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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Oct 25. 2019

연인이 떠나면 인연이 온다

'운명이면 인연으로 운명으로 다시 만나겠지'


"우연을 만든 게 내 첫 번째 실수. 우연을 인연으로 만든 게 내 두 번째 실수. 같잖은 충고로 인연을 운명으로 만든 게 내 세 번째 실수. 결정적으로 널 떠나보낸 게 내 마지막 실수."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나온 주인공 이수의 대사다. 이수는 남자 주인공 우진과 오해하고 싸우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만난다.


짧은 연애를 많이 한 편이다. 유치하지만 첫 여자 친구는 5학년 때 같은 반 반장. 키도 크고, 노래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그때는 공부만 잘하면 8할은 먹고 들어갔다. 중학교 때까지 만다. 모범생이었던 그녀 덕에 만나서 한 거라고는 공부밖에 없다. 덕분에 성적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여자 친구는 내 절친을 좋아하게 됐고, 둘이 편지 주고받는 걸 알고 쿨하지 못한 이별을 했다. 불륜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충격이었다. 그녀 편지를 찢고 유치한 말과 행동으로 괴롭혔다. 간지럽지만 인연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고등학생 때 세상 참 좁다는 걸 실감했다. 고 1 때 만난 여자 친구 초등학교 때 여자 친구와 같은 반이었다. 는 나를 철없던 아이로 기억할 뿐 별 관심 없었다. 기막힌 우연이자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운명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여자 친구는 반 전체에 롤링 페이퍼를 돌려 게 줄 편지를 만들었다. 부담스러운 센 언니 스타일이었다. 헤어지고 고3 때 공부밖에 모르는 여자 친구를 만났다. 고3이라는 압박이었을까. 그녀는 공부하자며 등굣길에 이별 편지를 전했다. 대학 가서 만나자고. 그리고는 유학가서 결혼 했다. 홍역처럼 스쳐간 인연들.


대학는 친구들끼리 소개팅 품앗이도 하면서 푸르른 시절을 보냈다. 진득한 연애는 하지 못했다. 단지 나만 애인이 없으면 안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연애보다 즐거웠으면서 여자 친구를 늘 곁에 두고 싶다. 유치하고이기적인 놈이었다. 꾸역꾸역 만나던 연인들은 나에 대한 서운함과 실망만 간직한 채 희미하게 사라졌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법정 스님 말이 치기 어린 시절의 삶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줬다. 대학교 3학년 여름 아르바이트할 때 만난 아내는 함께 일했던 우리 과 형을 좋아했다. 연인이 되지 못했다. 과 형에게 거절당한 아내와 나는 친구가 됐다. 한동안 어울리다 점점 연락이 뜸해졌다. 서로 존재를 잊고 지냈다. 28살 여름 아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3일 장을 치른 후 멀리서 온 친척들을 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렸다. 홀로 돌아오는 길에 느닷없이 밀려드는 묵직한 슬픔에 오열할 때 전화벨이 울렸다.


"어이 장 씨! 살아 있네? 뭐해? 연락도 안 하고?"


존재조차 잊던 아내였다. 당황스러워 상황을 대충 말하고 끊었다. 아내는 미안하다며 만나자고 했다. 3년 뒤 우리는 결혼했다. 이런 게 인연이라는 고리 아닐까. 엄마 아가 연결해 준 거라고 했다.


인연은, 운명은 억지로 만든다고, 혼자 집착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가끔씩 찾아오는 기회라는 운명을 잘 포착해 놓치지 않아야 할 뿐. 억지로 인연을, 운명을, 기회를 만들어 맞지 않는 퍼즐 판에 구겨 넣으 집착할 필요 없다. 실체 없는 허깨비는 공허함만 남긴다. 더 중요한 일을 그르치는 시간 낭비다. 누군가와 인연이 운명이라면 다시 연인으로 운명으로 만나게 될 테니.


"날마다 같은 몸을 하고 날마다 다른 마음으로 흔들렸던, 어쩌면 매일 다른 사람이었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던 게 아닐까?"


영화 <뷰티 인사이드> 이수의 대사가 사랑에 대한, 인연에 대한 우리 마음을 대변해 준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투명한 게 가장 중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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