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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Sep 21. 2020

X세대와 MZ세대의 똑같은 속마음

'일찍 오면 일이나 더 시키지'는 과연 세대차이일까?


'요즘 애들'이 아닌
'요즘 시대'를 배워야 한다.


입사 후 처음 만난 팀장처럼 팀원에게 쓴소리도 서슴없이 전하는 카리스마 선배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세월이 놀라운 진실을 귀띔해다. 내가 신입사원일 때 MZ세대는 초·중학생이었다는 사실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는 변했고, 사람들은 급격하게 진화했다. 직장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쉼 없이 일고 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40~50대 기성세대도 변화를 체험하는 중이다. 이러한 소용돌이 중심에 MZ세대와 기성세대가 공존한다. 분위기는 젊은 쪽으로 기울어 간다. 미래 주역 세대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


과거의 악습을 반복하는 낡은이들은 외면받는다. 지적하는 선배는 적敵인 시대가 됐다. 지적이 잡아 먹히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선배라는 명목 하에 저지르는 적폐는 여전히 잔존한다. 시대가 변한다고 낡은 관습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당연한 듯 자행되는 사건을 파헤쳐 과거를 버리고 현재를 잡아야 한다. 




출근 시간보다 한참 일찍 회사에 나와 일하는 선배가 여전히 많다. 직급이 높을수록 조기 출근하면 일 하는 경향이 있다. 간혹 일이 밀려 일찍 출근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이 모든 상황은 본인이 자처하는 일이다. 문제는 따로 있다. 일찍 출근하는 후배에게도 당연한 듯 일을 시킨다는 현실이다. 덕분에 업무 시작 전 커피 한 잔의 로망, 소소한 여유는 사라진다. 갑자기 밀려드는 서류에 휘둘리며 정신 사납게 하루를 시작할 때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신입사원은 자차로 출근한다. 한 시간 십분 정도 일찍 회사에 도착해 커피숍으로 향한다.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본다. 출근 시간 10분 전 사무실에 들어다. 이른 시간에 업무 시작하는 선배들이 불편해서다. 결정적인 이유는 일찍 출근해 선배 업무를 도와주고 욕먹은 사건 때문이다.


일찍 오면 일이나 더 시키지.
지각도 아닌데 왜 저래요?


정각에 출근한다는 이유로 팀장에게 한 소리 들은 후배는 억울했다. "일찍 오면 일이나 더 시키지. 지각도 아닌데 왜 저래요?" 후배와 나는 입사 일 년 차이밖에 안 난다. 이러한 생각과 행동은 나이차, 세대 차이 때문만은 아니. 인의 성향 차이일 뿐이다. '요즘 것들'이라는 말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닐까.


2000년 초 사회에 나왔다. X세대 출신이다.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행복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착각이란 걸 깨달았다. "할 일 다 했으면 먼저 들어가"라고 천사처럼 말하던 선배. 지하철을 기다리는 내게 전화해 "선배들도 안 갔는데 진짜 먼저 퇴근해? 눈치가 왜 그렇게 없어?"라 뒤통수를 후려쳤다. 선배의 특훈에 조금씩 길들여졌다.


막내는 가장 일찍 출근하는 게 미덕이라 여겼다. 더불어 퇴근도 일찍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현실현실분위기에 휩쓸려 실천하지 못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해야 했다. 돌이켜 보면 마음은 MZ 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0여 년 훌쩍 넘는 과거 속 신입사원과 MZ 세대의 속마음이 상당히 닮았다고 느낀다. 단지 용기 없는 세대였기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 대열에 합류했을 뿐이다. 불합리함을 인정한 건 아니다. 무작정 사무실 분위기에 등 떠밀려 동참했지만, 비효율적 현실의 거북함을 늘 달고 살았다.


표현하지 못한 세대와
표현하는 세대의 차이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세대별 '일과 동료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일찍 출근해서 출근시간 전까지 업무 준비 완료하는 게 당연한가요?>라는 질문에 90년대생 35%가 동의했고, 80년대생은 43%, 70년대생은 54%가 동의했다. 한편 <야근, 주말 근무를 해서라도 내가 맡은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물음에 90년대생 32.5%, 80년대생과 70년대생은 각각 42.5%, 43%가 동의했다.


90년대생과 70년대생의 의식 차이는 각각 19%와 10.5%다. 결과는 의외로 침착했다. 표현하지 못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차 정도가 아닐까. 거부감을 표현하지 못 건 시대 분위기 때문이다.




혼돈의 시대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힌트는 주변에 가득하다. 주 4일 근무, 주 52시간 근무제, 정시 퇴근제, PC 오프제, 워라밸 등 사회가, 직장문화가 변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대 차이'를 넘어서는 '시대 공감' 필요한 세상이다. "나 때는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고 선배들 다 가면 퇴근했어"라는 늘어진 녹음테이프 같은 말은 역사 속에 묻어야 한다.


한 상사가 그랬다. "요새는 젊은 애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안 돼. 공부를 해야 해. 공부를" 삐딱한 시선담은 말이었다. 하지만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고무적이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배어 있기 때문이. 관점을 조금 바꿔 '요즘 애들'이 아닌 '요즘 시대'를 배워야 한다. 저절로 '요즘 애들'이라는 시대착오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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