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Oct 16. 2020

아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았던 눈물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은 어쩔 수 없다'


가끔씩 슬픔을 뚫고 흐르는
눈물은 나도 어쩔 수 없다.


퇴근 후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둘째인 4학년 아들은 잠자기 직전까지  곁을 지킨다.


"아들도 누나처럼 바빠지면 아빠는 심심할 거 같아."

"저는 군대 가기 전까지 아빠랑 놀 거예요."

"군대 가도 휴가 나오면 아빠랑 놀자."


유치한 대화를 나누던 중, 난데없는 암과 투병 중인 엄마가 떠올랐다. 아들놈 군대 갈 때쯤이면 엄마가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다다랐다. '앗!' 눈이 달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뺨이 젖었다. 분명 40대부터 감소하는 남성호르몬 탓이다. 나도, 아들 당황했다.


"왜 울어요? 아빠 우는 거 처음 봐요."


평소 눈물 많은 아들도 영문 모른 채 눈물을 흘렸다. "우리 아들 군대 갈 때 할머니가 안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슬펐어."라고 얘기다.


"아들도 엄마 없으면 슬프겠지? 아빠도 그래."

"나 어른 되는 거만 생각하지 왜 할머니를 생각해서 울어요."


아들 눈물이 점점 커졌다. 아빠 따라 우는 아들을 보니 또 눈물이 번졌다. 눈물이 날 때는 어떻게든 숨긴다. 되지도 않는 남자의 자존심이랄까. 아내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눈물이 훌쩍이지 않는다. 줄줄 흐르는 눈물이 얼굴을 타고 목을 타고 배까지 흐른 적 있다.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


아들 앞에서는 창피하지 않았다. 참지 않았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아들을 꼭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이 드니 눈물 진입 장벽이 점점점점 낮아진다. 큰일이다. 아빠 닮아 마음 여린 아들도 큰일이다.




엄마는 항암치료를 잘 마치고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매일 혼자 병원에 다닐 만큼 회복다. 수술과 항암치료 경과도 좋은 편이다. 부작용도 없었다. 다시 잔소리도 다. 더없는 다행이자 행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눈물이 쏟아진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친구가 SNS 올린 가족사진을 봤다. 부모님을 비롯해 친구 가족 삼 남매와 조카들까지 20여 명 가까이 인 사진이었다. 아이들은 웃고 있었지만 어른들 표정에는 그늘이 다. 친구 아버지폐암 수술을 받았다. 초기라 간단하게 수술을 마쳤다. 그런데 2년 정도 지 재발했다. 가족사진은 마지막 될지도 모르는 그들의 흔적이자 추억이었다.


엄마가 폐암 선고를 받았을 때 완쾌되신 친구 아버지 소식을 듣고 마음에 희망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니 혹시 모를 불안에 걱정부터 앞섰다. 음이 동요했다. 엄마가 처음 병을 진단받고 망연자실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온 가족이 합심해 헤쳐나간 6개월 간의 여정도.


엄마는 분명 좋아졌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두고 걱정하는 건 어리석은 이다. 알지만 가끔씩 불안 뒤에 숨은 슬픔을 뚫고 흐르는 눈물은 나도 어쩔 수 없다. 엄마 때문에 혼자 눈물 흘린 날이 많다. 오늘은 함께 울어준 아들이 있어 든든했다.


"아빠가 할머니한테 잘해주면 되죠."


하늘이 엄마와 후회 없는 이별을 천천히 준비하라고 가족에게 다시 기회를 준 거라고 생각한다. 병이 아니었으면 깨닫지 못했을 가족 간의 사랑을 배우고 있다.


'물론 더 잘해야지'


눈물 바람보다 중요한 말을 아들에게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철부지 아들의 한마디에 미약하고 나약한 가장이  는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절친이 엄마를 자꾸 협박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