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대의 이직 트렌드 '환승이직' 기준 1순위
"새 시대 새로운 세대의 이직이 반갑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돈 몇 푼 더 준다면 죄다 회사 옮기지 뭐. 요즘에는 회사를 오래 다니지를 않아. 적어도 한 회사에 5년은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회의 시간 말미에 회사 임원이 던진 말이다. 직장인에게 이직은 흔하디흔한 일상 중 하나다. 오히려 첫 회사에서 재직 15년 만에 이직한 나를 두고 신기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환승이직'이라는 말도 떠돈다. '환승'과 '이직'의 합성어로 재직 중인 상태에서 이직을 준비하며 퇴사 후 곧바로 새 직장으로 출근하는 것을 가리킨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1921명을 대상으로 '환승이직'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1%가 '당연하다'고 답했고 '그럴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47.1%였다. 결과적으로 '환승이직'에 긍정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98%였다. 20대부터 40대의 의견 차이도 거의 없었다.
위에 언급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승이직 대세', '환승이직 당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수십 여건 쏟아졌다. 누가 봐도 당연한 일인데 갑자기 호들갑을 떨 일인가라고 생각했다.
단어만 신조어일 뿐이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직 전략이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동일한 과정을 거쳐 이직을 한다. 수입에 공백이 생기면 안 되기에 나 역시 새 직장을 미리 구한 후 전 회사를 퇴사했다.
새 시대 새로운 세대의 이직 트렌드
'환승이직'은 과거의 이직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앞선 임원의 말처럼 '돈 몇 푼'이 다가 아니다. 기성세대는 자신이 속한 직장에 충성하며 평생직장을 꿈꿨다. 이를 기반으로 가정을 건사하고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성공한 직장인의 삶이라 여겼다. 요즘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는 곧 사라져도 될 만큼 위태로운 단어가 되었다.
'퇴사'나 '이직'의 사전적 의미는 먼 과거에도 현재도 동일하다. 하지만 현재의 본질적 알맹이는 크게 바뀌었다. 예전에는 회사 타이틀이나 연봉부터 따졌지만 현 세대의 이직관은 다르다. MZ세대 직장인은 연봉이나 누구나 아는 기업 명함에 집착하지 않는다. 워라밸과 직장에서의 자기 발전, 자기 계발을 더 중요시 한다. 자기만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움직인다.
대기업에 다니는 MZ세대 후배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 1년 뒤 작은 스타트업으로 '환승이직' 했다. 팀장이나 동료들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후배의 기준은 명확했다. 집안일, 육아 등을 위해 시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재택근무 가능 회사'가 1순위였다. 물론 그동안 회사에서 갈고 닦은 경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요즘 세대에게 시간은 유한한 재화다. 시간을 철저하게 활용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 외에 회사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시간 소진을 꺼린다. 난데없는 회식이나 야근을 거부하고 위 사례의 후배처럼 출퇴근 시간 최소화를 선호한다.
경력직으로 같은 팀에 입사했던 MZ세대 후배는 전 회사에서 야근이 많아 이직을 택했다고 말했다. 3년 뒤 일이 재미없다며 외국계 회사로 다시 이직했고, 외국 본사와 시차를 맞추는 회의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균형이 생긴다며 출퇴근 시간 조절이 자유로운 회사로 다시 이직했다. 후배는 이력서는 풍성해지고 실력은 더더욱 쌓이고 연봉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직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말한다.
한 기업의 블라인드에 이직하는 직원이 '이 회사는 갈데없는 사람만 남았다'는 글을 남겼다. 회사에 대한 못마땅한 표현이었겠지만 그걸 보고 뜨끔했다는 선배도 있었다. 마지못해 남아 점점 비굴하게 살고 있다며 현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직도 능력이다. 요즘 젊은 직장인은 '이직해서 돈을 더 많이 받을까'보다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내 시간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까'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제 직장은 먹고 살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지 기성세대처럼 삶을 갈아 넣지 않는다. MZ세대는 커리어 성장 욕구가 크고, 일과 삶의 균형을 무조건 지키려고 하고, 회사 문화를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요즘에는 남아 있는 사람이 무능한 거예요. 더 좋은 조건이나 환경으로 갈 수 있는데 안 가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에요?"
이직을 앞둔 후배의 말이었다. 후배는 더 좋은 조건으로 저녁 있는 삶을 찾겠다며 5시 퇴근하는 기업으로 이직했고, 같은 팀이던 또 다른 후배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재택근무가 사라지는 시기에 100% 재택근무를 하는 IT 기업으로 이직했다.
새 시대 새로운 세대의 이직 트렌드다. 작년 이직을 준비할 때 '회사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으로 이름과 연봉만을 염두에 뒀다. 세대 간 날카로운 시선 차이가 느껴진다.
시대가 바뀌면 조직은 진화해야 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아직도 'MZ세대의 조기 퇴사가 많은 이유'를 MZ세대의 특징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이전 세대보다 MZ세대의 조기 퇴사가 많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개인의 만족이 훨씬 중요한 세대라서'라는 답이 압도적 1위에 올랐다. 또 '평생직장 개념이 약한 환경에서 자라서', '호불호에 대한 자기표현이 분명해서'가 상위권을 차지했고, '이전 세대보다 참을성이 부족해서'라는 답변도 있었다. '시대의 변화에 조직문화가 못 따라가서'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의미한 답변 수치는 아니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다. 젊은 직장인이 적은 아니지만, 이들의 현실을 비롯해 성향과 관심, 특성을 이해해 조직문화에 반영한다면 불필요한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논쟁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어느 한쪽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 것들'이라는 말도 섣부른 판단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했다면 그에 맞는 삶을 꾸리는 게 맞다. 구시대적 경험을 억지로 꿰맞춰 지극히 현실적인 세대를 이상한 세대로 몰아갈 필요 없다. 도태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가 답이다. 기업 역시 변화의 시기를 맞았고 쉼 없이 진화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