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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Nov 30. 2018

뇌를 90% 속이는 방법

'보톡스보다 강력한 친구의 명언'


"미간에 보톡스 좀 맞아야겠어요. 인상 많이 쓰시나 보다. 호호호."


얼마 전 단골 미용실에서 천진난만표정의 미용사가 스치듯 던진 말이요. 그런데 그때부터 거울 앞에만 서면 이전에는 보이지도 않던 미간 주름부터 보이고, 사진을 찍어도 세로 주름이 도드라진 것 같아 신경 쓰습니다. 밀려드는 스트레스와 짜증에 인상을 좀 구긴 다음 날에는 주름이 더욱더 또렷하게 보 여드름 패치를 붙인 적도 있어요. 최근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보며 미간 주름만 보인다고 아내에게 말하니, 그렇게 신경 쓰이면 병원 가서 주사 한 방 맞으라고 했어요. 생일 선물이라면서요. 잠시 고민하다 동네 피부과에 예약습니다.


  그런데 전날 과한 회식 자리가 있어 예약 시간을 지키지 못했어요. 병원에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예약을 한 주 미뤘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20여 년 지기 친구들과 저녁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톡스 생일 선물 얘기를 꺼냈어요. 가만히 듣던 간호사 친구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야! 보톡스 맞지 말고 웃어. 입을 웃는 표정으로 만들면 미간에 주름 안 생겨!"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어요. "웃을 때 생기는 주름은 예쁜 주름이야."라고.


  갑자기 친구들 얼굴이 모두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신기하게 입꼬리 올린 표정을 짓고, 인상을 써보니 쉽게 주름이 접히지 않았어요. 불현듯 제 책에 적었던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40 얼굴은 그동안 살아온 인생과 성격을 대변한다. 미간의 세로 주름만 봐도 평소 얼마나 자주 인상 쓰는지 알 수 있다. 40대 중반 이상의 상사나 팀장 얼굴을 찬찬히 둘러보라. 그들의 세월과 성격이 어느 정 드러날 것이다. 지금부터 꾸준히 표정 관리를 해야 중년에 좋은 인상을 선보일 수 있다." 도서 <회사에 들키지 말아야 할 당신의 속마음 中>


  40대 중반을 향해 내달리는 얼굴에 저도 의식하지 못했던 세로 주름이 서서히 새겨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낯선 사회생활에 적응하며 미간을 구겼던 순간이 참 많았던 거 같아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직장생활에 그리고 선배의 쓰디쓴 한마디에 돌아서서 인상 쓰고, 마음에 안 드는 후배 보며 인 찌푸리는 생활의 반복이랄까요.


  '모진 직장생활에 조금씩 조금씩 파인 훈장 같은 흔적이겠지'라며 자위도 해봤지만, 2% 부족한 변명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어요.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야속하게 세월을 흘려보내면 자기도 모르게 지독하게 싫어했던 사람을 닮아 버린다고 합니다.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었어요. 남들에게 표정 관리, 인상 관리 하라며 '똥 묻은 내가 겨 묻은 누군가를 나무라는 격'이라니.



  그날 이후 친구의 "좀 더 웃으면 돼."라는 한 마디가 뇌리에 그리고 가슴에 콕 박혔어요. 더불어 제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주사가 아닌 입가의 미소로 풀어버릴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병원 예약을 취소했어요. 어차피 몇 개월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주먹구구 조치로는 결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문제(주름)의 근원을 찾아 해결(웃음)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고민도 비로소 해소될 수 있겠죠?


<드라마 '김 과장' 스틸 컷>


  <웃기만 해도 면역 물질 200배 증가… 웃으면 건강이 와요> 단 한줄 만으로도 기분 좋아지지 않나요? 한 신문 기사 제목입니다. 웃음은 자연스러운 생리학적 반응이지만 암이나 심장병 등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연구로 밝혀진 웃음 효과는 수명 연장, 혈압 낮추, 면역력 강화, 우울감 감소, 통증 경감, 다이어트 효과, 소화력 증대 등이 있어요. 심지어는 억지웃음만으로도 진짜 웃을 때의 90%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해요. 특정 표정을 지으면 그 표정과 관련된 정서가 유발된다는 '안면 피드백 효과'(심리학 이론)다. 거울을 보면서 뺨을 자극한다는 느낌으로 15초 이상 눈꼬리를 내리고 입꼬리를 올리면, 우리 뇌는 웃고 있다고 착각한대요. 전두엽이 활성화돼 실제로 웃을 때와 같은 화학반응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더불어 미간 주름이 쫘악 펴지는 기분도 느낄 수 있겠죠.


  현대인들은 웃을 일보다는 경악할 일이 훨씬 더 많은 세상, 미소 지을 때보다는 인상을 찌푸리는 순간이 더 많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간에 세로 주름을 깊게 기며 웃음을 잃어갈 필요 있을까요?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생기와 건강 챙길 방법이 있는데 말이에요. 웃기지 않은 아재 개그에도 크게 웃어주는 아량을 베풀고, 즐겁지 않더라고 수시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어 보세요. 전두엽에서 기분 좋은 호르몬을 마구마구 뿜어줄 것입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표정 관리를 해야 중년에 인자한 인상을 풍길 수 있다는 사실 잊지 않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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