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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Jun 08. 2021

영화 속 부러움 현실 속 희열

'유튜브에서 사이다 명장면을 즐겨본다'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다.
부러우면 즐기자!

"처음부터 난 알았어. 내가 특별하단 걸. 그게 불편한 인간들도 있겠지만 모두의 비위를 맞출 수는 없잖아?"


영화 <크루엘라>에 나오는 말이다. 멋진 문구라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으니까. 주인공 크루엘라는 천재적인 패션 디자이너이면서 분노에 찬 악녀다.


군가의 특별함은 부러움의 대상이도 하고, 거부감의 표적 기도 다. 그렇지만 나에게 특별한 누군가는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 기분전환을 책임지는 고마운 사람이다. 가끔은 지친 머리에 통쾌한 한방을 선사다.


비슷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보면 늘 같은 감정을 느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는 2주 공부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천재 사기꾼이다. 한 번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 살아본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한. 공부도 제대로 안 하는데 수시로 일등 하는 누나를 보면서 늘 부러움과 경이로움 그리고 나의 부족함을 실감하면서 자랐다. 노력으로 안 되는 건 분명 있다. 똑똑고 싶은 열망 덕에 대리만족에 열광하는 내가 탄생했다. 현실 어쩔 수 없으니 괜한 부러움은 진작에 내려놓고, 타인의 삶이 분출하는 아드레날린을 십분 만끽하며 산다.


현실의 나는 공대에 진학해 전공을 디자인으로 바꿨지만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결국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역시 두각은 남일이다. 물론 당연히, 나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현실 세상에 독보적인 존재는 몇 없다. 그래서 안심하고 마음껏 부러워하며 즐길 수 있다.


영화 속 크루엘라는 정 표현에도 거침없다. 모든 감정을 긁어 모아 표출한다. 부러움 그 자체다. 눈치에 익숙하고 상대방 기분을 생각하느라 매번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 나에게 위안 대리만족을 베푼다. 할 말을 전부 다하고 사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나보다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사람을 보면 상쾌함을 느낀다. 역시 대리만족의 순기능이다. 유튜브에서 사이다 명장면을 즐겨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나 가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과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못나서도 아니고 삶이 괴로워서도 아니다. 그저 나에게 없는 것에 대한 투정이자 부러움 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되지 않는 걸 가슴에 품고 살면서 태울 필요 없다. 부러움이든 열등감이든 욕심이든 질투든 뭐든 내려놓을 건 적당히 내려놓고 사는 게 피곤하게 사는 자신에게 베는 관용이자 배려다.


항상 시원하게 글 쓰는 이웃 작가님에게 종종 부럽다는 댓글을 남기면서 내 결핍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성격이 있고, 주어진 환경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재능을 활용하면서 살고 있다. 내 아닌 것에 집착하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


지금 보다 드라마틱하게 잘난 자신을 꿈꾸지만 당장의 현실 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안다. 오늘의 내가 진 나일뿐이다.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대로 모든 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영화나 드라마가 이런 결핍을 채워준다. 입꼬리가 슬쩍슬쩍 올라갈 때마다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잘 짜인 각본이 주는 똑 부러지는 스토리는 척박한 삶에 희열을 선사한다.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다. 부러우면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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