세에 가까운 혼자만의 착각일 뿐입니다.


  만약 후배 앞에 친분이 별로 없는 동창이나 서먹한 거래처 사람이 앉아 있었다면 아마 충분히 양해에 양해를 구했을 것입니다.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반복하고, 상대는 그런 사이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하기도 합니다. 사소한 상처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알게 모르게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감정 폭발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상대는 당사자가 참고 참다 터뜨린 사실을 모르죠. 단지 황당하고 어이가 없을 뿐. 그 때문에 상대는 한순간에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 걸음 앞선 생각을 아무 거리낌 없이 상대에게 적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까운 사이니까', '우리는 남이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보이지도 않는 자신의 마음을 상대가 당연히 이해해줄 거라고 착각하지 말자는 겁니다. 언뜻 보면 상대가 옅은 미소를 띠면서 당신을 이해하는 것 같지만 뒤돌 씁쓸한 감정을 홀로 삼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당신에 대한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돌렸다고 당황하지 말고 가까운 사람에게 더더욱 예의를 갖추고 배려하기 바랍니다. 이것이 가까운 인간관계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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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The 괜찮은 사람으로 사는 연습
소속 직업출간작가
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13년 차 직장인, 나이 먹는 만큼 꿈도 커지는 아빠 직장인, 에세이스트가 되고 싶어 매 순간을 글로 남기는 낭만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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