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드id Jul 15. 2016

상사의 힘희롱에 핍박받는 직장인들

“너 잘라 버리고, 내 입맛에 맞는 사람 뽑는 건 일도 아니야!”


성희롱보다 무서운 직장 내 힘희롱은 대한민국 사회에 당연한 듯 만연해 있다. 자신의 권위를 지나치게 강요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힘희롱이 발생한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지나치다는 걸 모른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우리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힘희롱 때문에 좌절하고 열 받고,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이처럼 우리 직장인들은 더럽고 치사한 꼴을 시시때때로 당하지만 큰 소리 한 번 낼 수가 없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사건, 사고를 접하고, 꾸준한 교육을 통해 인식의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힘희롱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이나 대응 방안이 부족하다. 성희롱 같은 경우는 모든 남녀에게 해당이 될 수 있지만, 힘희롱은 어느 정도 힘을 가진 부류의 사람들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일개 직장인이 그러한 권력을 향해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든 현실이다.



“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개 부하일 뿐이야!"


대기업에 다니는 K 대리는 어느 날 팀장과의 면담을 하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 평소 K 대리가 맘에 들지 않았던 팀장은 K 대리를 불러 “이제부터 말하는 것은 협의도 아니고, 의견을 구하는 것도 아니다. 지시사항이다”라며 폭언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너 잘라 버리고, 내 입맛에 맞는 사람 뽑는 건 일도 아니야!” 라며 “나는 인사평가를 인간성으로 한다”고 말했다. 결국 K 대리는 인사팀과의 면담을 통해 다른 팀으로 옮겼다.


힘희롱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팀장의 행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팀장이라는 위치에서 기인한 권력에만 의존하고 있다. 팀원들이 동료가 아닌 일개 부하라는 생각에서 발생한 일이다. 팀장은 팀원들을 잘 이끌어 최대의 성과를 일궈 내야 할 의무가 있고, 팀원들은 팀(팀장)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잘 팀장을 잘 보필하며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위 사례 속 팀장의 모습은 영화 매드맥스의 독재자 임모탄과 다를 바가 없다.



“잘리기 싫으면 무조건 복종해라!”


B 여행사에 다니는 직장인 J주임, 평소 할 말은 하는 편이지만 상사의 강압에 망연자실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퇴근 무렵 뜬금없이 팀장이"J주임 약속 있나?" 여자친구와 선약이 있던 J주임은 정중하게 약속이 있다고 말했지만, 팀장은 약속 있냐는 말을 계속 반복해서 물어봤고, 끝까지 약속 있다는 J주임에게 팀장은 ‘개X끼’라고 했다. 결국 J주임은 여자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내키지도 않는 술자리로 할 수밖에 없었다.


팀장은 J주임과 의회식 다음 날, “요즘 메르스 때문에 여행업계 어려운데, 우리 팀에 사람 너무 많은 거 알지?”라면서 J주임을 힐끔 쳐다봤다. 팀장뿐만 아니라 회사에까지 온갖 정이 떨어진 J주임은 “차라리 잘렸으면 좋겠다. 실업급여라도 받게…”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요즘에는 직장 문화가 많이 개선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상사의 힘희롱에 고통받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드라마에서 나마 할 말을 다 하는 직장인(직장의 신의 미스 김, 미생의 오 차장 등)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둘 맘이 아니면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 일뿐이다.



“회식에 빠지면 안주거리가 되는 거야”


대기업 직장인 J대리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기만 하다. 모시는 임원의 사모님이 집을 비우는 날이면 그 날은 팀 회식 날이 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2-3번씩 반복되는 “오늘 저녁 약속들 있나?”라는 임원의 말에 처음 몇 번은 선약 때문에 불참을 했지만, 술자리에서 임원이 자신을 욕했다는 말을 접한 이후로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평소 점심, 저녁으로 접대 자리도 많은데, 일주일에 2-3번씩 강압적인 팀 회식에도 참석해야 하는 J대리는 개인적인 일정은 포기한 지 오래다.


업무가 됐던 회식이 됐던 강압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한 조직문화의 역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일단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서는 기업의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힘희롱을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애사심은 바닥을 칠 것이고,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문제에 봉착하기도 한다. 실제로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상사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선배를 본 적도 있다.



직딩H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려면 내성과 인내심을 키워야만 하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 오너의 힘희롱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기도 했지만, 그때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항공사 오너를 욕하면서도 자신도 똑같이 힘희롱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삼성에서는 ‘폭언 규정집’을만들고, 힘희롱 예방에 힘을 쓰고 있다지만,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일단은 직장인들이 참을성과 인내심을 기르며 버틸 힘을 키우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차장님을 향해 “너 대학은 나왔니? 회사 다니지 말고, 배추 장사나 해!”라고 소리치던 상무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 직장문화를 대표하는 세 가지 악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