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사람은 나뿐이라는 적당한 깨달음
'헛된 기대를 품지 않는 지혜로운 삶의 태도'
사원 시절에는 빨리 배우자는 생각에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렸다. 사수가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힘든 줄도 몰랐다. 가끔 팀장한테 칭찬이라도 받으면 온종일 들떴다.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렇게 살면 모두가 나를 인정하고, 적절한 보상도 주어지겠지'라는 기대를 조금씩 품었다. 더더욱 선배에게,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 한 번이라도 더 칭찬받기 위해 일했다.
승진자 발표 날 팀장이 불렀다. 대리 진급에서 누락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나이도 있고, 열심히 일한 거 다 알아"라고 했다. 하지만 결론은 '넌 아니야'였던 거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이 휘청거렸다. 그래도 버텨야 했기에 나름의 명분을 만들어 마음을 다독였다.
'남들보다 쉽게 입사했고, 회사 배려로 대학원까지 무사히 졸업했잖아. 다음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왠지 모를 배신감에 한동안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고, 모든 게 상식대로, 순리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았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과정을 수시로 겪는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어'라며 자포자기하는 심경을 토로한다.
암흑 같은 시간을 거치며 회사에 대한 불신을 쌓기보다는 '믿을 사람은 나 자신뿐'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무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아무리 불합리한 상황이라도 자신을 믿고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에서는 약해 보이거나, 쉽게 나가떨어지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제 갈 길을 가는 사람이 결국 눈에 띄는 법이다.
"인생은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영국 작가 비비언 그린 Vivien Greene의 말은 직장인을 위한 명언이다. 직장인은 홀로서기를 통해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직장인이기에 비바람 속에서 춤추는 법을 오늘도 배우고 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하기 시작하면 자신을 잃어버린다. 직장생활의 의미도 찾을 수 없다. 제대로 된 성과도 내기 어렵다. 기대한 만큼의 실망만 돌아온다. 막연한 기대는 어떤 순간에도 절대 충족되지 않는다. 삶의 주체는 언제나 내가 되어야 한다. 기대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던지는 도전이다. 줏대 있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내 안에서 찾는 자신감과 여유를 장착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믿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된다. 헛된 욕심, 막연한 기대를 품지 않는 지혜로운 삶의 태도를 견지하면 모진 직장생활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