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이 나오던 날, 두 번째 책 출간 제안을 받았어요
2010년 8월부터 Daum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했다. 영화 리뷰를 주로 쓰디가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직장생활 관련 글을 쓰면서 인기를 얻었다. 그때만 해도 직장생활 관련 글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취업직장 카테고리 랭킹 1, 2위를 오르내렸다.
뛰는 사람, 나는 사람 위에 노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실감함 정도로 글쓰기에 빠져 놀았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나를 아무도 몰랐다. 누군가를 의식하거나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었으니 자유로운 내 글은 그저 훨훨 날아다녔다.
2011년 2월에는 Daum 측에서 내게 황금펜을 부여했다. 닉네임 앞 은색 펜촉이 황금색으로 바뀌었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글쓰기에 대한 감회가 새로웠다. 지원금 25만원도 주었다. 이웃 블로거의 축하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꾸준히 글을 쓰라는 동기부여였다.
일 년 반 정도 활동했을 때 티스토리 우수블로그로 선정됐다. 꿈에 그리던 파워블로그가 되었다. 글을 발행하는 족족 베스트 글로 선정되니 방문자는 늘 풍족했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린 글은 하루 조회수 수십만을 넘기곤 했다.
파워블로거가 되니 강의(딱 한번)를 비롯해 여러 기업 블로그에서 원고 청탁이 이어졌다. 한 편당 5만원에서 20만원까지 다양했다. 돈보다는 글 쓰는 게 즐거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글을 돈 받고 팔아 죄송한 마음도 든다.
가장 큰 사건은 천 단위 이상을 벌게 해 준 한 기업 블로그 연재다. 2016년에 연재 청탁을 받았는데 내가 다니던 회사의 지주사였다.
"저... 그 회사 직원인데요??...?"
당당히 밝히고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송고하기 시작했다. 2017년까지 총 70여 편 넘게 연재했다. 한 편당 20만원에서 가끔은 40만원의 원고료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보 글쟁이에게 거대한 금액이었다. (닉네임 어린왕자 죄송합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블로그 연재로 약 1,600만 원을 벌었다. 대단한 일이었다는 걸 당시에는 몰랐다.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다.
앞서 발행한 글(첫 책은 브런치 글 30개로 시작되었습니다)에서 언급했 듯 첫 책이 출간되던 2017년 7월 21일, 한 출판사가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보고 연락해 왔다. 회사 대표 번호로 전화해서 나를 찾아냈다. 그동안 연재한 블로그 글을 책으로 내자는 제안이었다.
"사실 제안하신 주제와 비슷한 책이 오늘 나오는데, 그거 한 번 보시고 괜찮으시면 다시 연락 주세요."
'설마? 연락이 오겠어'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 뒤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책을 봤다고, 함께 다른 책을 한 권 더 만들자고. 급하게 확인할 게 있었다.
"블로그에 쓴 글로 책을 내도 되나요?"
그동안 글을 연재한 그룹 블로그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축하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2017년 7월 21일에 첫 책이 나왔고, 9월에 두 번째 책 계약을 했다.
미리 70여 편 넘는 초안을 써놓은 덕에 큰 부담 없이 2018년 3월, 두 번째 책 <회사에 들키지 말아야 할 당신의 속마음>을 완성할 수 있었다.
2006년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2010년부터 글을 썼다. 어느덧 2023년이다. 14년째 내 피곤한 직장생활의 탈출구는 글이다.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브런치스토리에 꾸준히 글을 쓰지 않았다면 회사에서 늘 갈팡질팡 했을지도 모른다. 회사는 먹고살기 위한 생계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내 글을 탄생시키는 일상의 보물 창고이기도 하다.
초보직장인 시절에는 상사에 대한 분노를 동료들과의 뒷담화와 술로 풀었다.
글을 쓰면서 달라졌다. 글초보 시절에는 상사가 난데없이 난리 치면 속으로 '왜 저래? 킹 받네!'라면서 집에 돌아와 상사에 대한 분노를 글로 풀었다.
이제는 상사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상사도 힘들겠지...', '내가 상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이해를 담은 글을 적는다. 연륜이 선사한 지혜이자 글쓰기의 기본 중 기본인 객관화 작업 덕이다.
회사는 내 창작의 샘물이자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이고, 글쓰기는 나를 성장시키는 제2의 스승이다. 회사도 글쓰기도 모두 나를 14년째 버티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