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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Sep 15. 2020

굴욕 면접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시장이 반찬이면 시련은 양념이다'


면접은 경험을 쌓는 순간이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면접은 부담이고, 설렘이고, 긴장이고, 기대이다. 이 순간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넘기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품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면접은 입사 최종 관문이지 인생의 최종 관문은 아니다. 면접은 경험을 쌓는 순간이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어쩌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시련일지도 모른다. 내게 생애 첫 면접이 그랬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굴욕의 순간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대학교 4학년, 인생 첫 면접을 잊을 수 없다. 막연히 기자가 되고 싶었다. 4학년 1학기 여름 방학 때 아무 생각 없이 한 경제지에 입사 원서를 냈다.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얼마 뒤 논술 필기시험을 봤다. 물론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무식함과 용감함이 통했는지 붙었다. 영어 시험과 면접이 남았다. 영어시험을 망쳤다. 면접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너무 쉽게 최종 관문 앞에 섰다.


면접 준비를 해본 적 없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신문만 읽으며 긴장을 달랬다. 마땅한 정장도 한 벌 없었다. 먼저 취업한 친구에게 옷을 빌렸다. 꽃다운 26세, 멋쟁이 친구가 빌려준 정장은 체크 무늬가 있는 베이지색이었다. 제일 아끼는 옷이라는 말에 덥석 받다. 넥타이까지 묶어 놓으니 그럴싸한 면접 복장이었다.


옷에서부터 악몽이 시작될 줄 몰랐다. 면접자가 하나 둘 모여들수록 얼굴이 달아올랐다. 순식간에 군계일학이 됐다. 검정 정장 속 베이지색 날개를 움츠린 내가 있었다. '이런 된장...!' 좌불안석이었다. 숨고 싶어 화장실만 들락날락했다. 성적대로 잘랐는지 면접은 제일 마지막 조였다. 4명의 면접관이 보였다.


면접자는 여자 3명과 나. 면접관의 첫 질문은 키였다. 모두 키가 컸다. 다들 고만고만했다. 즉 내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거다. 마지막 내 키를 묻고 면접관은 "자네가 제일 작아 보이는데?"라고 말했다. '압박면접인가?' 잠시 고민도 했지만, 소심한 멘탈은 위축을 택했다.


베이지색 체크 정장, 갈색 구두,
젤 범벅 촉촉한 머리, 색 들어간 안경


쿨하게 웃어넘기지 못했다. 어린 마음에 자존심이 상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화기애애했다. 내 키 희생 덕에 면접 분위기는 좋았다. 이런저런 질문이 오갔다. 키 크고 당당한 경쟁자들은 말도 잘했다. 내 차례가 왔다. 키 질문에 이은 다음 질문은 "자네는 예술가 같네?"였다. 무슨 말지 알기에 또 당황했다. 보수적인 언론사에 양아치가 나타난 꼴이었다. 지금도 왜 색이 들어간 안경을 꼈는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개성 시대라고 하기에는 때와 장소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질문을 받자마자 주제 파악을 했다.


배아복제 질문, 신문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신문의 레이아웃과 가독성 질문 등이 기억난다.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잊고 싶어 그날 기억을 리셋했다. 답변을 잘했을 리 없다. 면접비 3만 원을 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전철 안에서 함께 면접 본 키다리 경쟁자를 만났다. 부산에서 올라온 잡지사 경력 기자였다. 여의도에서 종로3가까지 동행했다. 어색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면접 때 이야기를 꺼내고 말았다.


'제가 첫 면접이라... 정장이 없어가지고... 친구가 빌려줬는데...'


이렇게 내 인생 최초의 면접은 끝까지 망신살을 자초하며 최악으로 끝났다. 예상대로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 욕심일 뿐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커다란 아쉬움이 오래오래 남았다.


시장이 반찬이면
시련은 양념이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서류전형 통과하는 게, 면접 한 번 보는 게 소원인 취준생도 많다. 나 역시 이력서를 수도 없이 냈지만, 요즘에 비할 상황은 아니다. 고스펙의 유능한 학생이 넘친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어 포기하고 어두움만 쫓을 필요 없다. 지금의 좌절과 작은 경험이 인생 또 다른 경력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안다. 세상에 버릴 경험은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다듬어 인생에 접목 나느냐가 성장의 관건이다.


첫 면접을 최악으로 마무리하고, 4학년 2학기 때 광고대행사에 취업했다. 1년을 버티다 야근이 너무 많아 때려치웠다. 대학원에 들어갔다. 학교에 다니면서 봉사활동, 온라인 신문사 넷포터 활동, 모 경제지에서 광고 계약직 생활을 했다. 작은 신문사에서 3개월 열정 페이로 연명하다 잘리기도 했다.


보잘것없는 경험이 쌓이면 인생이 보잘것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의 고난과 경험을 발판 삼아 올라서야 한다. 인생이 허접하다고 외치면 인생은 허접한 쪽으로 기운다. 시련을 견디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인간은 잘 살아간다. 사람은 시련과 맞서면 맞설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시장이 반찬이면 시련은 양념이다. 인생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조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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