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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Sep 30. 2019

알바면 어때, 잘하면 그만이지

'존버의 시대, 이제는 롱런이다'


'존버'의 뉘앙스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더럽지만 이 악물고 버티자'라는 적극적인 태도 즉 '내가 좀 버텨주지 '라는 의미가 강했다. 요즘은 다르다. '잘리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자'라는 비굴하고 소극적 마음이 우세해졌다. 회사에 다니고 싶다고 마음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 씁쓸한 현실은 이제 막 사회에 입성한 젊은이들을 향한 얘기는 아니다. 넉넉하게 직장생활을 한 낡은 직장인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처럼.


이러한 처지에 놓인 이유는 젊은 시절 '존버'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없어서다. 남들 하는 만큼만 그리고 선배나 상사가 시키는 대로 직장생활을 이어왔. 이렇게 양산된 대동소이한 인재들은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조금이라도 튀고 하나라도 더 잘나야 눈에 띈다. 있는 듯 없는 듯 버티던 사람은 원래 없었던 듯 사라진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비정규직 650여만 명, 신입 사원 1년 미만 퇴사율 30% 시대다. 워라밸과 소확행은 직장인의 꿈이다. 순탄하게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안정된 직장이 필수다. 


대학원에 다닐 때 대기업에서 아르바이트했다. 3개월 단기였는데 6개월로 연장됐다. 계약직으로 채용됐고, 일 년  뒤 정직원이 됐다. 고맙게도 아직 안 잘렸다. 은 곳에서 10년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보잘것없는 내가 회사에서 존버하는 이유 냉정하게 짚어 봤다. 일단 뛰어난 능력과 실력 때문은 아니다. 남보다 많이 부족했다. 방법은 하나였다. 더 노력했다. 가장 큰 장점은 흔해 빠진, 하지만 누구나 실천하지는 못하는 '근면 성실함'이었다. 인사도 잘했고 눈치도 빨랐다. 문제가 생기면 핑계와 변명을 가장 먼저 밀어냈다. 냉정하게 부딪혀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사소한 경험은 노하우로 쌓이기 마련이다. 이렇게 14년이 지났다. 


오랜  리고 동료 무리에 뒤섞여 살면서 아르바이트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고마웠던 기억보다는 불평불만이 앞고, 소중한 내 자리를 하찮게 여기기도 다. 그래서 부지불식간에 사라진 내 마음, 아르바이트 시절 절박했던 심정을 <이제는 롱런이다>라는 책에 새겼다. 혼자 가지고 무덤으로 가기엔 아까운 이야기가 많다. 발 더 나아가 다가올 미래를 책임질 후배들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



:: 책 속에서 ::


가슴 쓰린 일도 홀로 견뎌야 했고요. 한 번은 출입문에 카드 키를 찍을 때 옆에서 누군가 "삑! 알바입니다"라는 비웃음 섞인 말을 내뱉었어요. 카드 키에 적힌 사원 번호가 달랐고, 명절에 제가 선물세트를 받을 때 정규직 직원들은 현금 봉투를 받았습니다. 혼자만 치약과 샴푸가 잔뜩 든 상자를 들고 퇴근하는데 왜 그렇게 창피하던지.


열심히 했는데도 평일에 끝내지 못한 일은 주말에 나와서 조용히 마무리했습니다. 누구의 강요가 아닌 제 의욕과 욕심에 의한 자발적 출근이었죠. 다이어리에 열심히 받아 적은 내용을 정독하면서 일을 배워 나갔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 많아 결과물은 물론 신통치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한 선배가 팀장에게 저에 관해 아르바이트생인데도  '책임감 있게 일한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듣고 더욱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속 르네처럼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RM처럼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바꿔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타인의 외면과 비교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남들 시선을 아랑곳하기보다는 자신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는 연습이 필요한 때입니다.


상사의 사적인 부탁을 거절한 동료들이 불이익을 당할 리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일을 통해 이익에 대한 기대를 막연히 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너밖에 없다", "내가 밀어줄게"라는 영혼 없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거죠.

인사고과 시즌에 정작 상사에게 들은 말은 "미안하다. 내년에는 밀어줄게"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인사고과는 업무 성과로 평가하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이래저래 이용만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어요.


직장인으로의 삶이 죽도록 싫어도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현재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직장인의 자세입니다.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좋아하는 일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키워가면서 의미 있는 결과물로 아름다운 퇴사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색다른 경험을 카카오페이지에 독점으로 연재했다. 3개월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10년 넘게 생존한 비법을 사회 초년생에게 들려주고 싶다. 재미를 주고, 위로를 주고, 힌트를 주고, 희망을 주고 싶다. 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다니는 기간을 정하는 것도 모두 본인 몫이다. 선택했다면 후회 없이, 기왕 다닌다면 남보다 조금 더 잘난 모습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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