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학교가 많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각 3개씩 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세 군데의 중학교로 나뉘어 배정될 만큼 학생이 많다.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외진 곳에 숨어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늦은 밤까지 떠들면서 돌아다니기도 한다. 내 아이들도 비슷한 또래이기에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볼 때마다 화가 나는 광경이 있다. 한문철 TV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킥보드 타는 모습이다.
퇴근할 때 날이 그다지 춥지 않으면 운동삼아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약 15분을 걷는다. 직선 코스이고 중간에 크고 작은 횡단보도 4개가 있다.
그 짧은 시간 양 옆으로 교복 입은 중학생들이 킥보드를 타고 수시로 오간다. 당연히 탈 수 있다. 공부하느라 지쳐서, 학원에 늦어서 탈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분위기는 거의 없다. 시끌벅적 남자끼리 또는 혼성으로 대부분 두세 명씩 타고 질주한다. 물론 질주할 수 있다.
화가 나는 건 횡단보도에서도 대부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함은 보는 사람들 몫이다.
SNS에 남학생 셋이 탄 킥보드가 신호를 무시한 채 사거리를 가로지르다 차에 들이 받혀 공중에서 몇 바퀴 돌고 떨어지는 짤이 떠돌았다. 여학생 셋이 탄 킥보드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봉고차에 치이는 장면도 유명하다.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는 16세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으므로 16세 미만인 사람은 전동킥보드 등을 운전할 수 없다. 13세 미만인 어린이의 보호자는 도로에서 어린이가 전동킥보드 등을 운전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가 전동킥보드 등을 운전하게 한 어린이의 보호자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나이 제한도, 신호도 시키지 않는 학생이 많다. 그들도 위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남들도 다 타고 누군가의 강력한 제지도 없다.이들은 말한다.
"나이 상관없이 아무나 다 탈 수 있어요!"
신호를 무시하는 위험천만한 질주 외에도 매너 없이 여기저기에 내동댕이치는 모습도 참 별로다. 아무리 내 것이 아니더라도 그렇지. 목적지에 다다르는 순간 킥보드에서 뛰어내리고 킥보드는 잠시 혼자 굴러가다 나자빠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아파트 단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진 킥보드들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아침 6시 50분경에 아파트 단지에서 마을버스를 탄다. 비슷한 시간대에 시각장애인이 버스에 오른다. 역에 도착하면 나와 비슷한 속도로 능숙하게 계단을 내려가 역사를 찾아간다.
어느 날 함께 마을버스에서 내리는데 인도 중앙에 전동 킥보드 하나가 덩그러니 서있었다. 앞서 내린 그가 평소처럼 역으로 향하는 순간 난데없이 나타난 킥보드에 걸려 순식간에 넘어졌다. 쫓아가 일으켜 세워주며 "전동 킥보드가 있네요"라고 알려주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멋쩍은 표정을 짓고 그는 갈길을 재촉했다.
넘어진 전동 킥보드를 일으켜 세웠다. 굴러가지도 않고 상당히 무거웠다. 발을 아래에 대고 힘껏 들어 벽 쪽에 세워 놓았다. 새 운동화인데 킥보드 하단부에 긁힌 상처가 생겼다. 화가 나도 출근은 해야 하니 서둘러 역으로 향했다.
출근하는 내내 넘어진 그가 떠올랐다. 부주의한 누군가에 의해 괜한 피해를 당한 자.
전동 킥보드 사고는 날로 증가한다. 누군가의 재미와 스릴, 장난을 위한 치기 어린 행동에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난다.
이직 전 여의도로 출근할 때 처음 전동 킥보드를 목격했다. 여의나루에서 63 빌딩까지 애매한 거리이기 때문에 킥보드를 타고 오가는 직장인이 꽤 있었다. 위험한 도로가 아닌 여유로운 한강 고수부지를 달리는 남녀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이때만 해도 편리한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킥보드 타다가 다쳐서 깁스하고 온 애들도 몇 명 있어요."
중학생 딸아이 말이다. 학교가 많은 지역으로 이사오니 킥보드를 바라보는 마음이 180도 달라졌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기본만이라도 반드시 지켰으면 좋겠다. 안타까운 사고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