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의 뉘앙스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더럽지만 이 악물고 버티자'라는 적극적인 태도 즉 '내가 좀 버텨주지 '라는 의미가 강했다. 요즘은 다르다. '잘리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자'라는 비굴하고 소극적인마음이 우세해졌다. 회사에 다니고 싶다고 마음껏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 씁쓸한 현실은 이제 막 사회에 입성한 젊은이들을 향한 얘기는 아니다. 넉넉하게 직장생활을 한 낡은 직장인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나처럼.
이러한 처지에 놓인 이유는 젊은 시절 '존버'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없어서다. 남들 하는 만큼만 그리고 선배나 상사가 시키는 대로 직장생활을 이어왔다. 이렇게 양산된 대동소이한 인재들은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조금이라도 튀고 하나라도 더 잘나야 눈에 띈다. 있는 듯 없는 듯 버티던 사람은 원래 없었던 듯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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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650여만 명, 신입 사원 1년 미만 퇴사율 30% 시대다.워라밸과 소확행은 직장인의 꿈이다. 순탄하게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안정된 직장이 필수다.
대학원에 다닐 때 대기업에서 아르바이트했다. 3개월 단기였는데 6개월로 연장됐다. 이후 계약직으로 채용됐고,일 년 뒤 정직원이 됐다. 고맙게도 아직 안 잘렸다. 같은 곳에서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보잘것없는 내가 회사에서 존버하는 이유를 냉정하게 짚어 봤다. 일단 뛰어난 능력과 실력 때문은 아니다. 남보다 많이 부족했다. 방법은 하나였다. 더 노력했다. 가장 큰 장점은흔해 빠진, 하지만 누구나 실천하지는 못하는 '근면 성실함'이었다. 인사도 잘했고 눈치도 빨랐다. 문제가 생기면 핑계와 변명을 가장 먼저 밀어냈다. 냉정하게 부딪혀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사소한 경험은 노하우로 쌓이기 마련이다. 이렇게 14년이 지났다.
오랜 세월그리고 동료 무리에 뒤섞여 살면서 아르바이트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고마웠던 기억보다는 불평불만이 앞섰고, 소중한 내 자리를 하찮게 여기기도 했다. 그래서 부지불식간에 사라진 내 마음, 아르바이트 시절 절박했던 심정을<이제는 롱런이다>라는 책에새겼다. 혼자 가지고 무덤으로 가기엔 아까운 이야기가 많다. 한발 더 나아가다가올 미래를 책임질 후배들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
색다른 경험을 카카오페이지에 독점으로 연재했다. 3개월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10년 넘게 생존한 비법을 사회 초년생에게 들려주고 싶다. 재미를 주고, 위로를 주고, 힌트를 주고, 희망을 주고 싶다. 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다니는 기간을 정하는 것도 모두 본인 몫이다. 선택했다면 후회 없이, 기왕 다닌다면 남보다 조금 더 잘난 모습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