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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Sep 27. 2019

'나는 성격이 원래 그래'라는 비겁한 핑계

'성격을 차분하게 바꾸고 싶은가요?'


감정의 동물이다 보니 감정 조절에 실패할 때가 종종 있다. 순간적으로 불쑥 치솟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면 가장 가까운 가족이 피해를 보곤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직장에서는 나름대로 감정 조절을 잘하는 편이다. 나뿐만 아니라 월급 받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장착한 본능적인 처세일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연차가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감정 조절을 제대로 못 하는 혹은 하지 않는 이들이 등장한다. 그동안  숨겨왔던 꼰대 기질이 직급 상승과 함께 봉인 해제돼 싱싱한 본성이 드러나는 거다.


상사의 감정은 파급력이 커서 급속도로 구성원에게 전파된다. 이는 조직문화 형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겉보기에 훌륭한 조직문화를 갖춘 기업이라도 부문이나 팀의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 분위기는 천차만별인 이유다. 그래서 속한 곳만 다를 뿐인데 마치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상사가 누군가를 심하게 꾸짖거나 날카로운 목소리로 통화하는 것을 들으면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랭해진다. 팀원들은 단합이라도 한 듯 서로 눈치를 보면서 은근슬쩍 보고를 미룬다. 반면 상사가 기분이 좋으면 구성원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눈치 빠른 직원들은 잽싸게 밀린 보고서를 들이밀거나 휴가 이야기를 꺼낸다. 가끔은 '언제까지 상사의 롤러코스터 같은 기분에 맞춰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금세 직장인의 숙명임을 받아들이고 상사의 감정 폭풍 대비에 만전을 기한다.


최악의 상사는 감정조절을 못해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다. 들쭉날쭉한 감정 표현에 부하직원들은 몸 둘 바를 몰라 휘청거린다. 아래 직원들은 눈치 보며 이런 상사의 비위를 맞추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꼰대 중 상 꼰대라는 꼬리표를 달아 저만치 밀어낸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누구나 좋은 기운을 풍기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월요일 아침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동료에게 눈길이 가고, 아무리 화가 나도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기 마련이다. 욱한다고, 어이가 없다고, 그대로 감정을 쏟아 내면 그 누구도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실수라 해도 말이다.    


상사나 선배가 존경받기 위해서는 감정을 일관성 있게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적인 일로 감정이 상했을 때 그 감정의 파편을 조직원들이 뒤집어쓰게 만들면 안 된다. 성품에 일관성이 있어야 일관성 있는 평판을 받는다.


간혹 주변에 "나는 원래 그래. 타고난 성격이야"라며 감정을 거침없이 표출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이들이 있다. 심리학에서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성격은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살아온 환경과 교육, 사회생활 등에서 얻어지는 경험을 통해 형성되고 진화한다. 어설픈 착각이고 비겁한 핑계라는 말이다.


심리학자나 뇌과학자 등 전문가들은 대부분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성격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명상이라고 한다. 명상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 마음의 작용을 알게 되면, 외부 자극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뇌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도서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에서 명상의 효과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하버드 의대의 심리학자 사라 레이저(Sarah Lazar) 박사는 주당 평균 6시간 동안 마음챙김(MBSR) 명상을 한 사람과 명상 경험이 없는 사람을 수년 동안에 걸쳐 지켜봤다. 이후 MRI 촬영으로 이들의 뇌 구조 차이를 조사했는데, 명상군은 통제군에 비해 섬피질, 대상회피질, 감각피질 그리고 전전두피질의 두께가 0.1~0.2mm 정도 더 두껍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뇌피질은 감강에 주의 집중하고, 한 가지 생각을 지속하게 하고, 연민과 공감을 일으키는 기능을 하는 부분이다. 곧 레이저 박사의 연구결과는 명상수련을 거듭할수록 인지, 정서 그리고 행복감을 담당하는 뇌피질의 가소성이 증가돼 심신이 건강해지고 뇌의 노화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명상을 하면 기분을 즐겁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생성하는 신경세포체의 밀도가 늘어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많은 정신의학자가 단전호흡이나 명상 등 마음 수련이나 긍정적 사고 훈련이 뇌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명언이다. 강하고 멋진 동료, 선배, 상사가 되기 위해서는 감정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난 '원래 그래'라는 집착과 착각은 비겁한 망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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