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인 아버지의 미래지향적인 현명함
'자기도 모르게 재테크 한 초보 직장인'
직장인 최고 관심사는 무엇일까? 승진? 두둑한 월급? 사랑? 결혼? 자기계발? 아니면 이직?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현명하고 올바른 재테크 아닐까.
친구의 뜻하지 않은 재테크에 자극받았다. 지금은 쌍둥이 엄마가 된 친구. 결혼 전부터 이미 본인 명의 아파트가 있었다. 통장에는 남편 모르는 1억 원의 비상금이 있다. 놀라운 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재산을 모았다는 거다. 14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은 월급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어났다.
친구는 대학병원 간호사다. 재테크는 자발적인 게 아니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녀는 대학생 때도 통금 시간이 9시였다. 아버지를 무서워했고 잘 따랐다. 직장생활의 많은 부분도 아버지와 상의했다. 취직 후 이슈는 월급이었다.
새내기 직장인은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런데 그녀 아버지는 "혼자 돈 관리하면 평생 제대로 모으지도 못하고 쓰기만 한다"라며 입사 초부터 월급 일부를 압수했다. 친구는 아버지한테 드리고 남은 돈으로 생활했다.
처음에는 120만 원, 월급이 올라 150만 원, 결혼 직전까지 매달 200만 원씩 아버지께 드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건 아니었다.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불만도 많았지만 남은 금액에서 생활하는 습관을 들였다.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아버지께서 부르셨다.
"네가 여태껏 나한테 맡긴 돈이 2억 5천이다"
통장을 내밀었다.
"1억 700만 원은 조그만 아파트 샀고, 나머지는 시집갈 때 줄게."
2006년도에 친구 이름으로 경기도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이미 많이 올랐다. 친구는 월급을 돌려받아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결혼 후 더 여유가 생겼다.
나는. 십 수년 직장생활을 했지만 모아둔 돈이 없다. 마이너스 통장 갱신은 연중행사고, 매달 카드 값에 허덕인다. '한번 사는 인생이다'라는 생각이 컸다.
직장인에게 녹록한 세상이 아니다. 월급 사용에 있어 절제와 적절한 분배가 필요한 시대다.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간다면 계획적으로 살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회는 언제든 한발 늦는 법.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후배들에게 외치고 싶다. 10년 뒤 웃고 싶다면 '계획적으로 돈을 쓰라고', '미리미리 자신만의 재테크 방법을 찾으라고'
지금 당장 술자리에서 계산하고, 사고 싶은 거 사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사람이 위너가 아니다.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사람이 위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