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미치지 않기 위해 책을 들었다
'무의식이 펼치는 무의미한 무한 클릭과의 전쟁'
통근 시간이 편도 한 시간 이십 분 정도다. 지하철만 40여 분. 늘 책을 꺼내 든다. 하루 80여 분의 독서 시간이 주어진다. 전철 이외의 장소에서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언젠가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책을 꺼내 든 이유는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출퇴근 길 내내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카톡,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다시 카톡,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아이콘을 반복해서 눌렀다. 한 시간쯤은 우습게 흘러갔다. 언젠가는 집에 가는 약 한 시간 십여 분 동안 친구들과 미친 듯이 카톡만 했던 기억도 있다. 스마트폰에, SNS에 미쳐가고 있었다.
통근 시간 휴대폰을 손에서 떼놓기 위해 책을 읽었다. 지하철을 타면 가방에 스마트폰을 넣고 선반에 올려둔다. 그리고 독서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수시로 휴대폰을 꺼냈다. SNS에 댓글이 달렸는지, 좋아요가 늘었는지, 카톡이 왔는지 확인했다. 지난한 세월이 물처럼 흘렀다. 수년이 지나자 독서는 평범한 일상이 됐다. 요즘은 전철에 오르면 책을 펴고 휴대폰도 쥐고 있다. 좋은 글귀가 나오면 사진을 찍거나 메모하기 위해서다. 환승할 때만 잠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요 며칠 일찍 출근하느라 새로 읽을 책을 챙기지 못했다. 가는 길 내내 인스타, 브런치, 페이스북, 카톡, 인스타, 브런치, 페이스북, 카톡을 무한 클릭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빠져들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었다. 어지러웠다. 속으로 외쳤다.
'미쳤네! 미쳤어'
그동안 담배를 참 듯 참았던 거다. SNS를 열고 좋아요를 누르고, 좋아요 개수를 확인하다 카톡이 오면 무의미한 대화를 이어가고, 뉴스를 보다가 연예인 기사만 줄줄이 훑던 내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내공이 부족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의 생각과 표현 방식, 글 쓰는 방법을 배우고자 함이다. 이게 다라고 여겼다. 착각이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여전히 스마트폰에 환장한, SNS에 중독된 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함이었다.
더불어 한 가지가 불쑥 떠올랐다.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봐 집에 오면 억지로 스마트폰을 몸과 최대한 분리했다. 충전기도 일부러 멀찌감치 뒀다. 자기 전에는 절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런데 최근 시커먼 어둠 속에서 인스타,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 브런치, 페이스북을 무한 클릭하는 나를 자주 봤다. 담배를 끊은 지 5년이다. 뿌듯했는데 더 끊기 어려운 복병이 있었다. 침대 옆 테이블에 책을 뒀다. 잠들기 전 폰 대신 쥐기 위해서다.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장 킬번은 "중독은 저 멀리 존재하는 어떤 것이 마음속의 공허를 즉각 채워 줄 것이라는 희망에서 시작된다."라고 했다.
어쩌면 내면의 부족한 무언가를 주기적으로 갈구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내실이 보잘것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을 무한대로 편리하게 해주는 신문명과의 힘겨운 밀당을 벌이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어려운 건 어렵다. 무의식이 펼치는 무의미한 무한 클릭, 이제 그만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