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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Dec 05. 2022

결국은 사람, X세대의 생생한 '사람 경험'

"멈추지 않고 글 쓸 수 있게 도와준 직장에 감사합니다"


사회생활 15년이 훌쩍 넘었다. 이직할 때조차 쉼 없이 직장생활을 착실하게 이어왔다. 그렇다고 직장형 인간은 절대 아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고 하루하루 버티는 불편하고도 불안한 심경으로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짜증 난다', '징그럽다', '지긋지긋하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날도 셀 수 없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은 날도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동기부여가 된 끊을 수 없는 무언가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의 활력을 되찾게 된 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아내가 첫 아이를 낳고 우울함과 무기력함에 빠을 때, 아이들을 가르치던 직장 경험과 실제 육아를 접목해 육아 블로그를 개설해 보라고 추천했다. 아내는 금세 블로그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역으로 나에게 같이 블로그를 하자고 제안했다.


2011년 블로그를 개설 영화 리뷰로 시작을 했다. 아이도 어렸고, 바쁜 직장인에게 영화를 수시로 챙겨보는 일은 버거웠다. 가장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직장생활'을 주제로 한 글이었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머무는 곳, 글의 소재는 넘쳤다.


경험을 토대로 동병상련의 직장인들에게 전하는 글을 블로그에 하루하루 채워나갔다. 글이 쌓이고 구독자가 늘고 조회수가 늘면서 활력도 늘었다. 아내의 블로그와 동시에 급물살을 타 아내는 육아 분야 1위, 나는 취업 직장 분야에서 1위를 달렸다.


팀장한테 신나게 깨지면서도 생각했다. '그래! 오늘 소재는 이거다!'라고.


술자리에서도 좋은 글감이 떠오르면 메모장에 적었다. 잠을 줄이고 쓰고 또 쓰며 직장생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을 '직장생활 글' 덕분에 누릴 수 있었다. 글쓰기는 지금까지 나를 직장으로 이끌고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다.


십 년 넘게 글을 쓰며 '직장생활의 원동력은 글쓰기'라는 확신으로 기록의 쓸모를 전파하고 있다. <저자 소개 中>


10여 년 넘게 이어지는 글 사랑이 식지 않는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라울 다름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꾸준히 쓰다 보니 2017년 첫 출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권의 책을 출간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회사를 다니면서 그렇게 책을 쓰냐고 말하지만, 좋아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책을 쓰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를 주로 썼다. 대부분이 직장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깨달음이 바탕이었다. 직장생활의 단면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일상의 순간들도 소중하게 다가왔다.


올해 6번째 책을 준비하면서 문득 첫 책을 썼을 때의 기분이 떠올랐다. 조금은 무뎌진 그때 그 감정. 그동안 쓴 책을 용기 내 다시 들춰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사람에게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도 사람이 주었고, 위안도 사람이 건넸다. 돌이켜 보면 직장에서 사람을 떠나는 경우도 많았고, 사람 때문에 떠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우리의 삶은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직장에서의 세대별 '사람 경험'은 피할 수 없는 난관이다. 직장은 온갖 세대가 모여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곳이다. 또한 집단을 강조하는 세대와 자기주장이 강한 세대가 대립하며 세대 간의 문제와 직급 차이로 생기는 갈등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직장에는 터줏대감 역할의 386세대와 다양성을 강조하는 MZ세대가 존재하고, 그 사이에 낀 세대인 X세대가 공존한다. 다시 말하면 고릿적 회사 문화에 지나치게 익숙한 기성세대와 새로운 사고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 사회의 허리 역할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어정쩡한 X세대가 한데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직장인의 삶은 의도치 않게 뒤틀리고, 인간관계는 수시로 얽히고설킨다. 일이 아닌 사람을 피해 회사를 등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 간 얽힌 관계의 매듭을 수시로 엮고 풀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결국은, 사람>은 다양한 세대를 두루 경험한 X세대 직장인이 보고, 듣고, 깨닫고, 다짐한 하루하루의 사람 경험이 방울방울 맺혀있다.


<1장_요즘 것들은 어디나 있다>는 386세대를 바라보고 느끼는 X세대의 시선이며, <2장_지금도 나는 배우는 중>은 MZ세대에게 전하는 X세대의 따듯한 지혜를 담았다. <3장_그래도 가끔은 명장면>은 오늘도, 내일도 고군분투하는 모든 직장인을 위로하는 공감의 글이고, <4장_15년 다닌 회사를 나왔습니다>에는 동병상련 X세대의 구구절절한 심경을 새겨 넣었다.


책에 담긴 모든 경험은 사람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직장생활의 마지막도 사람으로 종결될 거라고 믿는다. 끊을 수 없는 인간관계의 넉넉함과 괴로움은 모든 직장인 공감 포인트가 아닐까. 책을 읽으며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간 웃음과 눈물, 분노, 어이없음까지 두루 느끼며 직장생활의 다채로움과 세대 공감을 충분히 만끽하길 바란다.


더불어 회사라는 곳은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시간 동안 내게 무수히 많은 인간에 대한 체험과 깨달음을 선사했다. 이 숱한 경험은 지금 내 인생에 큰 자산이다. 덕분에 멈추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다. 단 한순간도 버리기 아까운 직장에서의 생생한 사건들을 한 컷 한 컷 모을 수 있게 도움을 준 회사의 모든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도서 <결국은, 사람> 표지. 글 쓰는 직장인 장한이 작가의 사람 그리고 관계의 매듭


<에필로그>


시대 간, 세대 간 동상이몽


15년 넘는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들어 시대의 변화를 가장 깊이 체감한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MZ세대라는 용어의 등장과 코로나 팬데믹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다. 물론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티격태격 과도기를 거치는 중이다. 이 혼돈의 순간을 시대 간 '동상이몽'이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재미있는 글 하나를 카카오 브런치에서 발견했다. 한 신입사원이 회식을 한 후 자기 생각을 <회식에서 먼저 간 이유는 세대차이 때문>이라는 제목으로 남겼다.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차 회식이 끝나고 경영진들이 먼저 갈 사람은 가라고 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사원급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상사들 표정에서 서운함을 읽었다.
1차 회식이 끝나고 집에 간 사람을 전부 해고하고 새로 뽑는다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원급 누구를 뽑든 빨리 집에 가서 회식 때문에 못한 일을 처리하고 싶어 하는 똑같은 세대가 입사할 테니까. N잡과 취미 등 자신만의 계획을 확실하게 세우는 요즘 세대에게 시간은 충분하지 않은 재화이기 때문이다.
조직 관리를 위해 꼭 회식을 해야 한다면 최소 한 달 전에 날짜와 회식 소요 시간, 장소를 통보해야 한다. 또한 회사에서 만난 관계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적 관계다. 그 이상을 넘으려고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세대의 속마음이 짧은 글에 밀도 있게 담겼다. 원문을 다 읽어보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자신이 옳다고도 하지 않았다. 결론은 세대차이였다. 세대차이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개개인의 생각이고 공감하는 이가 많으면 시대의 목소리가 된다. 하지만 이 글을 기성세대가 본다면 체감온도는 뚝 떨어질 것이다.


조직에서는 여전히 터줏대감의 목소리가 크다. 한 임원이 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신입사원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 씨 휴가 때 전화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푹 쉬라고 전화도 안 했어." 얼굴에는 배려했다는 뿌듯함이 피어 있었다. ○○○ 사원은 "전화하셨어도 안 받았을 건데요?"라며 당당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아 물티슈로 책상을 닦았다. 임원 표정은 굳었고, ○○○ 사원은 출근하자마자 임원이 황당한 소리를 한다며 동기들에게 메신저를 날렸다.


세대와 차이, 다름과 새로움이 교집합을 이루는 시대


이 현실 속 두 세대의 중간에 낀 X세대다. 회식이 싫었지만, 십수 년 전에는 수시로 끌려 다녔다. 회식 없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 약 10여 년 전 일본으로 휴가 갔을 때 숙소에 돌아와 욕을 하면서 팀 단톡방을 정독해야 했다. 불필요한 야근이 줄고 칼퇴하는 요즘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강제 회식 참석도 주말 출근이나 휴가지에서의 업무 처리도 낯설지는 않다. 이미 수년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은 스승이다. 후배들의 싫은 마음을 더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기성세대가 신입으로 입사했을 때 시대 분위기에 편승해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외치고, 직장이 제2의 가정이라고 여겼듯, 요즘 세대도 새 시대의 분위기에 동승해 합리주의를 외치고 있다. 터줏대감들은 굳이 강산도 변할 만큼 지난 세월을 꾸역꾸역 끄집어내 억지로 욱여넣을 필요 없다. 오히려 시간을 재화로 보는 요즘 세대에게 한 자락이라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세대와 차이, 다름과 새로움이 교집합을 이루는 시대다. 각기 다른 한 가지 소리가 어우러져 훌륭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탄생하고, 일곱 가지 색이 모여 찬란한 무지개가 생긴다. 회사에서 다양한 세대를 한 팀으로 꾸리는 이유는 큰일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고, 당신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함께 큰일을 할 수 있다."


마더 테레사는 세대별 혼란을 겪는 직장인에게 명확한 팁을 주었다. 이제는 동상이몽이 아닌 각각의 세대가 한 팀이 돼 큰 꿈을 함께 이룰 때다. 세대별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는 매끄러운 그라데이션이 완성하는 원팀의 모습으로 함께 성장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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