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의 소재가 대부분 비슷하고 글 쓰는 형식도 거기서 거기라는 글을 본 적 있다. 한때나 역시 비슷한 마음으로 제목만 보고 많은 글을 스킵했다.
'나도 썼던 거야', '전에 이런 제목 본 적 있어', '읽어 봐야 뻔해'라는 착각.
이런 생각이 서서히 바뀐 것은 일본 소설을 반복해서 읽으면서부터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라오는 에세이를 읽으면 오쿠다 히데오의 <오 해피데이>나 에쿠니 가오리의 <개와 하모니카>, <마미야 형제>, 요시모토 바나나 <티티새> 등의 소설을 읽을 때의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 소설들은 지극히 잔잔하고 평범한 일상을 다룬다. 반전과 막장 스토리에 몰입해 살다가얌전한 내용의 책을 읽으면싱겁다. 은근슬쩍 막장 반전을 기대하다 실망하기도 여러 차례.
하지만 막장이 아닌이런고요한 일들이 바로 우리가 사는 진짜 세상 이야기다. 찐 현실과 맞닿아 있기에 진짜 공감과 감동, 진짜 미소와 웃음까지 건질 수 있다.
글 쓰는 이들의 원천은 일상의 재발견이다. 평범함에서 건져 올리는 소중함. 유명작가들 글과 브런치 글을 비교한 이유는 일상에서 건진 소재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글이 소소하면서도 징글징글한 우리의 일상과 닮았기에 더욱 마음이 쓰이고 쉽게 동요하는 게 아닐까.브런치만의 반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만 직장생활이 더러운 게 아니구나', '나만 이런 사소함에 기분 나쁜 게 아니구나'(아, 나만 쪼잔한 게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 우울하거나 힘들고, 슬픈 게 아니었고, 내 자식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는 진리를 반복해서 깨칠 수 있다. 다들 엇비슷하게 사는 인생,공감 포인트 하나만으로도 커다란 위로가 된다.
"남자가 말이야. 혼자서 방을 쓸 수 있는 건 가난한 독신 시절까지가 아닐까 싶어. 그런데 진짜 자기 방이 필요한 것은 삼십 대가 지나서잖아. CD나 DVD는 얼마든지 살 수 있어. 그리고 비싸기는 하지만 오디오 세트도 마음먹으면 살 수 있고. 하지만 그걸 즐길 수 있는 내 공간이 없단 말씀이야."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오 해피데이>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피식 웃음이 터졌다. 젊을 때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벌지만 나를 위해 쓸 돈은 없는 삶이다.'이게 바로 내가 처한 현실이구나!' 평범한 일상의 재발견이자 남자의 심정을 파고드는 소소한 위로다.
천편일률적인 삶을 거부하는 시대. 가뜩이나 피곤한 현대인은 잘난 사람만 넘치는 SNS를 보며 좌절하는 일이 다반사다. SNS 셀럽들의 양면성을 다룬 드라마 <셀러브리티>를 재미있게 봤다.
"조용히들 쳐사는 게 그렇게 어려워? 꼭 그렇게 과시하고 떠벌려야 해?"
기억에 남는 대사다.셀럽들의 삶을 시기 질투하던 한 여자가 이 말을 남기고 투신한다.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반면 브런치스토리에는 화려함이 없다. 꾸역꾸역 억지스럽게포장한 거북함도 없다. 오히려 숨기고 싶을 만큼 초라하고 창피하고화나고 수치스러운생생한 삶이 넘실거린다. 서툰 글이라도, 남과 똑같은 소재의 글에도 가지각색의 위로가 담겼다. 브런치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편한 이유가 아닐까.
브런치스토리 작가들은 저마다 비슷한 삶 속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진주를 열심히 키우는 중이다. 브런치는 일상의 소설이다. 감동과 재미, 웃음과 눈물 모든 게 담겼다. 비현실을 감상하는 현실 도피처가 아닌 또 다른 찐 현실에서 위안을 얻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