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Nov 13. 2020

후배가 알아야 할 선배의 놀라운 속사정

"22년 전에는 뭐 별 수 있었는 줄 알아?"


20여 년이 지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정말 놀라워 기겁할 지경이다.


<후배 눈치 보는 회식, 상사는 괴로워>라는 제목의 기사를 우연히 발견해 일부 발췌했다. 참신하고 재미있다. 한자 한자 찬찬히 미하면서 읽어보자.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요즘 좋은 상사가 되는 조건 중 하나는 회식을 잘하는 것. 이때 잘한다는 것은 자주 한다거나 거나하게 술을 마신다는 의미가 아니다. 20대 후반의 젊은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참신한 회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그러지 않으면 '꼰대'로 찍힌다.
젊은 사원들이 가장 못 견뎌하는 것이 삼겹살집과 노래방. 회사원 김형민 씨(30)는 "우리 세대는 고기 냄새가 싫어도, 대화가 지겨워도 꾹 참았다. 하지만 요즘 신입 사원들은 몸을 비비 꼬다가 중간에 그냥 가버린다"라고 말한다. 심하면 회식 장소가 어딘지를 확인하고 마음에 들 때만 참석하는 직원들도 있다.
상사는 "요즘 젊은것들은 회식에도 참석 안 한다"라고 화를 낸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다. 젊고 이해심 많은 상사로 인정받고 싶다면 지금 당장 회식 장소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이 평범한 내용이 놀랍도록 흥미로운 이유는 기사가 쓰인 날짜에 있다. 이 글은 1999년 11월 8일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다.


21세기다. 하지만
선후배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놀라워 기겁할 지경이다. 더욱더 당황스러운 건 몸을 비비 꼬다가 회식 중간에 가버렸던 20대 후반의 신입 사원들이 이제 40대 후반이 돼 자신이 지독하게 싫어했던 상황을 다시 연출한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20여 년 전 '꼰대'라는 말이 여전히 대를 잇고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젊은 후배들은 여전히 꼰대 상사가 불편하고, 상사는 왠지 눈치 주는 것 같은 후배들을 못마땅해한다. 신기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안타까운 악순환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이지만, 기사 내용처럼 선후배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요즘에도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젊은것들' 같은 말이 심심찮게 쓰인다. 그만큼 직장의 선후배 사이는 시간이 흘러도 시대가 변해도 적당한 접점을 찾기 불가한 숙명의 관계라는 의미 아닐까.

 

그렇다고 마음속으로 상사나 선배를 무조건 배척하거나 딴 나라 사람 취급해서는 안 된다. 20세기의 신입 사원들이 21세기의 꼰대로 변신했듯 지금의 신입들도 세월의 흐름에 어떤 식으로 동참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무조건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어차피 세월이 지나면 속사정이, 속마음이 다 비슷해질 테니까.


다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수 십 년 전 선배(현재의 상사)의 마음을 알았으니, 현실의 선배(과거의 신입) 의중을 조금만 더 깊이 파악하고, '저들 속마음도 나와 같았지'를 한 번쯤 헤아리는 것만으로도 직장에서 가장 어렵다는 사람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마음이 지금의 내 마음이었을 테니까. 카카오페이지 <이제는 롱런이다 中>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의 나쁜 질투 좋은 질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