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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ug 28. 2020

아빠의 긴 잠에 담긴 서글픈 사연

'스트레스 속에서 낡고 있는 직장인에게 위로를'


일요일에는 온종일 잠만 자고
일어나면 한숨 쉬고 또 자요.
회사 가기 진짜 싫데요.


처가에서 잠자는 형님을 바라보며 조카가 말했다. 여러 가족이 모여 있었지만 조카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형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래? 아빠가 많이 힘든가 봐'라는 말로 조카가 아닌 형님과 나 위로했다. 조카 말은 주말에 아빠가 잘 놀아주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 말속에서 나는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찌든 직장인의 초라함을 다.


가깝지 않은 형님과 나 사이. 서로 회사 얘기는 안 한다. 가까운 곳에서 일하지만 연락하는 일도 없다. 그렇지만 서로 다니는 회사를 알기에 처한 사정 알고 있다. 금융권의 구조조정 쓰나미 중심에 그가 있었고, 코로나 19로 큰 타격을 입은 레저업계 중심에는 내가 있다.


아직 둘 다 버티는 중이지만 사장보다 힘든 가장이기에 이 위기가 더 불안하기만 하다. 구조조정, 희망퇴직, 휴직, 휴업, 무급휴직, 폐업 등 무서운 현실이 일상이 됐다. 그 소용돌이 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불안한 직장인이 갇다. 이 위기를 어찌 넘긴다 해도 끝이 아니다. 계속되는 여진 여파에 수시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불안과 초조함의 예민한 촉수가 형님의 낮잠 자는 모습을 보고 발동했다. 십여 년 동안 한결같은 평온함을 유지하 형님이기에, 힘들어 내색 한번 안 하는 사람이기에 더욱더 마음이 쓰였다. 며칠 전 놀러 온 조카가 또 한 번 얘기했다. '아빠는 주말에 잠만 자요' 아내는 아무렇지 않게 응수한다. '피곤한가 보지'. 동시에 '나 주말에 잠만 자!'라는 팀장 말이 스쳐갔다. 


나는 그 잠에 담긴 의미를 너무 잘 다. 피곤함은 둘째다. 정신이 피폐할 때, 무거운 스트레스 앞에 봉착했을 때 잠 속으로 피신한다. 잠시 잠깐이나마 꿈속으로의 해방.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쓸데없는 생각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다.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 공부하기 싫어 부지런히 책상을 정리하고 방 청소하는 학창 시절 마음이랄까. , 마음 편히 쉴 수도 없는 이 무슨 지랄 같은 인생이란 말인가.


30·40대 직장인 2070명을 대상으로 한 잡코리아 설문 사 결과 81.3%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고 있다' 답했다. 인생 이모작을 위해 준비는 가장 먼저 '재테크 등 경제력 향상(37.9%)'을 꼽았다. 이어 이직 및 재취업(32.7%), 취미 및 특기 개발(25.6%), 외국어·직무능력 향상 등 자기 계발(22.8%), 개인사업 및 창업 준비(22.2%) 등이 뒤따랐다.


쉽다. 은. 하지만 무엇보다 실행과 실천 그리고 결과가 중요하다. 실제의 삶에서는 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뜻대로 되지도 않는다. 아무리 아등바등 살아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직장인은 무너진다. 허탈하다. 괴롭다. 잠에 빠져든다. 밤새 술 퍼마시고 다음 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다시 폭음을 반복하는 것도 숙취로 인한 괴로움보다 현실 속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 더 참기 힘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아빠는 잠만 잔다'라는 조카의 말에서 아빠의 괴로움과 가장의 무게를 느꼈다. 차가운 기운은 신경 세포를 통해 온몸으로 퍼졌다. 심지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가장에게까지 감정이 옮겨갔다. 대한민국 같은 지붕 아래서 더불어 살며 고만고만한 고민과 스트레스 속에서 낡고 있는 직장인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음 생애는 소나무로 태어나자고. 사시사철 푸르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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