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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Sep 18. 2020

배울 게 없는 상사에게 배우는 방법

'나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못난 사람이다'


거꾸로 현실을 맞으면 버겁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돼
날려야 할 것을 배운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내 익명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상사에게 도무지 배울 게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얀 모니터 화면에 임팩트 있게 박혀 있었다. 순간의 분노와 악의를 담은 글이 아니었다. 나직하게 읊조리는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부모가 자식의 거울이듯 상사는 부하직원의 거울이다. 직장생활 중 끔찍했던 사건이 하나 있다. 자신이 죽이고 싶다고 했을 만큼 싫어하던 상사를 선배는 꼭 닮아 버다. 조용히 물들었다. 본인은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


선배나 상사에게 대놓고 '존경합니다', '롤모델입니다'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상사를 몇 명 만났다. 닮고 싶다는 건 그저 바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같을 수 없다. 누구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들에게서 받은 좋은 감정은 직장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 기운이 분명 내가 발전하는 데 보탬이 됐다.


좋은 상사는 몇 명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많이 만났다. 놀랍다. 이들에게도 많은 걸 얻었다. 아무리 최악이라도 버리고 싶은 쓰레기로만 여기면 안 된다. 좋은 기운의 상사에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면, 후자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짓'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 좋은 것은 좇고 나쁜 것은 고치니 좋은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고, 나쁜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못난 사람'이다.


누군가가 싫으면 걷잡을 수 없다. 마음이 옹졸해진다. 눈이 마주치거나 하품하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나쁘다. '싫다 싫다' 하면서도 흠을 잡기 위해 자꾸 쳐다다. 내 마음과 시간만 탕진하는 짓이다.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는 진리를 받아들이면 거침없던 한숨이 조금은 잦아든다.


흠칫한 마음에 나를 돌아봤다.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후배에게 비슷한 기운을 풍기고 싶다. '싫은 사람'이라고 단정지은 이에게도 너그럽게 대하려 노력한다. 마음을 조금만 열면 상대에게 덜 적대적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수시로 상식적이지 못한 상사나 선배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 일반상식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실이 흔들리기도 한다. 혼란스러움에 갈필을 잃고 휘청인다. 역풍에 견디기는 힘들다. 거꾸로 현실을 맞으면 버겁다.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다만 야 할 것을 배운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삼인행필유아사에 등장하는 세 명은 '나', '나보다 나은 사람', '나보다 못난 사람'을 말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못난 사람'이다. 모든 상황을 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배우고 싶은, 닮고 싶은 기운을 품은 선배가 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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