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매 순간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뻔한 변명 뒤에 숨은 뻔뻔한 사람들'
아무나 다 한다는 대리 진급에 누락된 적 있다. 진급자 발표를 몇 분 앞두고 팀장이 슬쩍 불렀다. 어깨를 두드렸다.
"나이도 있고, 일도 잘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거 다 안다."
진급했으니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응원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결과를 말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표정, 말투, 행동에서 '내탓 아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위로인지, 칭찬인지, 변명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메시지였다. 차라리 '네 앞에 진급해야 할 선배들이 밀렸어'라거나, '올해는 조금 부족했어. 내년에 좀 더 열심히 하자'라고 했다면 알아듣기 쉬웠을 거다. 내상도 덜했을 테고. 상심이 컸다. 가슴이 휑했다. 실제로 내 앞에는 나보다 먼저 진급해야 할 선배 두 명이 있었다. 그 당시 다른 부서의 팀장은 인사팀에 가서 왜 우리 애들이 진급을 못했냐고 따진 사건이 있었다. 물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연기였을지언정 팀원들은 감동했다.
과장 때 최악의 인사고과를 받았다. 팀장이 불러 미안하다고 했다. 열심히 한 거 알지만 진급 대상인 선배에게 좋은 점수를 줬다고 했다. 내년에는 함께 더 열심히 해보자는 응원으로 마무리했다. 사회는 냉정하고 공명정대하지도 않다. 때문에 조직에는 어쩔 수 없는 피해자도 생긴다. 서운할 일도 아니다. 팀장 잘못도 아니다. 오히려 '내년에는 밀어줄게'라는 감언이설을 참아 주어서, 희망 고문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꾸밈없이 말하니 받아들이기 수월했다.
'이사님 의견이니 어쩔 수 없지', '다음에는 꼭 밀어줄게'라는 등 불분명하고 떳떳하지 못한 메시지를 남발하는 상사가 많다.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과오를 드러내기 싫어서, 이 순간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다. 이것저것 요리조리 포장해 '모든 게 내 탓이 아닙니다'로 마무리한다. 누가 봐도 불편하다.
조직에서는 열심히 하거나 잘하는 게 다가 아닌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못마땅하고 부글거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조직의 원활한 움직임을 위해 선의의 피해를 보기도 한다. 반대로 타이밍이 기가 막히거나 운빨로 좋은 기회를 잡기도 한다.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이고 세상 살이다. 1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조직을 떠나고, 적당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남는다.
문제가 되는 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상사의 태도다. 불편하고 불합리한 일을 겪은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뻔한 변명 뒤에 숨은 뻔뻔한 사람 때문이다.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밖에 모른다. 조직이나 팀원들이 아닌 자기만을 위한 일만 벌이는 리더를 부하직원은 가짜라고 여긴다. 귀감이 되는 모습을 일관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존경 받고, 반대의 경우에는 외면당한다. 꾸준히 금이가 깨어진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다. 가짜라는 인식의 틀 안에 진심은 들어올 수 없다.
사람과의 관계는 비슷하다. 꾸준함이 본질을 만드는 법이다. 상사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이하 사람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상황에 따라, 자기 이속을 챙기기 위해 수시로 돌변하는 메시지는 결국 아무에게도 전달되지 않는다. 기폭이 심하지 않은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는 게 상사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