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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Feb 20. 2023

시각장애인을 넘어뜨린 어이없는 범인

"기본적인 매너를 반드시 지켰으면 좋겠다"


동네에 학교가 많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각 3개씩 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세 군데의 학교로 나뉘어 배정될 만큼 학생이 많다.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외진 곳에 숨어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늦은 밤까지 떠들면서 돌아다니기도 한다. 내 아이들도 비슷한 또래이기에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볼 때마다 화 나는 광경이 있다. 한문철 TV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킥보드 타는 모습다.


퇴근할 때 날이 그다지 춥지 않으면 운동삼아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약 15분을 걷는다. 직선 코스이고 중간에 크고 작은 횡단보도 4개가 있다.


그 짧은 시간 양 옆으로 교복 입은 중학생들이 킥보드를 타고 수시로 오간다. 당연히 탈 수 있다. 공부하느라 지쳐서, 학원에 늦어서 탈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분위기는 거의 없다. 시끌벅적 남자끼리 또는 혼성으로 대부분 두세 명씩 타고 질주한다. 물론 질주할 수 있다.


화가 나는 건 횡단보도에서도 대부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함은 보는 사람들 몫이다.


SNS에 남학생 셋이 탄 킥보드 신호를 무시한  사거리를 가로지르다 차에 들이 받공중에서 몇 바퀴 돌고 떨어지는 짤이 떠돌았다. 여학생 셋이 탄 킥보드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봉고차에 치이는 장면도 유명다.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는 16세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으므로 16세 미만인 사람은 전동킥보드 등을 운전할 수 없다. 13세 미만인 어린이의 보호자는 도로에서 어린이가 전동킥보드 등을 운전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가 전동킥보드 등을 운전하게 한 어린이의 보호자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나이 제한도, 신호도 시키지 않는 학생이 많다. 들도 위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남들도 다 타고 누군가의 강력한 제지도 없다. 들은 말한다.


"나이 상관없이 아무나 다 탈 수 있어요!"


신호를 무시하는 위험천만한 질주 외에도 매너 없이 여기저기 내동댕이치는 모습도 참 별로다. 아무리 내 것이 아니더라도 그렇지. 목적지에 다다르는 순간 킥보드에서 뛰어내리고 킥보드는 잠시 혼자 굴러가다 자빠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아파트 단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진 킥보드들이 기 그지없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아침 6시 50분경에 아파트 단지에서 마을버스 탄다. 비슷한 시간대에 시각장애인이 버스에 오른다. 역에 도착하면 나와 비슷한 속도로 능숙하게 계단을 내려가 역사를 찾아간다.


어느 날 함께 마을버스에서 내리는데 인도 중앙에 전동 킥보드 하나가 덩그러니 서있었다. 서 내린 그가 평소처럼 역으로 향하는 순간 난데없이 나타난 킥보드에 걸려 순식간에 넘어졌다. 쫓아가 일으켜 세워주며 "전동 킥보드가 있네요"라고 알려주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멋쩍은 표정을 짓고 그는 갈길을 재촉했다.


넘어진 전동 킥보드를 일으켜 세웠다. 굴러가지도 않고 상당히 무거웠다. 발을 아래에 대고 힘껏 들어 벽 쪽세워 놓았다. 새 운동화인데 킥보드 하단부에 긁힌 상처가 생겼다. 화가 나도 출근은 해야 하니 서둘러 역으로 향했다.


출근하는 내내 넘어 그 떠올랐다. 부주의한 누군가에 의해 괜한 피해를 당한 자. 


전동 킥보드 사고는 날로 증가한다. 누군가의 재미와 스릴, 장난을 위한 치기 어린 행동에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난다.


이직 전 여의도로 출근할 때 처음 전동 킥보드를 목격했다. 여의나루에서 63 빌딩까지 애매한 거리이기 때문에 킥보드를 타고 오가는 직장인이 꽤 있었다. 위험한 도로가 아닌 여유로운 한강 고수부지를 달리는 남녀 직장인의 모습이었다. 이때만 해도 편리한 교통수단이라 생각했다.


"킥보드 타다가 다쳐서 깁스하고 온 애들도 몇 명 있어요."


중학생 딸아이 말이다. 학교가 많은 지역으로 이사오니 킥보드를 바라보는 마음이 180도 달라졌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기본만이라도 반드시 지켰으면 좋겠다. 안타까운 사고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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