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 세대'와 '꿀 빤 세대'... X세대를 보는 눈
X세대의 가장 큰 매력은 자녀와의 케미
현 시대의 트렌드를 듬뿍 담은 책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읽었다. '엑스틴 이즈 백'이라는 챕터가 눈길을 끌었다. 그 시대에 젊음을 보낸 세대라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에 끼어 신구 세대 갈등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낀 세대' 신세다. 후배들로부터는 꼰대 소리를 듣지만, 막상 과거 선배들이 누렸던 대접은 온데간데 없다."
챕터 도입부에서 X세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X세대 입장에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지만, 100% 동의할 수는 없다. 어떤 입장으로 현 세상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어떤 세대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나무위키'라는 사이트에는 40대 세대를 지칭하는 표현의 용어가 등재돼 있다. 여기서는 40대를 "해방 이래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싸운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과실을 맛보게 된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대학 생활을 맞이한 세대"라거나 "3저호황, 한강의 기적 등과 같이 대한민국의 최고 성장기를 누리며 취업, 내 집 마련, 결혼, 군 면제 등을 비교적 쉽게 이룬 세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꿀빤 세대"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시대와 세대, 상황을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다. 섣불리 특정 세대를 단정 지을 수는 없고 세월이 어느 정도 흘러야만 그 세대만의 고유한 특징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불쌍한 세대라는 말부터 꿀빤 세대라는 평까지 들었다.
나를 그리고 나의 세대를 돌아봤다. 내 집 마련은 아직 못 했지만, 취업도 결혼도 무난했다. 지금까지 직장도 열심히 다니며 한 가정을 책임지는 묵직한 가장으로,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가벼운 아빠로 지내고 있다.
"2세대 자녀와의 케미도 돋보인다.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2세대의 '인싸력'을 몸소 체득한다."
책에서 가장 공감한 문장이다. 중년으로 다시 컴백한 X세대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X세대는 개방적인 사고와 젊은 시절의 양념 같은 경험과 감성 덕분에 기성세대보다 자연스럽게 10대 자녀들을 이해할 수 있다. 또 함께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자녀와 공유하며 가정에서도 남다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가 부모님과 친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약 70%였으며,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의 유형으로 부모를 꼽은 비율도 23.3%로 앞세대와 비교해 Z세대가 가장 높았다. X세대 부모도 자녀에게 제품이나 서비스 정보를 물어보거나 추천받고(52.7%), 자녀가 알려주는 제품과 서비스 정보를 신뢰한다(61.2%)는 긍정적인 답을 했다.
부모와 자녀 간 교감과 소통이 이전 세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기성세대 부모 때는 "우리 때는 다 알아서 컸지"라는 말이 당연했고, X세대도 적당히 알아서 큰 세대다. 하지만 요즘 X세대의 자녀는 부모와의 교감, 소통과 더불어 정서적인 성장도 이룬다.
중학생 딸아이 영어 스피치 대회를 함께 준비한다. 함께 대본을 외우면서 대화를 나눈다. 극성을 떠는 게 아니라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서다. 서로 부족한 실력이지만 아이와 영어로 주거니 받거니 교감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또 X세대는 보수적인 면에서도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한다. 중학생 딸내미가 가뜩이나 짧은 교복 치마를 댕강 줄였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항상 과거를 소환한다. 아버지 몰래 숨겨두었던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외출하고, 사제 교복 바지를 입고 멋 부리던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6학년 아들이 눈썹을 다 덮어버리는 답답한 머리를 고집하는 모습이 속 터질 때는 어울리지도 않는 무스와 젤을 떡칠하던 나의 학창 시절을 그려본다. 자녀 마음이 곧 내 마음인 것이다. '자녀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니 존중해야지'라고 다짐해 본다.
시대와 세대에 옳고 그름은 없다. 파격적이고 문화적으로도 풍성한 세대를 살았던 X세대는 일명 아재로 다시 돌아왔고, 젊었을 땐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낀 세대'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X세대의 가장 큰 장점은 이전 세대보다 조금은 더 깨어있는 사고방식이 아닐까. 특히 자녀들과 소통에 능숙한 세대, 자녀와의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그런 정겨운 세대가 바로 X세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