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라는 마법의 단어를 지키니 벌어진 일들
티스토리에서 2010년 8월부터 2016년 초까지 꾸준히 글을 썼다. 글 쓰는 게 마냥 즐거웠다. 술 마시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누군가 좋은 말을 던지면 메모했다. 출퇴근길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초안을 쓰고 퇴근 후 글을 완성해 예약 발행을 했다.
꾸준히 활동한 덕분에 블로그는 늘 활력이 넘쳤고 인기도 높아졌다. 블로그 시작 몇 개월 만에 취업직장 카테고리 1위까지 달성했다. 이웃 블로그가 늘면서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갔다.
당시에는 연애 콘텐츠를 발행하는 블로그 인기가 높았다. Daum 블로그 종합 1위가 연애 블로그였을 정도다. 인기를 방증하듯 연애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웃 블로거부터 하나둘 책을 내기 시작했다. 친밀했던 동지가 한 발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부러움을 속으로 삼켰다.
'블로그 덕분에 강의도 해봤잖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틈틈이 들어오는 도서 리뷰 요청, 직장생활 관련 원고 청탁 등에 만족했다. 그러던 2016년의 이른 봄, 브런치라는 놀라운 플랫폼을 발견했다.
매년 공모전을 개최해 출간 기회를 제공한다는 문구에 심장이 나대기 시작했다. 아무도 몰래 나만의 출간 기획안까지 써놨던 터라 작가신청은 껌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자마자 티스토리 글을 하나 둘 브런치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냥 복붙하지 않았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며 새로운 콘텐츠로 변신시켰다.
공을 들였음에도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글을 올렸다. 나의 가장 큰 글쓰기 실력은 '꾸준함'이니 실망하지 않았다. 구독자가 한 명 한 명 알뜰하게 늘어나는 게 그저 행복했다.
약 30개 정도 직장생활 관련 글을 올렸을 때 한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 출간 제안이었다. 블로그에서 7년간 이루지 못한 한을 브런치 생활 고작 몇 개월 만에 이루게 되었다.
출판사가 보내준 기획안을 검토하고 내 의견을 반영해 기획안을 수정했다. 계약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무작정 원고 작성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써놓았던 글을 바탕으로 의욕과 열정을 가득 담아 전체 원고를 구성했다. 러프하게 꾸린 원고 초안을 담당자에게 당당하게 보냈다. 피드백은 간단명료했다.
"선생님 이 정도 분량이면 600페이지 이상의 대작이 나올 법합니다. 재미있는 콘텐츠 위주로 저희가 줄여 보겠습니다."
출판사에서 반으로 줄여준 원고를 매일 매만졌다. '대작?' 같은 실수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파트별로 원고를 작성해 출판사에 틈틈이 보냈다. 그때그때 피드백을 받으며 차근차근 글을 완성해 나갔다.
최종 원고는 약 4개월 만인 2017년 1월 초에 마무리했다. 신년을 맞아 출간 예정이었으나, 실제로 7월 말에 세상에 나왔다.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가 들썩이던 때였다. 자기계발서는 외면받을 수 있다는 출판사의 판단에 출간일을 뒤로 미뤘다.
출간을 앞두고 제목 때문에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내가 붙인 책의 가제는 <사표 내지 않을 용기>였다. 이때는' 떠나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원하는 삶을 살아라' 등을 추구하는 욜로가 트렌드였다. 나는 그만둘 수 없기에 반기를 들었다.
출판사는 한 술 더 떴다. <출근이 칼퇴보다 즐거워지는 책>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나는 안 된다고 안 된다고 1인 시위를 했다. 졌다.
제목을 정한 후 출판사 담당자가 내가 다니는 회사 대표님의 추천사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대표이사?'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높은 분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비서에게 슬쩍 말했다. 마음 넉넉하신 대표님은 "내가 도와줘야지!"라는 말과 함께 멋진 추천사를 써주셨다. 분명 제목 때문에 허락하셨을 것 같다. 역시 출판사는 프로였다.
온라인 서점에 책이 등록된 날이 7월 21일, 아버지 기일이었다. 작가를 꿈꾸던 아버지께 감사하며 영광을 돌렸다. 아버지께서 도와주신 덕인지 첫 책이 나오던 날, 다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 담겠습니다)
엎친 데 덮친 행운으로 첫 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출판진흥원이 주관하는 세종도서(우수도서) 심사에서 '교양 부문 우수도서'에 선정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제목 덕분이 아닐까 싶다.
제목 에피소드 하나 더! 누군가 서점에 진열된 내 책을 찍어 인스타에 올렸다. "작가 X친X끼 아니야? 제목 오타난 듯"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기도 했다. 큰 관심 감사합니다.
첫 출판사 덕분에 책과의 릴레이 인연이 시작되었다. 2017년을 시작으로 2018, 2019(2권), 2020, 2022년까지 총 6권의 책을 출간했다.
내가 글을 끊을 수 없는 이유이자, 브런치를 떠날 수 없는 이유다.
이렇게 매년 책을 출간하는 비법은 바로 '즐거운 꾸준함'이다. 쉬지 않고 한결같이 글을 썼다. 일 년 정도 글이 모이면 책을 쓰자고 연락이 왔다. 덕분에 회사에 다니면서도 부담 없이, 큰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책을 낼 수 있었다.
항상 여기저기 외친다. 글은 아무나 쓸 수 있고, 책도 누구나 낼 수 있다고. 가끔 온라인 플랫폼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데, 부제가 '글은 아무나 쓴다'이다.
아무 직장인인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었고 여전히 도전하고 있으니까.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 단 '꾸준히'라는 마법의 단어를 착실하게 지킨다면 말이다. 자신만의 끈질긴 망치로 꾸준히 글을 두드려 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