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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드id
Jan 30. 2023
수십 년째 선물을 받기만 하는 친구 고발
'중년들의 맥락 없는 선물 타령 이야기'
깃
털
같은 친구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밖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가보니
같은
반
이
지만
,
말도 거의
섞
지 않던
한 동네
사는
아이였다. 난데없이 탐구생활을 빌려달라고 했다.
뻔뻔함을
그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오는 친구 안 막는 성격이라 탐구생활을
매개
로 절친이 되었다.
친구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유학을 가기 전까지
초중고
,
대학교까지
붙어 다녔다. 엄마는 친구가 유학
가지 않았다면 내가 결혼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주
장했을
정도였다
.
유학을 가기 전 둘 다 직장인이었다.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는 일 년 동안 모은 돈을 가지고
미련 없이
유학을 떠났다. 생이별이 아쉬워 친구가 필요하다는
물건
들
을
사줬다. 가방과 캠코더였다.
가스라이팅의 시작
일줄 몰랐다
.
얼마 뒤
영국으로
떠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흑인들한테 싹 다 뺏겼다고. 안 뺏기려
고 버티
다가
골목으로 끌려가
두들겨 맞
았다고.
허리가 아프다고.
마침 나도 교통사고로 입원 중일 때였다. '나도 허리가 아파'라며 고통을 나누며 웃었다.
"아, 그냥 줄걸..."
"그니까 괜히 왜 두들겨 맞아."
대학원 졸업 후
영국이 좋아
눌러앉겠다던
친구는 우연히
지원한
국내 대기업 최종 면접을 앞두고 돌연 귀국을 택했다.
점쟁이가
최종 합격이 당연하다고
했
으나
,
아니
었다
고
.
유학을 마치고 백수로 돌아온 꼴이었다.
백수환향
.
안쓰러운 나의 베프. 동정심이
넘쳐흐
르
던 어느 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링크를 눌러보니 디지털카메라였다. 꼭 필요하다고 한다. 애 둘 딸린
, 돈도 딸리는
유부남이었지만, 유학파 백수
친구에 대한
연
민
이 커 카메라를
덜컥
사줬다.
이후 친구 생일
날
PMP도 사주고 명품 지갑도 사줬다. 돌이켜 보면
나는
그
저
가스라이팅
의
희생량일뿐이었다.
친구가 취업한 뒤에도
난
아무 선물도 받지 못했다는 걸 한참 뒤에 깨달았다.
선물을 사
달
라고 닦달하기 시작했다. 친구는 기억도 못했다.
"그랬나?" 라며
이제는 다 낡았
으니
선물을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
잔망한 놈.
PMP와 프라다 지갑
을
다시 받아와 중고나라에 팔
았
다.
악
감정
은
없었다. 정말
아까워서 판거다.
12살에 만났으니 35년이 흘렀다.
친구는 사업을 하고 나는
오래 묵은
직장인이다.
둘 다
단돈 몇 푼에
휘청이
지 않
지만 선물 타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며칠 전 친구 생일이었다.
카톡 선물하기로
5만원 짜리 스타벅스 상품권을 보냈다.
"난 선물 받은 적 없지만 생일 축하한다."
"나 줬거든?"
"
선물함에
받은 게 하나도 없다.
카톡에서 선물하는 방법 모르는 줄 알았지."
"나도 너 사줬다. 분명!
"
"진짜 아니거든.
계속 베풀다 보면 진심이 통할 날이 오겠지."
(친구가 카톡 선물함을 확인한 듯했다)
"너 한번 보냈거든!"
"
세 번이거든. 그리고
딴 선물
포함해서 열 번도 넘
거든!"
.
.
.
"나
는
소고기 세트 보냈거든."
"
나
한테 보낸
거
아니
거든
."
(친구가 와이프한테 신세 진 게 있어 보낸 적 있다)
.
.
"나이 먹고 이런 거 따지는 거 너무 치사하다. 그만하자."
라고 내가 먼저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늘 고맙다."
라고 친구가 화답했다.
친구 생일날 오후 5시 57분부터 6시 17분까지
똑같은 말을 반복하다 보니 현타가 왔다. 내일모레면 50을 앞둔 남자들의 유치한 대화가 실화라니.
맥락 없는 대화 엉뚱한 결론. 어릴 때랑 달라진 게 없다.
어릴 때 친구를 만나면 그 시절로 돌아가는 마법이 펼쳐진다.
아들이
곁으로 다가와 모니터에 빠르게 쓰이
고 있는
글을
읽
다가
"
아빠 선물 못 받아서 화났
어요?"라
며 비웃었다.
"
아니.
아빠는 선물하는
걸
더 좋아해. 알지?"
유치하지만 재미있다. 즐거웠다. 깃털처럼 가벼운 친구 사이
. 그래서
가능한
둘만의
대화
.
올해 내 생일에는 꼭
선물을 받아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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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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