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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ug 12. 2022

소중한 기억을 붙잡는 마법 같은 글

"글쓰기 덕분에 오늘도 엄마와의 기억이 선명합니다"


수년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인데, 엄마가 떠난 지 고작 일 년이다. 작년 8월 13일 엄마가 떠났다. 하루도 엄마를 떠올리지 않은 날이 없다. 좋은 기억만 남기고 떠난 엄마가 너무 고맙도 또 고마워 입꼬리를 올리며 엄마를 생각해도 이내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입꼬리가 내려간다.


몹쓸 병마와 싸우는 엄마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많은 사람이 평생 겪지 않는 병, 왜 우리 엄마에게 찾아왔을까. 아무도 원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원망스러웠다.


엄마를 보내고 15년 다닌 회사를 나와 이직을 하는 등 개인 신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바쁘게 지낸 덕에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지만, 엄마의 1주기가 되니 슬픈 마음이 깊어진다. 여전히 엄마 얼굴, 모습, 목소리 모든 게 생생하다. 엄마 옷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오늘을 보내고 떠나보낼 생각이다.


작년 엄마와 함께 호스피스 병동에 있을 때 매일 밤 끄적였던 글을 들춰봤다. 엄마와의 하루하루를 기록했다. 다시 생각해도 글을 써 놓은 건 참 잘한 일이었다. 다시 보니 너무 소중한 기록이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던 엄마와의 추억이 글을 읽을 때마다 다시 제 자리로 들어와 자리 잡는 기분이랄까.


엄마는 '21년 8월 10일까지 희미하게나마 말을 했다. 병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아름답게 가꾸신 분..."이라는 말을 건네 아주머니를 활짝 웃게 했고 "엄마 내가 누구야?"라는 의사의 물음에 "의사 선생님...", 진짜 아들의 물음에는 "아들..."이라고 말했다. '아들...'이라는 희미한 목소리가 엄마의 마지막 육성 인사였다.


암세포에 점령당한 엄마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빨대를 입에 대면 물을 조금 마셨지만, 그나마도 할 수 없었고 입은 벌어진 채 멈춰버렸다. 입이 마르지 않게 수시로 스프레이로 입안에 물을 뿌렸다. 입술 갈라지고... 혀가 조금씩 말려들어갔다.


엄마는 작년 8월 13일 오전 9시 병실에서 임종실로 옮겼고, 그날 밤 10시 반에 엄마가  랑하던 하늘나라 별장으로 떠났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아침에 예쁘게 미용을 하고 엄마 만날 준비를 했다.


엄마와의 기억이 까마득하지 않은 것은 엄마와 함께 지 순간을 기록해둔 덕이다. 엄마와의 나들이, 손주들과의 윷놀이, 산책, 가족 생일, 한 달반의 호스피스 병동 생활, 누나와 나눈 이야기가 다. 가족 일기장에도 엄마의 흔적이 남아있다. 글은 이렇게 많은 순간을 떠올리게 하고 마음을 따듯하게 물들인다.


앞으로도 수시로 그리고 매년 엄마와 방울방울 맺힌 이야기를 들춰볼 수 있어 다행히다. 1974년에 아빠가 1000일 동안 남긴 누나의 육아 일기도 여전히 빛나는 추억으로 곁에 남아있다. 아빠를 통해 글이 가진 위을 진작에 경험했기에 더욱 열심히 적는 삶을 살고 있다. 떠난 엄마가 남긴 짤막한 일기 엄마 입체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엄마를 정성스럽게 기억하고 싶어 오늘도 끄적끄적 흔적을 남긴다. 오늘의 흔적이 내년에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지. 아이들도 아빠 글을 보고 할머니를 한 번쯤 더 떠올리겠지. 글쓰기는 소중한 흔적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적고 또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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