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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y 29. 2020

당신이 매 순간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뻔한 변명 뒤에 숨은 뻔뻔한 사람들'


아무나 다 한다는 대리 진급에 누락된 적 있다. 진급자 발표를 몇 분 앞두고 팀장이 슬쩍 불렀다. 어깨를 두드렸다.


"나이도 있고, 일도 잘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거 다 안다."


진급했으니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응원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결과를 말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표정, 말투, 행동에서  '내탓 아님'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위로인지, 칭찬인지, 변명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메시지였다. 차라리 '네 앞에 진급해야 할 선배들이 밀렸어'라거나, '올해는 조금 부족했어. 내년에 좀 더 열심히 하자'라고 했다면 알아듣기 쉬웠을 거다. 내상도 덜했을 테고. 상심이 컸다. 가슴이 휑했다. 실제로 앞에는 나보다 먼저 진급해야 할 선배 두 명이 있었다. 그 당시 다른 부서의 팀장은 인사팀에 가서 왜 우리 애들이 진급을 못했냐고 따진 사건이 있었다. 물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연기였을지언정 팀원들은 감동했다.


과장 때 최악의 인사고과를 받았다. 팀장이 불러 미안하다고 했다. 열심히 한 거 알지만 진급 대상인 선배에게 좋은 점수를 했다. 내년에는 함께 더 열심히 해보자는 응원으로 마무리했다. 사회는 냉정하고 공명정대하지도 않다. 때문에 조직에는 어쩔 수 없는 피해자생긴다. 서운할 일도 아니다. 팀장 잘못도 아니다. 오히려 '내년에는 밀어줄게'라는 감언이설을 참아 주어서, 희망 고문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꾸밈없이 말하니 받아들이기 수월했다.


'이사님 의견이니 어쩔 수 없지', '다음에는 꼭 밀어줄게'라는 등 불분명하고 떳떳하지 못한 메시지를 남발하는 상사가 많다.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과오를 드러내기 싫어서, 이 순간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다. 이것저것 요리조리 포장해 '모든 게 내 탓이 아닙니다'로 마무리한다. 누가 봐도 불편하다.


조직에서는 열심히 하거나 잘하는 게 다가 아닌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못마땅하고 부글거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조직의 원활한 움직임을 위해 선의의 피해를 보기도 다. 반대로 타이밍이 기가 막히거나 운빨로 좋은 기회를 잡기도 한다.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이고 세상 살이다. 1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조직을 떠나고, 적당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남는다.


문제가 되는 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상사의 태도다. 불편하고 불합리한 일을 겪은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뻔한 변명 뒤에 숨은 뻔뻔한 사람 때문이다.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밖에 모른다. 조직이나 팀원들이 아닌 자기만을 위한 일 벌이는 리더를 부하직원은 가짜라고 여긴다. 귀감이 되는 모습을 일관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존경 받고, 반대의 경우에는 외면당한다. 꾸준히 금이가 깨어진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다. 가짜라는 인식의 틀 안에 진심은 들어올 수 없다.


사람과의 관계는 비슷하다. 꾸준함이 본질을 만드는 법이다. 상사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 이하 사람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상황에 따라, 자기 이속을 챙기기 위해 수시로 돌변하는 메시지는 결국 아무에게도 전달되지 않는다. 기폭이 심하지 않은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는 게 상사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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